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린 기자칼럼

   콜로라도주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인 스캇 게슬러의 ‘아르바이트’ 계획 때문에 콜로라도가 시끄럽다. 주지사를 비롯한 주 정치인들의 연봉을 더 올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기자가 추측하는 실상은 이렇다. 변호사 출신의 게슬러는 지난달 초에 주 국무장관에 취임한 후 연봉이 겨우 68,500달러라는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하고 만다. 68,500달러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받던 연봉 수 십만 달러에 비하면 거의 껌값이나 다름없는 금액이었던 것이다. 자존심도 상하지만, 지금까지 누려왔던 호화스런 생활을 이런 푼돈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말에 아르바이트 삼아 자신이 일하던 법률 회사에서 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알려지자 순식간에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주 국무장관이 돈 때문에 체신머리 없이 주말에 변호사 아르바이트를 하려 한다고 말이다. 주 국무장관과 같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주 재무장관과 부주지사 역시 연봉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았지만, 게슬러를 둘러싸고 말이 많아지자 그만 입을 꾹 다물고 만다.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없이 사면초가에 놓이자, 게슬러도 그냥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 돈 조금 주는 주 국무장관 일이나 열심히 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말 정치인들의 연봉이 정당한 수준인가를 놓고 발빠르게 지역언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과는 좀 적게 주기는 한다는 것이다.
 콜로라도는 고위 공직자들에게 주는 연봉으로 따지면 전국에서 꼴찌 수준의 세 개 주에 포함된다. 의도적으로 주 입법부의 공직을 자원봉사 수준으로 만든 것이다.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 입법자들의 연봉은 1년에 30,000달러 정도로 14년 전에 이 금액이 책정된 후 강산이 변하는 동안 요지부동으로 이 금액을 고수하고 있다. 

    주지사의 연봉은 90,000달러로 전국 50개 주 가운데 48위에 랭크되어 있다. 1위인 캘리포니아($173,987)와 비교해보면 좀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주지사 연봉이 가장 짠 주로 뽑힌 메인($70,000)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고위 공무원의 연봉을 인상하자는 제안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빌 리터 전 주지사는 2007년에 주지사로 취임할 때 90,000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그런데 2006년에 유권자들은 당선 고위 공무원이 어떤 형태로든 선물이나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윤리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어디 나가서 연설을 할 때도 전 주지사들이 가외 수입으로 의례적으로 받아오던 수고비조차 임기 내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전 주지사들은 대부분 1년에 연봉 외에도 최소한 몇만 달러 정도를 연설비 등으로 받아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터는 연봉을 인상하자는 제안에 대해서, “공무원들을 정리해고하고 무급 휴직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등 주 예산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들의 연봉 인상 논의는 말할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리터 전 주지사의 말대로 불경기 속에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콜로라도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연봉 인상 논의는 최악의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하는 만큼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긴 하지만, 집세와 끼니 걱정에 한숨을 쉬는 실업자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몇 만 달러라도 받으며 최고의 명예직을 수행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배부른 투정은 이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 시간에 차라리 더 열심히 일해서 주 재정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다면 주민들이 연봉을 올려주려고 하지 않을까.

    덴버에서 레스토랑 사업을 하며 1년에 몇 백 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던 잔 히큰루퍼 주지사는 90,000달러의 푼돈 연봉에 만족하고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히큰루퍼 주지사는 “돈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적은 연봉에 불만이 없다고 답변했다. 콜로라도는 예산 부문에 있어서는 죽을 쑤고 있는지는 몰라도 주지사 하나는 아직까지는 잘 뽑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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