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 대거 난입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은 상·하원이 합동회의를 열어 민주당 조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으로 인해 회의는 중단되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의원들이 급히 대피했으며, 의회의사당은 시위대에 의해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리고 역사는 이날을 미국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유린당한 날로 기억할 것이다.  지난 6일 상·하원이 합동회의를 열어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오후 1시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의회로 몰려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 전 백악관 앞에서 시위 지지 연설에 나서 대선불복을 포기하기 않을 것이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에 이어 시위대는 의회로 행진했다. 이들은 주변에 둘러쳐진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경찰이 제지했지만 막지 못했다. 회의장에 난입한 이들은 "우리가 이겼다"고 소리쳤다. 이런 소란 중 5명이 사망했으며, 60여명이 체포되었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은 결국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이끌었고 바이든 당선인의 최종 승리 확정 지연 사태로 이어졌다. 상·하원의 합동회의를 통한 선거인단 개표결과 인증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법적 관문이었다. 대선결과 불복의 의지를 담은 시위대를 부추긴 트럼프의 행보는 여러 곳에서 조명된다. 의사당 난입사건 바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펜스 부통령을 향해 “부통령은 부정하게 선택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게시했다. 또한번 공개적으로 '대선 뒤집기'를 강요해 펜스 부통령을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았다.

 
    또, 트럼프는 의회 폭동 당시에도 의원들에게 대선을 뒤집자는 의도로 전화를 돌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올해 앨라배마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튜버빌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추가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인준을 늦춰달라고 말했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당시 상원 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피해 다른 회의실로 대피한 상태였다. 그날 저녁에도 트럼프의 변호사인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튜버빌 의원에게 대선 불복에 동참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이 의사당이 뚫린 시간에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대선을 뒤집자는 전화를 돌려 의원들 설득에 직접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지지자들을 '애국자'라 지칭했다가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트위터에 새 정부에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은 트럼프가 지난 4년동안 둔 악수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의회 난입 사태에 따른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먼저, 트럼프 내각의 장관들과 고위 각료들의 사직서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4년간 트럼프 진영에서 자리를 지켜왔던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를 불과 9일 남기고 떠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교통장관에 올랐었다. 백악관 비서실장까지 지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도 사임 소식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스테퍼니 그리셤 영부인 비서실장, 라이언 털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 등도 잇따라 사임했다. 이외도 여러 참모가 사임을 검토하고 있다. 


    두번째, 임기 열흘을 앞두고 트위터뿐 아니라 페이스북, 애플 구글, 아마존까지 트럼프의  SNS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트위터는 지난 4년간 트위터를 통해 줄기차게 떠들어대던 트럼프를 향해, 영구정지를 결정했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 미화에 반대하는 트위터 정책을 위반했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세번째, 그의 탄핵이 현실화되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 인증 직전에 군중 연설로 의회 난입을 부추겼다며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임기가 열흘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퇴임 후 탄핵' 방안도 떠올랐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탄핵 절차를 초고속으로 진행해 트럼프 퇴임 전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상원의 탄핵 심리는 트럼프 퇴임 후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트럼프 탄핵을 추진하려는 것은 정치적 의미도 크다. 만약 탄핵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연방헌법은 상원이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 되면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당 난동사태가 4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진압되고, 늦게 재개된 회의에서 모든 주의 선거인단 투표가 유효표로 인증되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승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1월 3일 대선에서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을 확보했다. 오는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식을 통해 미국의 46대 대통령이 된다. 같은 날 미국은 물론 온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도 2석 모두 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민주당은 2020년 선거에서 대통령과 하원을 장악한 데 이어 상원에서도 공화당과 동수를 이루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공화당 자체에 대한 반감이 아닌,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4년 후에는 공화당의 순서가 다시 찾아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30초당 한명씩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백신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코로나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얼마남지 않은 임기동안이라도 코로나 부실 대응의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해야 할 대통령이 의회 습격까지 부추겼다는 사실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4년 후에 미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지금은 하루빨리 트럼프의 임기가 종료돼 미국이 질서를 되찾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기만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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