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장로교회 이동훈 담임목사

     2021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인 팬더믹 상황은 진정될 기미가 없고, 미국도 전체 확진자 수가 2천 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7명 중에 한 명이 확진자라는 말입니다. 사회 경제적 분위기는 한없이 어둡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우리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새해는 조용히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를 기대해도 될까요? 이 어두운 현실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구약성경 사무엘상 16장은 이스라엘에 어두운 먹구름을 몰고 왔던 사울 왕 이후의 왕으로 다윗이 새 시대를 이끌 지도자로 기름부음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왕위 폐위자로, 또 한편으로는 왕위 옹립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무엘 선지자가 사울 왕으로 인해 슬퍼하고, 그 왕에 의해 자신이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런 사무엘 선지자를 향해 하나님께서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사무엘상 16:1a)고 책망하십니다. 하나님은 이미 사울을 버렸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울은 이제 하나님의 마음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사울은 과거의 사람입니다.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이스라엘의 왕권을 스스로 쥐고 있는 사울이지만, 그래서 사무엘의 마음을 슬프게도 하는 사울이지만, 이제 그는 하나님께 버려진 과거의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무엘은 지금 이런 사울 왕을 인하여 슬퍼하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곧 우리에게서 과거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바이러스들처럼 우리의 기억과 현실 속에서 사라질 존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사울 왕처럼 말입니다. 과거와 현실을 붙잡고 있는 한 슬픔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무엘 선지자는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베들레헴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전혀 다른 태도로 이 상황을 대하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어떤 하나님이십니까?


    첫째,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사울 왕을 인하여 한없이 슬픔에 젖어 주저 앉아있는 사무엘 선지자를 베들레헴의 이새(다윗의 아버지)집으로 가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느니라”(사무엘상 16:1b).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사무엘 선지자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사울 왕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한 왕을 보시고 그를 통해 메시야 가문을 일으키시기 위한 새 일을 지금 행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앞을 내다보기도 힘든 칠흑같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늘 새 일을 준비하시고 그 새 일을 행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신 적이 있습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이사야 43:18-19). 늘 새 일을 준비하시고 그 새 일을 친히 행하시는 하나님을 믿으십니까? 그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임을 믿는 다면 아무리 현실이 어둡고 두려워도 그 현실을 박차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지금도 코로나 이후의 새 일을 준비하시고 그 새 일을 행하시기 위해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내시고 계십니다. 


    둘째, 잔치를 벌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사울 왕이 두려워 베들레헴으로 가는 것을 주저하는 사무엘 선지자에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암송아지를 끌고 가서 말하기를 내가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러 왔다 하고”(사무엘상 16:2). 이 말씀 대로 사무엘 선지자는 자신을 보고 두려움에 떠는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내가 여호와께 제사 드리러 왔다.”고 하고 이새와 그의 아들들을 이 제사에 초청합니다. 그런데 지금 하나님께서 사무엘 선지자를 베들레헴에 보내서 그곳 성읍 사람들과 함께 드리라고 하는 제사는 어떤 제사일까요? 사무엘 선지자에게 끌고 가라고 하는 이 제사에 사용할 동물을 통해 이 제사가 어떤 제사일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암송아지”입니다. 구약의 제사 중에 암소가 허락된 제사는 ‘화목제사’입니다. 이 제사는 제사를 집례 하는 제사장과 제주와 그의 가족들이 제사를 드린 후에 그 제물을 함께 나눠 먹는 제사가 곧 화목제사입니다. 제사를 드린 후에 일종의 축제(잔치)를 벌이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하나님은 베들레헴에 사무엘을 보내서 잔치를 벌이시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들의 교회 생활에서 잃어버린 것이 하나 있습니다. ‘친교’입니다. 주일 날 예배 드린 후에 성도들과 함께 나누는 친교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기는 일종의 축제입니다. 잔치입니다. 이 주일 잔치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빼앗아 갔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 잃어버린 이 주일 잔치, 가족 잔치를 반드시 회복시켜 주실 것입니다. 현실은 칠흑같이 어둡습니다. 이 현실이라는 상황만 바라보고 주저앉아 슬퍼하고 두려워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하시겠습니까?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한 선지자를 향해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예레미야29:11). 상황은 우리에게서 희망을 빼앗아갑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 속에서도 새 일을 행하시고 하나님의 새 시대를 열어 갈 다윗을 예비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것이 희망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에 빼앗긴 관계의 축제와 공동체의 잔치를 회복시키실 그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것이 바로 또 다른 희망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오늘도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파이팅하시고 소망 가운데 살아가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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