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백신 접종률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성인 4명 중 1명꼴로 1차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실제로 많은 한인들 또한 백신접종을 마쳤거나 진행 중에 있어, 백신 접종은 지금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내에서 접종을 완료하거나 진행중인 인구 비율은 확실히 전세계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해보면, 40~50대은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백신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도 많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라는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백신 접종 자체를 꺼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최전선 의료진과 대학병원 의료진, 75세 이상을 제외하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백신이 백퍼센트 안전하다는 얘기를 들어도 맞을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한국의 20대 건장한 청년이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받은 뒤 피가 뭉치는 혈전반응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백신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 그나마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로 인해 백신 접종률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하지만, 국민들 대부분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접종처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국민들이 얼마나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높은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간호사가 캡 열린 주사기로 약을 뽑고 파티션 뒤로 가서 캡이 닫혀있는 주사기를 가지고 나온 것을 보고는 대통령 부부가 배정된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는 내용이 온 SNS를 달구었다. 즉 가림막 뒤에서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진실을 떠나서 한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이런 오해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신뢰하는 종류의 백신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이런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소수의 예외가 있긴 해도 미국 국민들은 백신 접종을 꺼리기보다 하루빨리 백신을 맞고 싶어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1월부터 접종 대상자를 분류해 고위험군부터 접종을 시작했으며, 지난주부터는 50대부터 식당 종사자들까지 백신 접종이 가능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이가 50대 미만이더라도 교육, 정부, 그로서리, 식당 등 다양한 직업군에 해당되는 사람들도 백신을 맞아 빠르게 접종완료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처럼 백신 접종자가 늘어날수록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확연히 늘었다. 미용실에도 지난달부터 머리를 하러 오는 손님들의 수가 늘어났고, 스포츠용품을 파는 가게에도 캠핑을 준비하는 가족단위의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도로위 차량의 수도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필자 또한 1차 접종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일년내내 두꺼운 방역 마스크를 끼고 다니다, 접종 이후에 덴탈 마스크로 바꿀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방역에 대한 마음이 헐거워진 것은 맞다. 접종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외출은 물론 여행도 즐기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지난 3월 18일 본지의 첫번째 백신 클리닉을 마친 주말에 한인타운을 둘러보았다. 지난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내부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나 마치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특히 가동빌딩 내에 있는 맛나식당은 점심부터 너무 많은 손님들이 몰려와 재료부족과 체력소진으로 인해 저녁 영업을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주 미 질병통제센터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는 3피트도 괜찮다고 발표했다. 단, 스포츠, 행사, 합창연습 등 여러명이 모일 때, 학교 로비 등 공공장소를 이용할 경우, 또 점심 시간에 식사를 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기존의 6피트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물리적 거리를 3피트로 줄여도 된다는 이 공식발표에 따라 학교 측은 제한된 크기의 교실 안에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에 더글러스 카운티를 시작으로 다음주에는 체리크릭 학군을 비롯한 여러 학군에서 전면 대면수업을 실시한다. 이로써 학생들은 1년 3개월만에 정상적인 등굣길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지난달 독일에서 등교를 재개한지 불과 며칠 만에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문제가 되었다. 독일 남부 휴양지 보덴제(Bodensee) 근방의 소도시 아흐베르크의 한 초등학교 재학생이 코로나 변이에 감염돼 재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150여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각국에서 대면 수업을 재개한 뒤 발생한 첫번째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내 집단 면역을 올 7월 정도로 보고 있다. 지금의 미국내 접종 속도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발언이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누구에게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첫번째 사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벌써부터 사람들간의 왕래도 늘고 있다. 2차접종까지 마친 사람들간의 모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돼 만남의 분위기도 편안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황들이 자칫 심리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 1년간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는 사회적 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학교에서는 3피트 거리를 허용했지만, 자녀들에게 되도록이면 학교에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6피트를 고수하라는 충고가 안전할 수도 있다. 얼마남지 않은 여정이다. 모두 안전하게 집단면역의 단계에 들어설 때까지 3과 6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유지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