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기자칼럼)/이하린 기자

 

패자에게 꽃다발을...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광저우 아시안 게임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17일 현재까지 한국은 금메달 29개, 은메달 22개, 동메달 31개로, 막강 1위 중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이 열릴 때마다 전국민들의 관심은 금메달로 쏠린다. 금메달의 개수가 국가 순위를 결정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금메달에만 집착하다 보니 아깝게 메달을 놓친 선수들은 서러운 냉대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4년간 피나는 훈련을 하고도 아쉽게 금메달을 놓쳐 은메달에 머무른 선수들은 메달을 따고도 패자와 같은 대접을 받으며,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귀국한 다. 반면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입국 때부터 VIP 대접을 받는다. 이곳 저곳 매스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면서 국민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다. 얼굴이나 몸매가 좋은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이 못생겨도 ‘귀엽다’ 혹은 ‘미친 존재감’이라는 단어로 미화된다.

선수의 표정 하나하나와 몸짓 하나하나가 실시간 검색어로 떠오르고, 그 선수의 팬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된다. CF 요청이나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쇄도하면서 선수들은 4년 후를 기약한 운동보다는 반짝 인기에 부합해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그러다 4년 후에 다시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따게 되면 온갖 비판과 악플이 난무하고 그 선수는 ‘인기만 믿고 훈련을 게을리하더니 꼴 좋다’라는 비방으로 국민들을 울린 영웅에서 천하에 둘도 없는 난봉꾼으로 추락하고 만다.

1위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수영 의 정다래 선수는 눈 깜빡할 시간보다도 더 짧은 0.25초 차이로 금메달을 걸었다. 막상막하의 실력 속에서 메달의 색깔을 가르는 것은 찰나이다. 국가 대표 선수로 뽑히기까지 밤낮 없이 고된 훈련을 묵묵히 견디어낸 선수들이 단 한 순간의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다는 이유로 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패배자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4년 후를 기약하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국민들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이다. 

금메달, 물론 따면 좋다. 그러나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올림픽에 기껏 최장 3번 정도 출전하면 선수 생명은 끝이 난다. 본인만큼 금메달이 더 절실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금메달도 못 딴 선수”라는 꼬리표를 붙인 국민들의 냉대가 아니라, “괜찮아. 잘 했어.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는 따뜻한 격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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