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교회 허성영 담임목사

    커피는 이제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음료입니다. 시내에 나가보면 한 블럭에 여러 커피전문점이 있고, 심지어는 한 건물에 두 개의 커피 매장이 입점이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료라는 것이겠지요. 저 또한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새벽기도 후 한잔으로 시작하여 많게는 하루에 두세잔은 꼭 마시게 되더군요. 저는 여러 종류의 커피 중에서 아메리카노를 좋아합니다. 이에는 사연이 있답니다.  커피를 즐겨 마시기 시작하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아프리카에 방문하였을 때 였습니다. 선교사님들과 함께 에티오피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식당주인이 에티오피아 커피를 직접 끓여서 내려주었습니다. 매우 조그만 잔에 담아 거기에 설탕을 넣어 건네준 커피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설탕때문인지는 몰라도 달콤한 맛이었기에, 또한 조그만 잔에 담았기에, 연거푸 3잔이나 마셨습니다. 평소에는 한밤중에 커피를 마셔도 숙면에는 문제가 없던 저였지만, 그 날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답니다. 다음 날 선교사님과 지난밤 경험을 나누었더니, 제가 마신 커피가 에스프레소라고 하시더군요.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이 후 다양한 커피를 즐기지만, 에스프레소만은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지, 커피 전문점에서 가장 안 팔리는 커피가 에스프레소라고 합니다. 너무 써서 친근감이 덜하고, 양도 적고 그래서 모두 싫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커피 전문점에는 에스프레소를 팔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다름 아닌 에스프레소가 모든 커피의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희석시킨 것이고, 카푸치노는 우유거품과 계핏가루를, 모카는 스팀밀크와 초코시럽이 첨가된 것입니다. 라떼는 스팀밀크만 첨가된 것이고, 마키아 또는 스팀밀크와 우유거품이, 에스프레소 콘파나는 휘핑크림이, 에스프레소 아포가또는 아이스크림이 에스프레소와 결합된 것입니다. 커피의 제조방법을 나열한 것 같지만, 이 모든 커피들 공통점은 모두 에스프레소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의 인기와는 다르게 모든 커피의 밑받침이 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가장 안 팔리는 제품이지만 꼭 존재하는 제품이 된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가운데에도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를 에스프레소 맨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인기가수 박중훈이라는 스타를 보필하는 매니저 안성기같은 사람이겠지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타를 돌보고, 스타를 대신하여 사람들을 만나 일을 만들어가고, 모든 공로가 스타에게 돌아가도 자신은 그것을 기뻐하는 사람.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지요? 당시는 몰랐지만 언제 돌아보아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 한결같이 남을 위하여 자신이 낮아지는 사람 말입니다. 마치 부모님과 같은 분들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에스프레소맨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그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기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응달진 곳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삶도 때로는 에스프레소맨과 같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사람과 교제하는 것이 어렵고, 이로 인해 서로의 정서적 교류가 줄어들어 팍팍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에스프레소와 같은 헌신이나 희생은 추워진 몸을 녹이는 한잔의 커피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믿습니다. 여기 역사상 위대한 에스프레소맨이 있습니다. 낮고 천한 곳에서 소외된 우리를 스타로 만들어 주시기 위하여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신분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인류구원이라는 최대의 가치를 위하여 자기희생을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밑바탕은 사랑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그 사랑을 흘려 보내는 통로, 에스프레소맨이 되어 주시기를 소원합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립보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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