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동맹을 대놓고 과시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일본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것도 한국을 사이에 두고 말이다. 얼마전 일본이 미국의 동의하에 방사성 오염수를 앞으로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본 정부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일본의 오염수 바다 방류를 지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3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저장 용기에 담아 보관 중인 다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2년 뒤부터 바다로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오염수는 125만톤 정도인데 하루 140톤 정도씩 늘고 있다. 내년 10월쯤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는 이 오염수의 안전성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오염수 대신 ‘처리수’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있는 일본은 다핵종 제거설비 등으로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한 핵종을 제거하고 희석해 방출하겠다지만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지난 2018년 도쿄 전력에서 정화작업을 끝낸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잔류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체내에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삼중수소다. 오염수는 정화 설비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다고 하지만 물 분자 구성 물질로 들어 있는 삼중수소는 걸러내지 못한다. 일본은 그것을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국제보건기구 식수 기준치의 40분의 1 정도로 떨어뜨린 후 3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로 들어가는 삼중수소의 총량은 결과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즉, 일본은 오염수 해양 배출 시 총량 대신 농도로만 규제하는 국제법을 악용한 꼼수를 부리는 셈이다. 일본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를 덮는데 급급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가토 관방장관은 “한국·중국을 포함해 인접 국가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말뿐이었다.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발표하면서 자국 어민 피해는 도쿄전력이 배상하기로 했지만 한국 등 주변국은 외면했다. 지금도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는 제한적 정보만 제공하고, 국제원자력기구 모니터링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망언 제조기로 악명이 높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또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에 관해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며 주변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물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한국 국민 건강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도 있기는 하다. 방류 오염수는 대부분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확산되어 극히 일부만 남쪽으로 이동해 동해로 들어올 수 있지만 그 양은 후쿠시마 방류량의 0.00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산물을 즐겨 먹는 한국인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보관 오염수의 70%엔 삼중수소뿐 아니라 기준치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포함돼 있다. 일본은 이것 역시 정화해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인접국의 불안을 털어낼 수 있는 투명한 모니터링 절차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더이상 오염수 보관 장소가 없다면 주변 주민들 동의를 구해 부지 밖에 보관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었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년 정도이기 때문에 30년 정도만 더 보관하면 80% 이상은 사라진다. 성의만 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방류를 뒤로 늦출 수도 있었다. 원전 폐로 일정에 얽매이기보다는 저장탱크를 대폭 증설해 위험성을 낮추는 게 우선이었다. 도쿄올림픽 등을 앞두고 골칫거리를 없애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비록 일본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지만 일본내의 해양 및 수산물 관련 사업자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유엔 보좌관들도 후쿠시마 오염수는 환경과 인권에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이 오염수 방출을 결정한 직후 일주일만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금방 흥분하다가 금세 가라앉는 냄비 근성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일본이 오염수 바다 방류를 결정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의 15개 국가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본산 농림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는 상당기간 유지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도 유럽 연합, 인도네시아 등은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의무화 하고 있으며, 중국 한국 대만 마카오 홍콩 미국 등도 일부 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일본은 국제회의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일본 수산물 식품에 대한 규제를 풀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늘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안전기준에 의한 것이라며 대놓고 일본편을 드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원자력 오염수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도 수십 기의 원전이 존재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계속 늘어나는 원전 오염수를 마냥 저장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국의 기술자들이 원전의 삼중수소를 정화할 수가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니 이를 적절히 이용하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이웃 국가의 불안을 고려 않고 미국의 동의만을 최우선이라고 믿는 일본의 처신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또한 한국 정부는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정책을 하루속히 강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세계 원자력 기구에 비용 공동 부담을 제안해서라도 완전한 정화를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 역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해양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안전성이 담보되고, 미국이 아니라 직접 영향권에 있는 주변국의 허락을 받은 후 방류 문제를 논의하는 태도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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