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10년의 추적 끝에 미국은 27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건‘공적 1호’를 사살하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지난 1일 밤 백악관에서 오사마의 죽음이 공식 발표된 이후 미국 전역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사마의 죽음이 확인된 이후에도 은신처 침투 과정, 시체 수장 진의, 생포하지 못한 이유 등의 갖가지 의문들이 난무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가장 큰 성과를 달성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사마 사망 소식을 실은 덴버 포스트지의 1면에는 국민들이 환호하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9·11테러 이후 오사마는 미국인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9·11테러가 어떤 사건인가. 2001년 9월11일 민간 항공기를 탈취한 테러분자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붕괴시키고, 국방의 중심인 펜타곤을 부숴 미국을 절치부심 속으로 빠트린 대 사건이었다. 전대미문의 본토 피격으로 미국은 변화를 강요 받았고,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즉각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세력에게 협조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대 테러전쟁을 선포했다. 전 세계를 미국편과 테러편으로 갈라 반(反)테러연합전선을 형성해 대 테러 전쟁을 수행했다. 미국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속전속결로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대 테러 전쟁을 개시했으나 군사적 승리는 잠깐이었을 뿐, 전쟁은 10년 간 계속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끈질기게 오사마를 추적한 미국 국가 정보력은 이번에 또 한번 찬사를 받게 됐다. CIA는 8개월간의‘제로니모 E - KIA’작전을 빈틈없이 실행해 빈 라덴 제거라는 대어(大魚)를 건져냈다. 이러한 성과는 국가의 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국가정보력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9·11 테러 후 국가 정보의 거대한 실패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국가 정보시스템을 철저히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CIA는 9·11 테러 이후 사전 정보 판단 실패에 대한 책임을 치밀하게 추궁 받았다. 그 후 2004년 미국은 국가 정보 기구 체제를 전면 개편해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했고, DNI는 정보기관들 사이에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신속하고 종합적인 판단 기준을 제공했다. 이 같은 작업은 지난 10년 동안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교체됐는데도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결과 마침내 알 카에다의 수괴를 처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빈 라덴이 사망했다고 해도 테러는 종식되지 않는다. 제2, 제3의 빈 라덴이 등장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알카에다의 전사 빈 라덴을 만든 것은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 1979년 소련이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 아프간을 침공하자 미국은 이슬람 무장세력을 양성해 대적했다. 빈 라덴은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가 반미로 돌아선 것은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이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장기 주둔한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그와 알카에다는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 폭파 기도에 이어 1998년엔 케냐와 탄자니아 미국대사관을 폭파했다. 9·11 사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9·11 사태 직후 미국은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의 인도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아프간을 침공했다.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고, 이에 맞선 테러가 빈발했다. 사실상 탈레반 조직도 중앙아시아 원유들을 인도양으로 실어내는 아프간 내 송유관 건설을 위해 미국이 양성한 세력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셈이다.

 적장이 죽은 지금, 이제는 전략을 수정할 시점이다. 이슬람과 테러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중동을 ‘한 덩어리’로 테러의 온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할 때다. 이번 작전의 성공은 전 세계에 많은 교훈을 준다. 미국은 테러분자들을 끝까지 추적, 반드시 징벌한다는 것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위해 보안을 철저히 지킨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8월부터 수십 차례의 정보회의와 국가안보회의가 있었음에도 정보 유출이 전혀 없었던 것은 경탄할 만한 일이다. 10여 년 동안 한 순간도 중단하지 않고 오사마 소탕에 전념해온 사실은 대한민국을 향해서도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의 국정원이 무능력하게 된 데에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문성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따른 코드 인사, 특정 지연 인사에 휘말리면서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못해왔기 때문이다. 8년 재임기간의 대부분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보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정의는 실현된다”고 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 싸우는 건 국가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대한민국은 김정일 정권의 무력 도발과 테러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최후를 맞은 빈 라덴, 그의 죽음이 테러 없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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