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정상이 쿼드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쿼드(Quad)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로, 이들은 암묵적으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쿼드 관련국들은 지난 12일 첫 정상회의를 열고, 민주적 기치의 닻을 올리고 억압으로부터 제한받는 지역이 없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대놓고 중국을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중국’을 겨냥한 셈이다. 사실 이 쿼드에 속해진 국가마다 중국과 맞서야 하는 이유가 하나씩은 있다. 미국은 전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강경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일본과 인도는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또, 호주는 코로나19 발원 조사로 인해 중국과의 갈등이 첨예한 상태다. 그래서 4개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인도 제약회사가 내년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생산용량을 10억회 접종분까지 늘릴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개발한 시노백 백신의 공급을 갈등관계인 인도가 나서서 견제하게 된 셈이다. 또, 쿼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인도태평양 지역내 환경에서 한반도 문제 역시 공동의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이번에 열린 쿼드 정상회의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쿼드 정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쿼드는 2004년 인도양의 쓰나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가 유명무실해졌고,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부활되었다. 즉,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해서 만든 협의체였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우선 순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화상으로나마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까지 낸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새 행정부의 의지를 잘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주류 언론들 또한 외교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쿼드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중심 부분이 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하며 쿼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또하나 눈에 띄는 사안은 북한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4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는데, 이는 앞으로 쿼드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부분이다. 이는 한반도 정세의 당사자인 한국이 쿼드에 반드시 합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주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5년 만에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이 열리는 것이다. 특히 블링컨은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바이든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조율과 함께 쿼드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 한일 갈등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쿼드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진 않았지만, ‘쿼드 플러스’라는 형태로 한국과 뉴질랜드, 베트남까지 범위를 확대할 것이란 언론 보도는 여러 차례 나왔다. 사실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는 한미 관계의 미래와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입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다. 그 첫째 이유로서,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안전을 지킬 보험이 될 것이다. 한미 동맹이 우리 안보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한다면, 쿼드는 이를 보강할 2차 보험 역할을 할 수 있다. 꼭 쿼드에 참여해야하는 두번째 이유는 쿼드가 실체를 갖추기 전에 참여하여 한국 입장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쿼드가 정상회의로 격상되긴 했으나 아직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핵심 4개국 간의 협의체에 불과하며 추구할 목표와 방향은 원론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한국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입장과 무관하게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안보 질서가 구축될 수 있다. 세번째, 한국의 쿼드 참여는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적절히 순화하고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각개격파 전략에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대항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개 국가에 대한 경제 보복을 모든 쿼드 참가국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하여 공동 대응한다면 승산이 있다. 쿼드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공동으로 우주정거장을 세운다는 발표가 있었다. 미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대결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관영매체는 쿼드 회담 바로 전날 한국은 중국과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으면 쿼드 가입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를 적극적으로 가동시킨 이상 한국도 어떻게 행동할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냉정하게 지켜보며 국익에 기반한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은 중국의 반발과 보복이 두려워 굴종과 예속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쿼드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은 쿼드 참여로 인해 새로운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 형성에 주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힘의 균형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객체로 전락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인 외교력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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