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한인회 29대 정기수 회장의 취임식이 지난 주말 오로라 소재 더블트리 호텔에서 열렸다. 사실 2주전 초대장을 받았을 때만 해도 삼일절 행사와 같이 열린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몇 명이나 참석할 수 있을지 다소 걱정스러웠다. 정기수씨가 이끄는 한인회를 싫어하는 몇몇 사람들이 이 한인회는 불법단체라고 떠들어 대고 있기 때문에, 단체장들은 마음이 편치 못해 당분간 한인회 관련 행사에 참가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고, 민심 또한 흔들려 취임식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개인 소견이었다. 그러나 취임식장에 들어선 순간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필자는 3시부터 잡혀 있던 취임식 일정에 맞춰 정각에 도착했는데, 필자의 걱정이 기우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많은 교민들이 이미 취임식장에 도착해 있었다. 참석자들은 발열체크 후 행사 안내요원들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테이블 배치를 받고 착석했다. 행사장을 둘러보니 콜로라도를 비롯해 전미주 각계각층에서 정기수 회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온 화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단 주변에는 화환을 더 이상 세울 곳이 없을 정도로 축하 화환들로 빼곡했다. 지금껏 한인행사에서 그랬듯 항상10~20분 정도 행사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고려해, 마이크 코프만 오로라 시장에게는 30분의 여유를 두고, 3시30분까지 행사장에 도착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인 행사에 초대받은 코프만 시장 역시 15분 가량 일찌감치 호텔에 도착해 한인 교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 의례를 마치고 행사장 뒤쪽을 돌아보는 순간 필자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한인들이 많이 모인 행사를 정말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이다. 족히 백명은 넘어 보였다. 호텔 측은 애초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제한된 인원만 식사 입실을 허용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셋팅된 식사 테이블 뒤쪽으로도 수 십명의 지역 인사들이 선 채로 혹은 테이블 없이 의자에 걸터 앉아 이번 한인회의 출범식에 참석했다. 오랫동안 정 회장과 인연을 맺어온 제프 베이커 아라파호 카운티 위원장은 태권도 마스터로서 주류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고 항상 정직하게 아이들을 가르쳐온 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덴버 쉐리프국의 서열 2위인 일라이어스 디긴스 경감은 평소 존경받는 태권도 마스터인 그가 한인사회의 리더가 된 것에 존경과 축하의 의미로 덴버시 쉐리프국이 특별히 제작한 기념 주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를 향한 주류인사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지는 동안 전직 한인회장들도 대부분 참석해 진심어린 박수를 그에게 보탰다. 정기수 회장이 취임사를 하는 동안 여러 감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참석 인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격려했다. 이런게 진짜 민심이 아닐까. 민심은 국가가 어려울 때 국민들이 합심해 서로를 격려하면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날 모인 동포들의 열기와 격려는 한인사회의 든든한 민심이 되어, 한인회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2년 전 한인회가 통합된다고 해서 우리는 반겼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두 개의 한인회가 존재해왔다. 콜로라도주 한인회에서 연결된 여섯명의 이사가 똘똘 뭉쳐서, 연합한인회에서 나온 회장 한명을 쥐락펴락했다. 마치 통합 처음부터 회장을 공격하기 위해 결성된 집행부와 이사회의 형태였다. 결국 그들은 회칙에 명시된 총회도 거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회장을 해임시켰다. 이는 엄연한 회칙위반이자 불법 행위이다. 이사의 자격도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이사랍시고 회장을 마음대로 해임하더니, 급기야 누가 선거관리위원장이며 누가 선거관리 위원인지도 모르는 그들만의 선관위를 구성했다. 그리고 결국은 회장을 내친 그 여섯명 중 한명이 회장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극히 비상식적인 한인회장 선출방식이다. 필자는 지난 18년 동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한인회의 사정을 가장 밀접하게 보고 취재해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한인회장 선출은 한인회 역사상 처음이다. 말 많고 탈 많은 한인회였지만, 그래도 형식적이나마 공정한 선거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장과 위원들을 동포사회에 알렸었는데, 이번처럼 두리뭉실하게 ‘위원회’ 명칭만 공지했던 선관위는 처음이다. 그리고 회장을 내쫓은 장본인이, 공탁금도 걸지않고, 회장이랍시고 앉은 뻔뻔한 상황은 더더욱 본 적이 없다. 아무리 교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한인회라고 해도 전직 회장들이 존재하고, 동포사회의 눈과 귀가 있는데 무엇에 홀려 저런 일을 벌이는지 참으로 민망하다. 한인사회에 봉사하고 한인회장다운 사람을 회장으로 만들겠다며 조석산씨를 몰아부쳤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자기들이 한인회장을 하고 싶어서 조석산을 밀어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제대로 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정기수씨가 이끄는 한인회가 불법인 것처럼 주장하고 비난하는 편지를 한국이나 타주, 관할 시청 등 대외적으로 보내 콜로라도 한인사회를 부끄럽게 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는 자기얼굴에 침뱉기이다. 나아가 콜로라도 한인사회 전체를 욕보이는 도발행위다. 자기들 개인 감정에 치우친 이런 행태의 이슈 만들기는 결코 칭찬받을 수 없다. 집안싸움을 밖으로 알려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이것이 미국 사회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깎아내리는 행위라는 것을 생각할 머리들이 없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한심하다. 통합한인회장으로서 조석산씨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내용이 없다. 대부분이 ‘카더라’ 수준이다.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정기수 한인회장과 그를 연관지어 전부를 나쁘게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며칠 전 정기수 회장은 다른 쪽의 한인회로부터 고소장을 받았다고 한다. 노인회나 노우회는 건물 자산이 있기 때문에 자칫 법적 문제로 치달을 수도 있겠지만, 한인회는 회관도 없고 재산도 없기 때문에 소송전을 벌일 이유가 전혀 없다. 변호사 사서 고소할 돈 있으면 한인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다. 동포사회의 민심도 단연 같을 것이다. 한인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지난 2년이 통탄스럽다. 자기들끼리 감투놀이나 하다보면 결국 스스로 도태될 것이다. 지금은 한인 교민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교민들은 진정한 한인회를 찾는 혜안을 가지고, 그 한인회에 힘을 보탤 수 있어야 한다. 방관 대신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콜로라도 한인회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교민 모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