한국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이미 결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이 20대 대선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게 됐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의 당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의 양자 대결로 봐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정치권에 뛰어든  0선 정치 신인이지만 제1야당 대선 간판 자리를 거머쥐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이다. 전 정권의 적폐 수사를 이끌 당시만 해도 현 정권으로부터 ‘정의로운 검사’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수사를 이어가자, 감찰과 징계를 받으며 현 정권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결국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폭거에 맞선 결과가 그를 정권 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만들고 야당의 대선 후보 자리까지 오르게 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 결과는 윤 후보에게 대선까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도 함께 안겨 주었다. 윤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홍준표 의원을 2배 가까이 앞섰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전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당원들의 지지에만 힘입어 대선 후보가 됐다는 사실은 대선 후보의 약점일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일반 국민의 낮은 지지율은 잦은 실언과 국민과의 공감능력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표시한 채 TV 토론에 나온 데 이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고 해 대선 주자로서의 소양에 의문까지 제기됐었다.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버티다 이틀 만에 인스타그램에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 일명 개사과 파동도 한몫했다. 당내 경선 과정이 치열했던 만큼 뒷수습도 남았다. 패자들이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했더라도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경선 과정의 앙금을 말끔하게 씻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패자 측의 정책과 인재들을 적극 수용 및 포용해야 한다. 자신보다  홍 의원 쪽에 더 지지를 보냈던 2030 젊은 유권자, 그리고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도 얻어야 한다. 또,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정권 교체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치 신인이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변변한 직함조차 가진 적이 없다. 이 후보가 뜬 계기는 성남시장 시절 청년 위주의 복지정책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력한 코로나 19 대응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코로나 19'가 확진된 요인 중 하나가 '신천지'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신천지 관련 시설 폐쇄 및 집회 금지라는 강력 조치를 취했다. 청정계곡 도민 환원, 24시간 닥터헬기, 지역화폐 활성화 등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많이 펼쳤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무죄로 확정되면서 그의 인기가 치솟았다. 


    그러나 그의 대한 평가는 늘 극과 극이었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확실하게 한다는 호평이 있으나, 그 방식이 굉장히 과격해 구설수가 따르기도 했다. 여배우와의 스캔들, 형수 욕 파문, 친형 강제입원, 불법폭력조직 연루 등, 특히 대장동 의혹은  민심을 수습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걸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는 간단히 말하면 성남시장 시절 그의 공권력으로 판교 대장동 주민의 땅을 후려쳐 싼 값에 수용해 최고가로 판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번 수천억대의 돈을 공공이 아닌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가져갔다. 이 후보는 불로소득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지만 땅을 선점한 민간 사업자들이 어마어마한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상황을 벌어졌다. 이러한 비리가 계속 쌓이다 보면 민심은 돌아서게 마련이다. 하지만 드러난 의혹들을 해소하고 진정 서민과 청년을 보듬는 정책으로 피력한다면 현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의견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은 30% 중반에 머물렀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정, 오만과 독선, 부도덕과 내로남불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 연루 의혹도 정권교체 여론을 더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제1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윤 후보와 국민의힘 책임은 막중하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권교체 여론이 60%에 이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윤석열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호감 역시 60% 안팎에 이른다는 점이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결’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기보다 '졸렬한 싸움'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심은 정권교체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우리 국민은 이미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적 불행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생긴 국민적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분열과 갈등을 치유·통합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문 정부는 출범 이래 4년 6개월 동안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나라'를 만들었다. 갖가지 규제와 급진적 정책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했고, 공정과 상식, 정의를 주장했지만 늘 말뿐이었다.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도덕성, 통치 비전, 정책 능력 등을 국민들은 철저하게 따지고 또 따져야 한다. 우리 앞에는 북한의 핵과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와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값, 팬데믹에 따른 경제 침체 등 난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주요 정당 후보 중 가장 늦게 대선 본선버스에 탄 윤 후보가 대선을 건강하고 생산적인 정책 대결로 이끌어 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 후보는 지금까지 검찰총장 시절 여권의 ‘설익은 검찰 개혁’에 대해 반기를 든 반문(反文) 정서 외에 특별히 정치력을 보여준 게 없다. 이제는 문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와 다른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이 만들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 선거는 집권 세력을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정치 엘리트'를 교체하고, 새 시대로 향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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