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장로교회 이동훈 담임목사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먹을 것을 먼저 주시지 않았습니다. 사명을 먼저 주셨습니다. 창세기 1:28절에서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을 주시고, 이어지는 29절에서 먹을거리를 허락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에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이 창조의 순서를 기억하고 사는 것이 먹을 것에 대한 탐심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간 탐욕은 28절과 29절의 순서를 바꾸어 사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또한 인간 탐욕의 가장 본질적인 욕구는 우리 예수님의 말씀처럼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을까”(마태복음 6:25)를 과도하게 믿음 없이 염려하고 그것을 먼저 추구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자연 환경들이 재앙 수준으로 파괴되는 지구촌 현장들을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하려고 해도 경제 논리로 밀어붙이면 불가능해집니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 정부들이 만들어 놓은 많은 환경 친화적 정책들을 완화 시키거나 뒤집어 버렸습니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자동차 연비 기준을 완화시켜버리고, 중금속인 수은 배출 규제도 낮춰버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지금까지 환경규제 뒤집기에 60%를 성공시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빌미로 환경 보호 어젠다를 역행시키는 일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 정책이 받아들여지는 정치 패러다임은 어김없이 경제 논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 논리로 접근할 것인가, 생명과 건강과 안전의 문제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은 뜨겁고 첨예한 논쟁거리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에 대한 미국의 현실도 이 딜레마와의 싸움인 듯합니다. 마스크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경제활동을 완화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정치 프레임 싸움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안전의 문제는 뒷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접근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고기를 더 많이 먹고 싶은 욕구 충족을 위해 더 많은 농장과 목초지 조성을 빌미로 아마존 밀림지역이 금년 상반기 6개월 사이에 서울의 여섯 배가 훨씬 넘는 면적이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가스 배출의 18%는 더 많은 육류 생산을 위한 축산업이 주범이라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고기를 참 좋아합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먹기는 합니다만 현대인들의 지나친 육류 소비는 이제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염려할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다가는 사람의 먹을거리에 대한 정의도 채식으로 다시 환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6일 동안 창조의 역사를 마치시고 일곱째 되는 날 쉬셨습니다. 이것이 안식일 제도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출애굽 이후에 주어진 모세의 율법에는 이 안식일 제도의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절기들이 등장하는데, 매 7년마다 지키는 ‘안식년과 50년 만에 돌아오는 ’희년‘제도입니다. 특별히 안식년 규례 속에 환경문제와 연결시켜 볼만한 말씀이 나옵니다. “너는 육년 동안 그 밭에 파종하며 육년 동안 그 포도원을 가꾸어 그 소출을 거둘 것이나 일곱째 해에는 그 땅이 쉬어 안식하게 할지니 여호와께 대한 안식이라”(레위기25:3). 안식년에는 사람만 쉬는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땅도 쉬게 하는 것입니다. 일 년 동안 논밭의 경작을 멈추는 ’휴경(休耕)제도‘입니다. 하나님은 왜 땅도 쉬게 하셨을까요? 한국의 ’성토모‘(성경적 토지정의 모임) 사무국장인 박창수 목사가 ’땅의 안식‘, 즉 휴경제도의 목적을 정리한 자료를 살피는 중에 다음 몇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 번째 목적은 지력(地力)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세대 간의 평등한 토지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땅을 착취적으로 개발하고 경작하면 지력이 고갈되어 다음 세대에 척박한 땅을 물려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논 한 마지기의 농사가 아쉬운 것이 농부의 심정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땅을 놀리면서 소출에 대한 욕심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요? 자신이 사는 세대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 규례를 지키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농사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세대만 다 벌어먹고 말 것처럼 땅과 환경 자원들을 훼손하고 고갈시켜서는 안 됩니다. 우리만 살고 말아버릴 지구가 아닙니다. 자손 대대로 살아야 할 땅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무심코라도 땅과 자연과 환경을 오염시키고 훼손하는 행동과 일상의 습관들을 멈춰야 합니다. 내 소유의 땅이라 할지라도 나만 벌어먹고 말아버릴 것처럼 땅의 자원들을 고갈시키는 탐욕을 삶 속에서 걷어내고 “그 땅이 쉬어 안식하게 하라!”고 명령하시며 ‘땅의 안식’까지도 친히 제정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제 겨우 16살에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가 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라는 소녀는 2019년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생태계 전체가 붕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돈과 영구적인 경제 성장에 관한 동화 같은 이야기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라며 기후 변화에 대한 격정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먹고 마시고 입는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탐욕이 지구 환경을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지구가 신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여옵니다.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는 우리 주님의 말씀을 천둥소리처럼 듣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정말 깨끗하고 넉넉한 삶의 환경을 물려주십니다.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하셨던 우리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의 삶의 환경들을 바라보시며 흐뭇한 미소로 “좋다, 정말 좋아!”라고 말씀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