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덴버 한국일보로 발령을 받고 콜로라도에 처음 왔던 2004년에도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노인회는 재판 중이었다. 한인회관 매각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당시에는 한인회관에 노인회가 셋방살이를 하는 형태였다. 양측 입장이 팽팽해 법원에서는 회관을 팔아서 각자의 길을 가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한인회는 변호사비와 통역비로 회관 판 돈을 모두 사용해 빈털터리가 되었고, 노인회는 돈을 남겨 지금의 회관을 샀다. 그때 필자는 덴버로 갓 발령을 받은 때여서 자세한 속사정을 따져 보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당시 한인사회가 두 편으로 나눠어 있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금세 알 수 있었다. 한인회는 바비 김과 오창근, 박준서씨가, 노인회는 조영석, 고 강종모, 조석산씨가 주축이었다. 그리고 그때 나누어졌던 그들의 전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주변에서 동조하는 사람들 몇 명만 새로 끼어들거나 빠졌을 뿐, 그 중심의 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인사회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인회의 재판은 연기되어 내년 초에나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두 개의 한인회는 2019년 1월 어렵사리 통합하면서 한인사회가 화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2년도 채 되지 않아 내분이 일어났다. 한인회의 문제는 지난해 8월 조석산 전 회장이 현 이사회를 인정하지 않고, 또 하나의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가시화되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그 이전부터 이사회의 방해로 회장으로서 그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사들의 자격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었다. 이후 이사회가 조씨의 회장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결국 양측은 각각의 선거관리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서로가 진짜 콜로라도 주 한인회라고 주장하면서 같은 이름을 건 한인회 아래에 두 명의 회장이 탄생했다. 그리고 누가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명칭을 사용할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한 재판이 걸렸다. 하지만 명칭은 더이상 교민들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봉사한다면 그것이 진짜 한인회로 인정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회의 본 재판도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예비 가처분 신청에 관한 판결이 2주전에 있었지만 확실한 판결은 본 재판이 끝나봐야 안다. 노인회관은 참으로 어렵게 마련된 건물이었다. 한인회관내 셋방살이의 설움을 딛고, 간신히 마련된 한인사회 재산이다. 이 회관을 마련하는데는 고 강종모 회장의 노고가 무척 컸다. 그 분이 돌아가시기 한달 전, 주간포커스에 서류 뭉치를 가지고 들렀다. 그 서류뭉치에는 노인회관과 한인회관 매각 당시의 입출금 내역서 및 재정 서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노인회관을 지키기 위해 서류를 믿고 맡길 곳이 주간포커스 밖에 없다며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그 이후로 필자는 강 회장의 유언에 따라 노인회관이 잘 운영되길 누구보다도 바랬다. 
 

     문재만 회장이 노인회의 전성시대를 이끌면서 그의 재임 기간동안에는 회관이 매주 노인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회관의 운영이 예전과 같이 않자, 올해 초 이명진씨가 주축이 되어 노인회 정상화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경찰에 고발했고, 결국 한인회 재판과 비슷한 시기에, 노인회의 이 두 그룹도 법정싸움에 돌입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나마 양측이 회관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다행이다. 그리고 누가 노인회를 운영하든, 회관을 마음대로 팔지 않고 잘만 운영하면 비난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한인회와 노인회에 이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곳은 체육회이다. 스포츠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정정당당하게, 소통하고 화합을 이끌어 내는데 적격이다. 그런데 콜로라도 체육회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분란이 예상되었다. 주간포커스는 재미 콜로라도 체육회의 회장자리를 조기선씨가 오랫동안 잡고 있어 젊은 체육인들의 활동이 저조하게 되자, 이를 질타하면서 새 체육회의 발전을 응원했다. 그래도 20여년동안 체육회 회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조기선씨는 새로운 체육회 창립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체육회 측에 타협점을 찾기 위한 미팅을 제의했다. 하지만 묵살당했다. 이처럼 체육회는 타협점을 찾을 노력도 하지 않고 한인사회내 위아래도 없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또, 창립 1년도 안되어 갑자기 축구협회 회장을 체육회와 상관없는 이유로  제명한다고 하더니, 테니스협회도 자기들의 말을 안듣는다는 이유로 또하나를 만들었다.  테니스협회는 1회 콜로라도 테니스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 준비위원회에서 테니스협회의 창립에 대해 논의되었고, 체육회와는 별도로 결성된 단체다. 미주체전 출전을 위해 잠시 공조를 했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체육회가 상호협력이 아니라, 명령에 복종하라는 식의 상하수직 관계를 요구하면서 두 단체간의 불화가 생겼다. 결국 테니스협회는 체육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체육회로부터의 탈퇴이지, 테니스협회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체육회는 기존의 테니스협회가 있음을 뻔히 알고도, 똑같은 명칭의 테니스협회를 만들어 분란을 자초했다. 당시 기존의 테니스협회는 팬데믹 상황이어서 활동을 하지 못하고,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체육회에서 새로운 회장을 세우면 좋겠다 라는 합리적인 내용을 전달하면서 미팅을 요청했지만, 체육회는 이를 또다시 묵살했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체육회는 문제가 생기면 대화와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거슬린다고 간주해서 바로 내쳤다. 이는 화합과 배려의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되며,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체육회가 커뮤니티에 존재할 의미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한인사회가 이렇게 혼탁해진 이유는 서로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싸움을 부추기는 사람,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인회도 두 개, 노인회도 두 개, 테니스협회도 두 개가 만들어진 형국이다. 그리고 체육회도 자중하지 않는다면 언제 두 개로 만들어질지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