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백신을 양껏 확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은 풍족하게 보유한 덕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최소한 1차례 백신을 맞았다. 연일 언론들은 신규 확진자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인도와 같은 국가들을 소개하며 미국인들은 백신의 풍요를 즐기고 있다며 부러움 반 시기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백신 방역에 F점수를 받아 부끄러웠던 미국은 이제 부러움의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5월 중순이면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백신 풍요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와닿는다. 지난주 제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주간포커스 백신클리닉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주 보건국과 연계해, 매 클리닉마다 모더나 5백도스씩을 접종한 소수인종 클리닉은 많지 않다는 것이 주지사의 설명이었다. 특히 한인들에게 최대한 많은 백신을 할당하려 했던 주간포커스 백신 클리닉의 노력에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폴리스 주지사는 우리가 요청한다면 화이자 백신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사실 포커스가 한인들을 위한 백신 클리닉을 오픈한 것을 주지사까지 나서서 피드백을 듣고, 앞으로의 지원까지 제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콜로라도주에서 한인사회가 차지하는 비율은 타인종에 비해 극히 적다. 그런데, 직접 연락을 하고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면 주정부가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주민들에게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지난 1월 이후 콜로라도에서는 매일 클리닉이 열리고 있다. ‘백신을 때려 붓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많은 양의 백신이 오늘도 공급되고 있다. 이렇게 각 주마다 풍부한 백신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전체를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컸을 것이다. 취임 초반 코로나 대응에 집중해 전 국민 접종시점을 앞당기며 '백신 속도전' 을 내세운 것이 성공한 셈이다. 공화당이 규모가 너무 크다며 강력히 반대한 경기부양법도 결과적으로 호평을 끌어냈다. 개인적 쇼맨십에 기대며 매일같이 소용돌이를 일으킨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부통령과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며 쌓은 정치 경력과 소탈한 '이웃집 조 아저씨'의 이미지로 미국을 정상화시키고 있다. 충분한 백신 공급은 단시간 내에 확진자 수를 줄여주진 않겠지만, 집단면역의 단계에 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콜로라도의 경우는 인구 절반 이상이 백신접종을 했다. 고등학생들의 접종도 이미 시작되었다. 백신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더글라스 카운티는 식당에 인원 제한을 없앴고, 야외에서는 마스크 프리를 선언했다. 타 카운티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외식과 야외활동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그동안 위축되어 있던 소비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수많은 경제보조금을 풀었다. 이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돈을 벌 수 없다는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좋은 방법이 되었다. 실업급여, 정부대출, 직원월급보조금, 가정 지원금 등, 어림잡아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가정당 1만 달러 이상, 10인 직원 기준으로 한 업체는 20만달러 이상의 각종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특히 실업급여의 경우는 일하고 받던 월급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는 현상이 나오면서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을 정도로,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많은 돈을 풀었다. 이는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고, 회사 운영이 불분명해진 국민들에게 국가와 주정부가 함께 고통을 나누겠다는 의지로 보여지면서, 국민들에게는 '경제 백신'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내 분위기와는 달리, 한국은 이번 주에도 방역총력전이라는 타이틀 아래, 5인이상 식사금지와 강력한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등의 지침을 다시한번 시행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경제적 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쥐꼬리만한 금액이라도 받으려면 그때마다 여야의 찬반 논란이 극에 치달았다. 코로나 백신 부족사태로 확진자의 폭증현상 역시 심각하다. 이달 들어서도 코로나 확산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언제 천명대로 올라설지 모를 지경이다. 올해 초 7월경 집단면역을 예상했던 한국정부는 11월로 말을 바꿨다. 화이자 추가 백신 계약체결, 쾌거라는 소식도 들리지만, 이는 쾌거가 아니고 다행이라는 표현이 맞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11월에도 집단면역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와중에 정세균 전 총리는  백신 부족 논란에 대해 상당히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계약임에도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미국 제약사와 계약을 제때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년 넘게 방역과 백신 확보 문제를 책임져온 사람이다. 주요국에 비해 백신 계약이 늦은 것이 명확한데도 어떻게 ‘제때’ 계약을 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한국정부가 백신 부족을 인정 않고 온갖 남탓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벌써 화이자에 웃돈을 주면서까지 내년, 후년까지 쓸 백신 9억명분에 대한 계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불공정 계약이라고 제약사를 탓하고, 불편한 표현을 쓰며 미국을 탓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온갖 수단을 써서라도 일단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백신 반입을 앞당겨 코로나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을 맞으면 한국에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계획을 수없이 세웠다. 하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우리가 2차까지 백신 접종을 했다고 해도, 한국 입국을 위해서는 여전히 2주 격리와 깐깐한 코로나 검사가 의무이다. 한국의 백신 확보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집단면역에 가까워져, 별다른 제재없이 한국을 방문할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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