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린 기자
지난 2009년에 덴버 로어 다운타운(LoDo)에서 무고한 시민을 폭행해 결국 해고된 경찰관 두명이 해고결정을 취하해 달라며 항소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뻔뻔함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드는 이 사건을 한번 분석해보자. 사건은 지난 2009년 4월 4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23세였던 마이클 드헤레라는 친구인 숀 잔슨과 함께 나이트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술에 취한 잔슨이 실수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잔슨을 나이트 클럽 바깥으로 끌어내 길바닥에 눕히고 온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드헤레라는 그 친구의 아빠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관 한 명이 드헤레라에게 달려들어 전화기를 빼앗고 곤봉과 주먹 등을 이용해 무지막지하게 폭행하기 시작했다. 머리채를 잡아채인 드헤레라는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의식을 잃은 드헤레라를 향한 경찰의 폭행은 계속됐다. 나중에 경찰은 드헤레라를 경찰차에 거칠게 구겨 넣고 차문을 닫으면서 미처 차 안에 들어가지않은 드헤레라의 발목이 차문에 끼이면서 다치기도 했다.
문제의 경찰관들인 데븐 스파크스와 랜디 머는 경찰 리포트에서, 드헤레라가 경찰을 먼저 폭행하려고 해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라고 거짓 보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의 감시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된 증거 화면은 드헤레라가 경찰을 위협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으며, 경찰이 아무런 명분 없이 먼저 과다한 무력을 사용했음이 분명하게 드러나있었다.
이에 드헤레라의 가족들은 공개적으로 이들 경찰관들의 해고를 요구해왔으며, 지난 3월 말에 드디어 덴버 안전 책임자인 찰스 가르시아에 의해 해고됐다. 그리고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이들 두명의 경찰들은 해고 처분을 취하해달라며 항소신청을 했다. 당시 상황을 그대로 녹화한 비디오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이들은 “증거가 없다”며 생떼를 쓰고 있다.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가 막강한 경찰의 권한이었다. 한국에서는 술에 완전히 고주망태가 된 취객들이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많고, 한 탤런트처럼 경찰을 폭행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한마디로 경찰의 파워가 미국만큼 세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경찰이 차를 세우면 무조건 얌전한 양이 되어야 한다. 운전대 위에 얌전히 손을 올린채 있어야지, 함부로 손을 안주머니나 뒷주머니로 돌렸다가 경찰이 겨눈 총에 혼비백산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경찰에게 그만큼의 파워를 주었으면 경찰은 그 힘을 공정하고 정당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 경찰이 자신에게 주어진 파워를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사용한다면, 경찰과 폭력배의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 두 명의 경찰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버티면 경찰직에 복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덴버 경찰로 수년을 봉직해왔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다시 경찰 제복을 입히면 이들은 또다시 무고한 시민들을 자신들의 기분전환 펀치백으로 이용할 것이다. 만약 일반 시민들이 이들처럼 다른 사람을 무차별 폭행했다면 아마 최소한 1-2년은 감옥에 갔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다시 경찰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항소 법정 판사는 단단히 못을 박아야 할 것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존재하는 덴버시를 위해서, 또 시민들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경찰은 파워를 쓸 곳과 안 쓸 곳을 가릴 줄 아는 경찰, 약자에게는 너그럽고 강자에게는 강한 경찰, 겸손한 파워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경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