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민들 투표율 걱정
재외공관에만 투표소 설치…일부 총영사관 13개주 관할

  

재외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앞두고 재미교포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40여년 만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미국 거주 유권자들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외공관에만 설치되는 투표소가 거주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생업을 중단한 채 투표장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미국 유권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또 한국의 정당과 미주 지역의 각종 한인단체가 얽혀 교포사회에 벌써부터 분열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일반 유권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2012년부터 우편투표를 도입해 공관투표와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우편투표가 실시되려면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유권자들은 향후 입법 논의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윤순구 워싱턴 총영사는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려면 관할지역에 있는 우리 정부 공관에 와서 유권자 등록을 한 뒤 투표일에 해당 공관에 설치돼 있는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등 두 번에 걸쳐 공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영사는 “시카고 총영사관은 일리노이뿐 아니라 오하이오, 미주리, 노스다코타 등 13개 주를 관할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공관에서 멀리 떨어져 거주하는 유권자가 두 번씩 공관을 찾아 투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영사는 “선거 관리를 지원하는 공관으로서는 일단 현행법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에 대비해 행정적인 지원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편투표 도입 또는 선거운동 방법 개선 등은 모두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행정부가 직접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윤 총영사가 강조했다.

   윤 총영사는 “지난해 11월 실시된 모의투표에서 드러났듯이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총영사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재외국민 투표율도 3∼5%대에 머물러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인단체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미국 유권자의 투표율이 1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인 교포사회의 지도자들은 국회와 정부가 서둘러 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주한인총연합회 남문기 회장은 우편투표와 함께 인터넷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돼 3선을 기록한 김창준 전 의원은 “미국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사는 교포들이 직접투표를 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만약 투표율이 형편없이 낮으면 교포사회 전체가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우편투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우편투표를 하면 선거 부정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 같은 주장은 동포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참정권 행사를 계기로 교포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김 전 의원은 “미국 사회에서도 보수와 진보 세력이 있고,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로 나뉘어 있다”면서 “선거 과정에서 지지 정당이나 세력이 갈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미주 교포사회에는 보수적인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선거가 실시되면 한나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최정범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우편투표와 함께 인터넷투표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인터넷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에 선거 부정을 우려해 인터넷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재외공관에서 직접 투표가 실시되면 버스 등을 이용해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갈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교통 지원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한인단체들이 이번 참정권 행사를 교포사회의 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에 실시될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미주 교포사회에 정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표 등 예비 대권 주자들을 지원하는 후원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민주당이 지원하는 세계한인민주회의 산하 각 지역 지부가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고, 한나라당도 유사한 조직을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펌의 대표인 전종준 변호사는 “미국 영주권자는 한국에서 국방, 납세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참정권 등 권리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영주권자에 대한 참정권 부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전 변호사는 “영주권자가 미국에서 불법행위를 하면 본국으로 추방된다”면서 “영주권자는 빨리 시민권을 획득해서 미국 정치에 참여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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