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골프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팬데믹의 시간을 보내고 모처럼 모인 한인들의 행사를 축하라도 하듯 햇살은 눈부셨고, 바람은 적당하고, 하늘은 쾌청했다. 대부분의 골프대회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가를 못하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대회에는 등록된 128명의 선수가 전원 참가했다는 기록을 세웠다.


   8월을 한주간 남겨두고 골프대회를 기획했으니 사실상 주최측의 부담은 컸다. 대회 준비를 하는 것도 빠듯한 시간이었는데 무엇보다 등록선수가 많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가 나간지 2주만에 128명의 선수들이 초고속으로 결제까지 마쳤고, 대기자 또한 50명이 넘었다. 심지어 대회 전날까지도 출전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신문사로 전화를 해 혹시나 못 오게 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골퍼들도 있었다. 필자는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행사를 열었지만, 이번 골프대회만큼 호응이 큰 행사는 없었던 것 같다. 


   사실 필자는 2년 전에 이미 골프대회를 기획했었다. 그래서 골프대회 때 선수들에게 나눠 줄 우산도 구매해 두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골프장이 없었고, 마음에 드는 골프장은 그린피가 비싸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다 팬데믹이 터졌고, 일년동안 잠자코 시간을 기다렸다. 올해 4월 필자는 네번째 백신클리닉을 마치자마자 이제는 골프대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한인들이 좋아하는 골프장을 둘러보았지만, 팬데믹에 가장 즐기는 스포츠가 골프가 되면서 골프장을 예약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덴버의 고급 사설 골프장인 파인허스트 컨트리클럽의 주주인 조영석 전 한인회장과 동석한 자리에서 대회 얘기가 나왔고, 대회 개최의 염원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운 좋게 9월 13일에 잡혀있던 한 토너먼트가 취소되면서 한인사회에도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비싼 그린피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린피 최소 130불, 점심 30불, 저녁 55불 정도를 계산해도 어림잡아 일인당 2백불이 넘었다. 그런데 조영석 전 회장의 주선으로 할인을 받았고, 수많은 후원업체들이 협조를 해준 덕분에 돈걱정 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공정한 경기였다. 그래서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 페리오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주최측의 결정에 따라 18홀 중 주로 6개 홀을 선택해서 핸디를 계산하는 방식인데, 포커스는 이번 대회에서 6개홀 대신 12개홀을 선택하는 번거로움을 택했다. 그래도 1등과 2등은 공정한 방식으로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1백여명이 넘는 선수들의 스코어 카드를 받아, 미리 만들어 놓은 수학 공식에 18홀에서 친 타수를 대입해 순위를 가렸다. 


   두번째 중점을 둔 부분은 경품이었다. 챔피언과 1등, 2등을 하지 못했어도 많은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은 경품을 준비했다. 경품이 50여 종류가 넘어 추첨 시간도 두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대회 끝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세번째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분위기였다.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점심은 넓은 야외 패티오에서, 저녁은 실내 연회장에서, 마치 휴양지 호텔에서 골프를 치고 식사하는 듯한 럭셔리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참가자들로부터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멋진 대회를 열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저녁 내내 들었으니, 필자의 바람은 어느 정도 맞아들어간 것 같다. 


   마지막은 상금 부분이다. 더 많은 선수들에게 상금을 주기 위해 파 3홀 전부에 근접상과 홀인원 상을 걸었다. 특히 홀인원에 현대 팔리세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현대 제네시스 등 자동차 3대와 현금 1만달러가 걸렸다. 이 상품들은 일종의 호객행위 일수도 있지만, 대회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번 골프장 내에서도 우리의 대회 규모가 엄청나다며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홀인원은 나오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챔피언, 1등보다 가장 큰 박수를 받았던 것은 행운상이었다. 행운상은 최고령 할아버지, 할머니 선수에게 돌아갔다. 두분은 각각 혼자서 등록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신문광고가 나가자 마자 다친 허리를 붙잡고 신문사로 찾아오셨던 박종열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 허리를 다쳤는데, 대회까지는 한달이 남았고 죽기 전에 골프대회에 나가보는게 소원이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이날 18개홀 라운딩을 무난히 마쳤고, 행운상을 받았다. 천순자 할머니는 올해로 71세다. 신문사에서 등록을 받을 때 조편성을 위해 핸디를 여쭤봤는데, 48개라고 했다. 못 치지만 꼭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천 할머니 또한 무사히 라운딩을 마치고 행운상을 받았다. 이날 함께 한 128명의 선수들은 이  두분에게 따뜻한 격려와 존경의 박수를 오랫동안 보냈다. 우리 모두는 특히 할아버지가 인생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성공한 것에 감동했다. 이들은 연령과 핸디캡 제한없이 흔쾌히 선수로 받아주고 라운딩을 하게 해 준 주간포커스에 감사 또 감사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꾸밈없이 마냥 행복한 얼굴은 모든 이들에게 더 큰 행복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골프대회는 주간포커스의 창간 15주년을 맞아 준비했다. 두가지의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팬데믹으로 우울한 한인사회에 미력하나마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고,두번째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011년 부터 청소년 문화축제와 동요대회를 격년으로 개최하면서, 청소년 문화축제는 벌써 7회,  동요대회는 5회째를 마쳤다. 모두 주간포커스가 주최를 해왔고, 2016년부터 청소년 재단을 만들어 함께 공동주최를 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되어 왔다. 대회 전날 기금마련 골프대회에 참가한 분들에게 보여줄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지난 10년이 주마등처럼 지났다. 주간포커스가 콜로라도 한인사회에 값진 일을 했구나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청소년 문화축제와 어린이 동요대회 외에도 우리 2세들을 위한 여러가지 행사를 청소년 재단을 통해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간포커스가 한다면 무조건 믿고 후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두서없이 먹고 노는 행사가 아니라, 재미와 감동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함께하는 주간포커스의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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