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번주부터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내년 3월9일에 실시되는 대선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대통령 선거를 10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이같은 상황에서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후보를 추려 오는 9월 최종 후보를 뽑기 위한 일정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예비경선 후보자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총 8명이다. 야당도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범야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가능성이 점쳐지는 주자는 14명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이 출마를 선언했고, 김태호,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도 출마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지난 월요일 등록을 마쳤다. 모쪼록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대통령이 선출되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몇 명을 제외하고는 18대, 19대에도 거론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그렇다보니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선거 역사를 살펴보면 황당했던 공약들이 많았다. 작년 총선시 울산 중구의 한 민주당 후보는 국회의원 복장 단속을 공약으로 내세워 회기 중에는 백의 민족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게 해, 쌈닭의 이미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남시 수정구의 한 의원은 공군기지인 성남 서울공항을 개방해 일반 시민들이 동남아 여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면세점까지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공항은 수도권 핵심전략 시설로 대통령 전용기가 뜨는 곳이기 때문에 보안상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우리공화당은 북한정권 교체를 공약으로 내걸었는가 하면, 녹색당은 동물을 산 채로 조리하는 것을 규제하겠다면서 산낙지를 먹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더 황당 공약이 더 많았다. 박 대통령에게 잘보이고 싶어서였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이 봇물을 이뤘다. 경북에서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자라는 공약이 나왔는가 하면, 경남 사천에서는 박정희 고등학교 설립을 공약했다. 또, 전 국민에서 생활비로 매달 60만원씩 지불하고, 결혼자금은 5천만원, 출산하면 3천만원을 준다는 허무맹랑한 공약도 쏟아졌다. 이외에도 무상버스, 100원 택시, 무상 인터넷, 대학입학금 폐지 등이 공약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설령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타당성 검증을 거치고 발표를 해야 하는데, 어떤 선거철이든 이처럼 책임감 없는 공약은 늘 남발되어 왔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공약들도 많았다. 집값이 오르고,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긴 했지만, 서민주택 공급확대와 재건축 계획은 누군가는 나서 걸어야 했던 공약이었을 것이다. 아동학대와 성범죄 처벌 수위 강화, 저소득층 지원 확대, 입시제도 재평가, 세금제도 개혁 등의 공약은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된 공약들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를 안정시키고, 서민을 부강케하겠다는 전략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공략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들의 식상함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후보자들은 개성있는 공약을 내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공약은 어떨까. 2020년 기준으로 750만명의 재외동포들이 전세계 180개국에 걸쳐 살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와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숫자이다. 그렇다보니 대한민국의 국격은 750만의 자존심과도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에 대선에 나설 대통령 후보들 역시 글로벌 시대에 선진 한국을 이끌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래서 첫번째 공약은 단연 영어와 관련된 것이길 바란다. 매시간 전세계와 교류하는 지금 대통령 임기동안 빠질 수 없는 일정이 정상회담을 포함한 전세계 전략자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이때마다 아쉬운 것이 대통령의 영어 실력이다. 뉴스에서 커버되는 공식일정의 비중은 그리 길지 않다. 오히려 함께 식사를 하거나, 회의를 기다리거나, 회의 중간중간의 휴식시간 등 공식일정 외의 시간이 훨씬 많다. 만약 이런 시간에 대통령이 통역관을 통하지 않고 영어로 그들과 소통한다면 국가간의 사이도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를 쓰면 굴욕외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태교로 영어방송을 듣고, 영어 유치원, 원어민 영어 수업, 해외연수, 유학 등으로 스펙을 쌓고, 취업을 위해 토플과 토익 학원에, 취업 후에도 승진 등을 이유로 영어 공부는 계속된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한국 사람들이야 말로 영어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민족이다. 국제 사회에서 스페인어, 프랑스어와 같은 언어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 공용어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영어의 범주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통령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영어실력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기왕이면 각국 정상들과의 식사시간이나, 우정을 나눌 때 우리의 대통령이 유창한 영어로 분위기를 휘어잡는다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과 입지를 굳히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두번째는 재외동포에 대한 정책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 한국의 일방적인 국적법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이 법의 시작은 미국내 원정출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미국에서 태어나  사는 한인 2세들에게 악법이 되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들이 이중국적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살다가 연방정부 취직시, 사관학교 입학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올해도 미국에서 출생한 한인 2세가 태어날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자동취득된 한국 국적으로 인해 공군사관학교의 합격이 취소되었다. 또, 최근 한국정부는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어도 한국 방문시 직계가족이 없으면 자가격리 면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즉, 형제 자매 방문시에는 격리를 해야한다. 이같은 실효성 없는 법과 정책은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들에게 괜한 트집을 잡는다 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이는 국가 스스로 모국을 등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미래의 대한민국에서도 영어나 다른 외국어가 유창한 유학파 출신의 대통령 후보들이 흔히 등장하겠지만, 이번 대선부터라도  자연스럽게 각국 정상들과 소통하고, 재외동포들의 불편함을 먼저 찾아보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이끌 수 있는 후보들이 대거 출마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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