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미국에서 상영된 영화를 총결산하는 아카데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15일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는 '맹크',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 영화 16편이 35차례 호명됐다. 이 가운데 '맹크'는 10개 부문,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6개 부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5개 부문, '힐빌리의 노래' 2개 부문에 각각 노미네이트 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은 픽사의 '소울'과 함께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한인 2세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후보로 지명된 작품상부터 음악상까지 6개 부문에도 넷플릭스 영화가 경쟁작으로 떠올랐다. 작품상의 경우 '맹크',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트로피를 두고 다투며,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에 도전하는 윤여정은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와 여우조연상을 두고 경쟁한다. 이번에 발표된 후보는 1만여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이달 5∼10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했다. 후보 명단에 넷플릭스 콘텐츠가 두드러진 것은 극장 상영을 예정했던 기대작들이 팬데믹 여파로 연달아 개봉을 미룬데다 극장 상영을 해야 작품을 출품할 수 있었던 아카데미 규정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그동안 로스앤젤레스(LA) 극장에서 적어도 일주일간 개봉한 작품만 출품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 '아이리시맨' 등도 이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 3월 중순 LA 영화관이 모두 폐쇄되면서 해당 규정을 일괄 적용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AMPAS는 이번 시상식에 한정해 극장 상영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온라인 개봉작도 후보에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약진이 단순히 규정 완화 때문이 아니라 대세 흐름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영화 산업은 전통적인 플랫폼인 극장에서 새로운 플랫폼인 OTT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사람들의 외출이 제한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되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란 지적이다. 출품 자격 조건 외에도 아카데미는 코로나19로 인해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정보다 8주 밀려 다음 달 25일 열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극장이 폐쇄되고 신작 영화 개봉이 줄줄이 연기된 데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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