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에 휘말리게 된다. 믿었던 친구의 꾀임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다든지,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다든지, 억울한 누명을 쓴다든지 말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음해를 받는 것도 황당하다. 또, 인터넷 웹사이트에 예고 없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미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심을 받을 때면 난감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필자에게도 몇 가지 경험담이 있다. 몇 년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놀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방을 나왔다. 우연히 복도에서 친분이 있는 어르신을 만나 인사를 나눴는데, 함께 온 일행 모두가 잘 아는 지역인사들이어서 잠시 그들 방에 들러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는 다시 나와 우리 방으로 가서 30여분을 더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몇 일이 지났다. 그런데 필자는 어느새 밤을 새면서 고주망태가 된 그들의 일원이 되어 도마 위에 올라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필자가 옆방에 들어가는 것만 보고, 나오는 것은 보지 못한 터이다.  물론 이런 소문은 덴버에 살면서 한 두 번 들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웃고 넘긴 일이다. 모든 것이 필자에 대한 관심의 발로라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문득 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각난다. 몇 해 전 한국일보에서 일을 했을 때였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덴버를 방문했는데, 그 총영사는 올 때마다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기자들과의 조찬 모임을 마련했었다. 필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모임에 참석했고, 일정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는 시간 또한 아침9시쯤으로 이른 시각이었다. 카메라 가방과 취재수첩을 들고 호텔을 나와 부랴부랴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몇 일 후, 아침 일찍 호텔에서 필자를 목격했다는 야릇한 소문을 우연한 경로를 통해 듣게 됐다. 이 말을 퍼뜨린 사람은 필자가 호텔에 들어가는 것은 못 보고, 나오는 모습만 본 듯하다. 나중에 그날 참석했던 기자들과 만나 이 소문에 대해 말하면서 박장대소를 한 기억이 난다. 이런 음해 또한 관심의 표현이겠거니 하고 덤덤하게 넘겼다.     

  이러한 소문들은 입으로 전해지는 에피소드에 불과해서 오히려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경우다. 그런데 덴버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황당했고, 화가 났던 일은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라간 비방 글 때문이었다. 이 경우는 입으로 떠도는 것이 아니라 글로 적혀지고 읽혀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단순한 소문과는 느낌이 달랐다. 지금은 문을 닫은 덴버 한국일보사에서 근무할 때였다. 역시 지금 문을 닫은 상대 경쟁지의 웹사이트에는 온통 동네 신문사들을 비방하는 글로 가득 차 있었을 때가 있었다. 발전적인 내용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다른 신문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외모, 집안, 성격에 대한 인신공격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기자로서 다행스러웠던 것은 ‘일’에 대한 비방은 없었다는 것이다. 동네의 다른 신문사들 또한 그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타겟이 되었는데, 피해를 본 다른 신문사도 화가 났는지 동네 신문사들과 관련되어 올라온 비방 글을 모두 인쇄해 필자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1백여 장이 넘는 페이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간에 조사를 그만두었지만 무엇보다도 조사된 결과가 놀라웠다. 글을 올린 ip주소가 한 개였다는 것인데, 이는 고의적으로 한 사람이 비방의 글을 올렸다는 얘기다. 이 사이트는 다른 신문사 비방의 글에 반대하는 댓글만 달면 바로 아이피를 차단시키는 횡포를 일삼기도 했다.  

  그래서 포커스 신문사가 2년 전 웹사이트를 오픈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이 자유 게시판이었다. 개인적 비방과 근거 없는 소문을 악 이용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포커스 웹사이트에는 몇 개의 업체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 왔다. 물론 거론된 당사자는 황당하다. 하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적은 것도 아니었다. 개념 없는 인신공격도 아니었고, 대체적으로 글을 올린 사람들은 조목조목 자세하게 제법 감정 묘사를 잘 적어 놓았다. 무조건 비방하는 글과는 성격이 달라 보였다. 독자들 또한 포커스를 함께 만드는 제작자이고, 이들의 이유 있는 불평은 업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 없이 의심하고, 몰아붙이고, 깔아뭉갰던 한국의 그 타블로 사건과도 차이가 많았다. 해당 업체에서 삭제를 요청하기 전에 관리자로서 삭제를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커스 신문사가 자유게시판의 관리자라고 할지라도 떠도는 소문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음해용 분풀이식 내용은 가차없이 삭제하겠지만,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뱉은 쓴 소리를 마음대로 삭제할 명분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참에 자유게시판을 콜로라도 한인 커뮤니티의 신문고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매체로서 그 역할을 전가할 생각이다. 물론 거론된 업체는 기분이 상하겠지만, 반성을 뒤로하고 누가 적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억측으로, 주변 사람들을 죄다 살생부 리스트에 올려놓고 험담하는 자세는 올바르지 않다. 아울러 자유게시판을 사용하는 독자들에게도 저속한 단어와 인신 공격성 발언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 글에도 인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