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의 전쟁' 살아남으려면

한 음료회사 영업부에서 근무하는 최 모씨(36)는 요즘 체력 고갈상태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술자리 때문이다. 폭탄주에 3차는 기본이다. 귀가 시간은 평균 새벽 3~4시. 다음날 술도 안 깨고, 속쓰림과 두통은 날로 심해진다. 12월 달력은 이미 술 약속으로 꽉 차 있다. 오늘 저녁도 술이다. 한숨만 나온다.
12월은 송년회 시즌이다. 송년회(送年會)는 한 해를 보내며 지인들과 만나 덕담을 나누는 자리인데 여기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술이다. 많은 사람이 최씨처럼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가 고민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다. 술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12월을 보내고 나면, 우리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 12월!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이른바 '술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코올 중독 전문의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단 자신이 술에 강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술에 강한 사람이란 소주 3병을 거뜬히 마시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술을 한 잔 마셔도 머리가 아프고, 졸린 사람을 말한다.
반대로 술에 약한 사람은 술에 취할수록 더 많은 술을 마시는 경우다. 즉 "술에 강하다"는 얘기는 술로 인해 야기할 수 있는 각종 문제에서 자유로운 경우를 의미한다. 남궁기 교수는 "술습관, 술버릇 등 술과 관련된 모든 것은 대부분이 선천적"이라며 "만약 스스로 술에 약한 사람이라면 12월엔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술 적게 마시는 방법' 알아두기
-충분한 식사 먼저
-소주잔보다 양주잔
-술은 한가지 종류만
-대화 많이 나눠야
-숙취해소엔 헛개나무

술을 마시면 몸 속에 흡수된 알코올이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대사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는 독성이 있는 물질로서 우리가 흔히 '숙취'라고 말하는 어지러움, 구토, 두통 등 갖가지 증상을 야기한다.
조성원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간 손상까지 초래해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간경변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면서 "술에 약한 사람은 반드시 술을 적게 마시는 노력을 해야만 이 모든 질환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을 덜 먹는 요령의 첫 번째는 '충분한 식사'다. 식욕을 가라앉힌 다음에 음주를 시작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술을 덜 먹게 된다. 갈증이 날 땐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신 다음에 술을 시작한다. 소주를 마시는 자리에선 소주잔보다 양주잔을 이용한다. 맥주를 마실 때에도 큰 머그잔보다 작은 음료수잔을 사용한다. 작은 컵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을 따를 땐 반만 따르는 것이 좋고, 양주를 마실 땐 반드시 얼음이나 물과 섞어 마신다. 받은 술잔은 일단 탁자에 한 번 내려놨다가 마시도록 하고, 마실 때에도 여러 번 나눠 마시는 습관을 갖는다. 술은 한 가지 종류만 마시고, 마지막으로 술자리에선 술에 전념하기보다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한다.

◆ '숙취 해소'까지 완벽하게

숙취 해소도 중요한 과제다. 숙취는 우리 몸에 아세트알데히드가 많이 쌓일수록 더 깊게 오래간다.
대개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에 의해 무독성의 아세테이트와 물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드링크제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많이 생기도록 도와줘 숙취 해소에 기여한다.
한방에서는 숙취해소에 '헛개나무'를 제일로 꼽는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과 같은 의서에 언급돼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술과 관련된 의제엔 어김없이 등장했다.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여성의학과 교수는 "헛개나무는 예로부터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질환 치료제로 널리 사용돼 왔다"며 "최근엔 술로 인한 간세포 파괴, 대사작용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예방 차원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헛개나무를 섭취할 땐 주의가 필요하다. 생으로 끓여 먹으면 농도가 제각각이라 오히려 몸에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 또 헛개나무의 추출 부위, 섭취량, 원료 품질관리 여하에 따라 그 효능이 좌우되기 때문에 제품을 선택할 땐 식약청 승인 등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방병원 여성의학과 교수는 "헛개나무는 예로부터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질환 치료제로 널리 사용돼 왔다"며 "최근엔 술로 인한 간세포 파괴, 대사작용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예방 차원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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