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단속,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불체자 단속,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하린 기자

 며칠 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빌 리터 전 주지사가 임기 1주일을 앞두고 연방의 불체자 단속 프로그램인 시큐어 커뮤니티 프로그램(Secure Communities Program)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는 이미 서명을 마친 35개 다른 주에 합류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의 요지는 경찰 기관들이 범죄자들의 체류 상태 여부를 체크해 불법 체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들을 추방하는 절차를 속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있다.

리터 주지사가 이 프로그램에 서명하는 것을 임기 막판까지 미룬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이 민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2년 전부터 주지사의 최종 서명을 기다려왔지만,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주지사는 쉽게 서명을 하지 못했다. 또 ACLU 같은 이민자 권익 보호단체들도 이 프로그램이 이민자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리터 주지사에게 이 프로그램에 서명하지 말 것을 종용해왔었다. 그러나 주지사는 인종주의자라는 맹렬한 비난을 감수하고 서명을 했고, 이제 콜로라도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들이 추방되지 않고 계속 머무르기가 쉽지 않게 됐다.   
물론 이 법으로 인해 선량한 불체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어디에나 억울한 사건이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억울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범법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공공 안전을 해치도록 둘 수 없기에 무작정 이 프로그램을 반대하기가 애매하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8년 9월 4일, 3살짜리 마틴 커들리스는 엄마와 함께 오로라에 있는 한 배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던 어린 마틴에게 느닷없이 덮친 것은 가게 유리문을 뚫고 돌진한 SUV였다. 운전자였던 프랜시스 헤르난데즈는 과테말라 국적의 불체자였다. 그는 제한 속도가 40마일인 도로를 무려 80마일로 달리며 그대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돌진, 어린 마틴을 뭉개버렸다. 운전면허증이나 자동차 보험도 없었던 헤르난데즈는 최소한 12개의 가명과 2개의 생년월일을 가지고 있었으며, 2003년 이후 9개의 다른 카운티에서 19차례나 체포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추방되거나 추방절차가 시작된 적이 없었다.   

덴버에도 수많은 한인들이 불체자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체류 신분을 빌미로 입지를 옥죄는 이런 프로그램은 불안하고 반갑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자녀 교육 때문에,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장밋빛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를 올랐지만, 불체자라는 신분 때문에 각종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이런 연방 프로그램은 더 서럽다.

하지만,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와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법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는 치하하고 싶다. 이들 범법자들을 속행 절차를 통해 추방함으로써 이들을 감옥에 구류한 상태에게 들어가는 납세자들의 혈세도 절약하고 미국을 더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데 일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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