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올림픽이 이번주에 개막한다. 공식 일정은 7월 23일부터 8월 8일이다. 아직 코로나가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어서 그런지 세계적인 선수들이 불참을 선언하고, 참가 선수들의 연이은 확진판정 등 시작 전부터 말이 많다. 특히 한국과의 신경전은 개막전부터 이미 한일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 선수촌 테라스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제게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전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따온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가 곧바로 이순신은 반일 영웅으로 한국에서 신격화되고 있다며 현수막을 문제 삼았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고, 지난 주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정치적 선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올림픽헌장 50조 위반을 들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IOC 약속을 받고 현수막을 내렸다. 그리고 ‘범 내려온다’라는 문구와 한반도 모양의 호랑이가 담긴 현수막을 대신 내걸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욱일기는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으며,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어 IOC의 약속이 이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 선수촌 인근 도로에서는 일본 극우단체인 국수청년대가 기습적으로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갑자기 차에서 내려 촬영 중인 기자에게도 달려들어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차량에는 일본 국기와 함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붙어있었다. 일본 측은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정치적인 시위일 뿐 혐한 단체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확성기를 잡은 그들은 욱일기를 흔들며 한국 대통령과 한국인을 비하했다.


   10년 동안 욱일기 퇴치와 독도 수호 운동을 벌여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5월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서 시마네현 위에 작은 점을 발견했다. 일본이 독도가 마치 일본의 땅인 것처럼 표시한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올림픽위원회는 한반도기에 독도 표시 삭제를 권고해, 한반도기에는 어이없게도 독도가 빠져있다. 그래서 한국도 IOC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인 것처럼 표시한 일본 올림픽 홈페이지에 대해 항의했지만, IOC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대놓고 일본편을 들었다. 올림픽 최상위등급 공식후원사 13개 중 일본 기업은 도요타, 파나소닉, 브리지스톤 등 3개인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 1개 뿐이다. IOC가 한국의 평창올림픽 때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훗날 일본은 독도가 너희 땅이 아니라서 평창올림픽 때 뺀 것이고, 도쿄올림픽 때는 우리 땅이라는 기록으로 남겨뒀다는 주장을 할 여지가 생겼다. 현 정부가 북한과 올림픽을 공동개최하겠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 우리의 영토를 스스로 포기한 아둔한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번 통감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올림픽 개막식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일본의 망언 파문이 또다시 터졌다. 이웃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 참석을 하지 않는 것도 보기 좋지 않은데, 일본 측이 정식으로 한국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아 모양새가 빠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마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을 겨냥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서, 도쿄올림픽 개막식날 열릴 예정이었던 한일정상회담에서 꼬인 관계를 풀고자 했던 정부에게 악재가 겹쳤다. 소마 공사는 한국 기자들과의 오찬을 겸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나라 관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하면 정중히 맞이하겠다고 말한 스가 일본 총리의 발언은 외교적인 표현일 뿐이라며 한국을 깎아내렸다. 하지만 주한 일본대사관 2인자인 소마 공사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혀 왔다.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국 정서도 잘 아는 소마 공사의 이번 발언을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망언이 나온 것은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오만한 외교적 태도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에 한국의 여야 대선후보들은 “차마 글로 옮기기도 민망한 성적 표현으로 문 대통령을 비하했다, 외교관이 주재국 대통령에 대해 한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몰상식한 일”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엇갈린 과거사 문제 판결을 놓고 가해자로서의 근본적 책임은 외면한 채 과거사 해법마저 한국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 나흘을 앞두고 일본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가 IOC로부터 욱일기 관련 약속을 받아낸 건 잘한 것이다. 하지만 극우단체를 포함한 일본 정부 자체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없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욱일기 응원이 있었다. 어떻게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 사용했던 제국주의 군기를 거림낌없이 꺼내 드는지 불손하기 그지없다. 이번 기회에 ‘욱일기=전범기’라는 것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한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 정부 간에 해결해야 할 일이다.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한 도쿄올림픽은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이라는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있다. 이 목적을 제외하면 코로나 시국에 올림픽을 강행할 명분이 없다. 일본정부와 조직위는 올림픽 자체보다 정치적인 이익에 관심이 크다.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선수들은 냉정해야 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선수들이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욱일기와 독도 표기는 선수들이 아니라 체육회와 정부가 해결할 문제이다. 도쿄올림픽에 29개 종목에 총 354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우리나라는 금메달 7개 이상을 따내 종합 10위 안에 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니 지금은 정치보다는 오로지 대회에만 집중하는 것이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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