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한국의 임성재와 고진영 선수가 미국 프로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한국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고공행진 중이다. 임성재가 PGA에서 20승째를 올린 날, 고진영은 LPGA에서 자신의 10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임성재는 1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뽑아내며 합계 24언더파 260타를 기록하며, 2위 미국 선수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해 상금 126만 달러를 받았다. 고진영은 같은 날 뉴저지주에서 열린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 2위 독일 선수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 상금 45만 달러를 받았다. 한국 여자 골프는 이미 미국 프로 대회에서 198번이나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그 파워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 투어에서 국적이 같은 남녀 선수가 같은 날 우승을 한 것은 골프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는 한국이 세계 골프의 변방에서 골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섰다는 방증이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지난 2016년에 발표한 정규 2집 ‘윙스’(WINGS) 타이틀곡‘피 땀 눈물’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지난 10일, 8억 뷰를 돌파했다. 방탄은 이 앨범으로 2015년 ‘화양연화 pt.2’, 2016년 ‘화양연화 Young Forever’에 이어 3연속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했으며,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도 한국 가수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총 34편의 억 단위 조회수 뮤직비디오를 보유하게 되었다.


    멤버들 모두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외모면 외모, 월드 가수로서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특히 방탄 멤버 중 지민은 데뷔 3년만에 미국 타임지 선정, 가장 많이 언급된 가수에서 프린스, 저스틴 비버, 비욘세 등의 세계 유명 아티스트를 제치고 개인 1위에 올라 일찌감치 글로벌 최고 인기를 증명해왔다. 또 2018년에 이어, 지난달에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개회 세션에도 특사자격으로 참석해 청년과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미래 세대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 칭한 부분은 인상 깊었던 대목이었다. 이에 세계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극찬을 쏟아냈다.  현재 젊은 세대가 코로나로 좌절하고 자신들을 ‘로스트 제너레이션’즉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으며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가 담겼다. 연설뿐 아니라 유엔 회의장 건물을 배경으로 검은색 수트를 입고‘즐겁다, 춤추자, 평화’를 뜻하는 국제 수화를 이용한 퍼포먼스는 더욱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방탄은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준 노래와 행동, 말은 매시간마다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한국 영화도 최근 한국을 알리는데 큰 몫을 했다. 작년에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부터 작품상과 감독상 등 오스카 4개 부문을 석권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생충은 계급사회의 적나라한 아픔을 담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현대 사회에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사회 계급을 주제를 한 영화였는데, 기존에도 사회 불평등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기생충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기득권의 갑질, 착취와 같은 선악의 대립이 아닌 계급의 차이를 은유적으로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점과 디테일한 스토리 전개는 세계인들의 가슴에 공통분모로 작용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기생충에 이어 영화 미나리도 그랬다. 콜로라도 출신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등 오스카 6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출연했던 배우 윤여정 씨는 올해 초 한국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이 또한 한국 영화를 세계적인 예술 작품 대열에 올려놓았다. 80년대 이민 온 한국인 가족의 삶을 담고 있는 영화 미나리는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지만 한국어가 많이 나오고, 한국적 정서가 깔려 있다. 굴곡진 삶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란 이름과 힘, 그 따스함이 영화에 짙게 배여있는 탓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한국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높은 시청률 외에도 부수적인 효과가 정말 크다. 프랑스에서는 체험관이 생겼고, 중국에서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은 초록색 츄리닝은 자기들이 원조라고 우기는가 하면,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캠퍼스에서는 경찰차 확성기에서‘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한국말로 외치자 모두가 정지한 상태로 있는 모습이 월드 뉴스에 나올 정도다. 이러한 인기는 필자의 주변에서도 와닿는다. 지난 주말 집에 놀러 온 큰아들의 미국 친구들이 달고나에 대해 물었다. 한국 발음으로 ‘달고나’를 정확하게 발음해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오래전에 구입해두었던 달고나 세트를 꺼내자 그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타이머까지 맞춰두면서 게임을 시작했고, 딱지를 만들어 딱지치기를 하는가 하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드라마에 나오는 놀이들을 체험하느라 밤 11시가 넘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리고 너무 놀아서인지 배가 고프다면서 한국의 최고 인기 먹거리 중 하나인 라면까지 맛나게 끓여 먹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이때다’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이 한국의 것을 알리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생각말이다.


    지난 토요일은 한글날이었다. 한국학교 협의회 주최로 열린 한국 전통놀이 체험 시간이 마련되었다. 달고나, 공기놀이, 제기차기, 태극기 바람개비 등 한국의 놀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한국 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행사여서 이번 체험장은 더욱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학교협의회의 노고에 감사한다. 그리고 매년마다 이 행사가 더 큰 행사로 자리잡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는 각 학교에서 참가하는 학생들은 미국 친구들을 동행해 같이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달고나 하러 같이 가자고 하면 선뜻 나서는 미국 친구들이 이제는 많을 듯 싶다.  이처럼 한국의 골프선수, 가수와 노래, 영화, 드라마, 놀이 등으로 인해 이미 많은 이들이 한국의 것에 푹 빠져 있다. 이러한 학교 행사를 이용해 간단한 한국어까지 꾸준히 가르쳐준다면, 한국어를 주류사회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인들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외에 더 많은 한국말에 익숙해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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