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 부동산/ 최원호

대중은 현명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주로 그런 편이긴 하나 항상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인 관점이 어느 집단이나 단체에 소속되면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어 버린 경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느 집단이든 고유의 전통과 분위기, 질서가 있다. 말하자면 오랜 기간 관료화되면서 만들어진 전례나 관례란 것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선배와 후배가 있으며 신고식을 거쳐 적응기를 거치게 된다. 이쯤 되면 그만 자기 도 모르게 그 집단에 빠져 그 곳의 질서나 분위기에 적응해 버리게 된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원이 되면서 같은 목소리와 태도를 보이게 된다. 군대를 생각하면 아주 쉽다. 군의 목적이 있으니 이탈이나 군생활에 위배되는 다른 가치관은 꿈도 꾸지 못한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중과 군중이란 말들도 생겨났다. 나아가 매스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중의 의견을 선도하거나 여론을 지배하는 기관이나 방법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대중심리나 군중심리를 연구해서 마케팅에 이용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에 사용하고자 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시대가 되고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전 세계가 한 울타리로 정보 검색에서부터 공유까지 모든게 아주 쉽고 편리해지자 이제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장사는 다 해먹었다는 하소연들이 하나 둘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또 광우병(촛불시위)파동이나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면서 생긴 반향 중에는 이쪽 사람들에게 아주 희소식도 하나 전해졌다고 한다. 예전과 다름없는 군중심리가 그대로 있더라는 것이었다. 다만 더욱 그 전파력이 뛰어나서 감당하기 어려웠을 뿐, 오히려 더 쉬운 상대와 교육도 필요 없는 전위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발견이었다고도 했다.

  평소에는 꽤 합리적이다가도 군중심리나 루머에 휩싸이면 이성을 잃고 마는 일은 아주 흔하다. 주식투자나 대중을 동원한 행사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우화를 소개했다. 어느 한 석유탐사 투자가가 죽어서 천국으로 가기 위해 천국 입구에서 베드로를 만났다. 이 투자가는 베드로에게 천국으로 가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에 베드로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기, 보다시피 천국에는 석유탐사 투자가들이 들어갈 곳이 한정되어 있는데 이미 자리가 다 채워져 있어 이젠 더 들어갈 수가 없어요. 당신은 천국에 들어가도 좋을 만큼 착한 사람 같은 데 너무 늦게 왔어요.

안타깝군요. 그러나 어쩔 수가 없어요. 이미 천국에 들어 와 있는 석유탐사 투자가 중 어느 한 사람이 천국을 떠나지 않는 한 천국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고 하자 천국으로 들어가려고 하던 석유탐사 투자가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저 사람들한테 한마디 외쳐도 되겠습니까?"라고 부탁을 하자 베드로는 흔쾌히 허락을 했다. 베드로의 허락을 받은 석유탐사 투자가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 "지옥에서 석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국에 있던 석유탐사 투자가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모두 지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 본 베드로가 말했다.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군요. 이제 천국에 자리가 많이 났으니 어서 들어 가시오"라고 했다. 그런데 이 석유 투자가는 천국으로 가기는커녕 지옥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려고 했다. "아니, 어디로 가는 거요. 천국은 이쪽이란 말이오"라고 베드로가 말했다. 그러자 석유탐사 투자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혹시 압니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옥으로 가는 걸 보아하니 지옥에서 정말 석유가 나올지......"  (출처:중영 산악회-"군중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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