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숙

 한국의 언론들이 이번 주에 열리는 한 대학의 징계위원회에 주목하고 있다.  교수가 수업시간에 말한 정치적인 발언이 징계사유가 되느냐가 언론이 주목하는 점이다. 사건의 발단은 교수가 수업시간에 총장과 정부, 4대강 사업 등을 비난했다는 것이다. 언론이 이 사건에 주목하자 학교측은“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학습권 침해의 문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강의와 상관없는 내용을 수업시간에 많이 다루었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 사안이 또 다른‘정치 검열’은 아닌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사건의 발단에 더 주목하게 된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교수는 국제어문학부 교수로서 지난해 1학기 ‘고급 영문법’과 ‘언어와 철학’을 강의했다.  학생 한 명이 강의를 녹취해 학부모에게 들려주었고, 학생 몇몇은‘교수가 수업 중 불편한 발언을 했다’며 부모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학부모는 학교에 항의하며 조사를 요청했고‘전국학부모회’는 서신으로 학교에 학습권 보호를 요청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13년간 그의 강의를 들어 온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은‘징계 사안이 아니라’며 서명운동에 나섰고 학교측은 여러가지 이유로 징계가 타당하다며 징계위원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일의 시작을 들은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엄마한테 일렀어? 대학생이?’대학에 들어가서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과외를 받고, 명문대에 들어갔어도 명품을 사거나 유흥비를 벌기 위해 유흥가에 자신을 쉽게 던지는 대학생들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번 일이 차라리 학생들의 건의로 이루어졌다면 이렇게까지 확대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의 강의내용까지 학부모가 간섭할 정도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 비교연구 결과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최상위권이다. 대학진학률도 미국 67%, 일본 50%에 비해 한국은 83%로 한국 학생들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 조기유학 실패 1위, 미국 아이비리그 중도 탈락률 44% 세계 1위, 치맛바람 1위, 국가 교육예산에 버금가는 22조원을 넘나드는 연간 사교육비 1위,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학업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 지수는 세계 최하위에 속하는 국가, 외국계 회사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가장 꺼려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과연 한국의 교육이 경쟁력 있는 교육인가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한국학생들은 하루 4~5시간의 수면, 밤11시까지 지옥과도 같은 수업 리듬 속에 학교생활을 하기 때문에 문제풀이와 암기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적응능력,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산능력, 집단토론을 통한 협력적 문제 해결력과 리더십 발휘 등에 대해서는 고개를 휘젓는다. 한국 학생들이 똑똑하고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한국 학생들의 교육 경쟁력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들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 왜 그렇게 컸냐며 학생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잘못된 교육 시스템과 지나친 부모의 간섭이 온실 속의 화초를 만든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성인’이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한다. 법으로도 만 19세를 성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걸음마를 배워야할 아이를 언제까지 업고다닐 것인가?  성서에서 규정하는‘사랑’은 기다림이다. 조금 부족해도, 마음이 안타까워도 기다려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성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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