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버드대 흑인 교수 게이츠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경찰의 크롤리 경사 간의 ‘흑백갈등’으로 미국 전역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게이츠 교수는 해외여행에서 막 돌아와 잠겨있는 자신의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려다 이웃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 크롤리 경사에 의해 소란죄로 체포 되었다.

이 사건은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이 끼어들면서 파장이 증폭되었다. 오마바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내가 백악관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면 총 맞아 죽었을 것이다.” “크롤리 경사의 행동이 어리석었다.”라고 비난하자 이에 대해 크롤리 경사는 “오바마 대통령은 동네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응수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말았다. 결국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부주위한 발언에 대해 다시 사과를 해야만 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말’이라는 것은 참 힘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이든 부정적인 영향이든 어떤 쪽으로든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 마디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큰 힘을 발휘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그의 발언은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실린 말이었고, 자기 판단이 앞선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한 마디 말이 잘 쓰이면 천금과 같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면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 오바마 대통령은 톨스토이가 남긴 이런 말을 꼭 명심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사람이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 번 중 한 번 후회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해 버리면 백 번 중 아흔 아홉 번 후회한다.”

구약 성경 ‘잠언’은 지혜로운 삶을 교훈하는 책이다. 수없이 많은 주옥같은 경구들로 지혜로운 삶을 교훈한다. 한마디로 잠언이 말하는‘지혜로운 삶’은 ‘지혜로운 언어생활’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 금도 있고 진주도 많거니와 지혜로운 입술이 더욱 귀한 보배니라”(20:15)고 교훈한다.

가장 귀한 보석은 금도 아니고 진주도 아니고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지혜로운 말 한마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잠언이 가르치는 지혜로운 언어생활의 첫 걸음은 말을 아끼는 연습으로부터 출발한다고 교훈한다.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고 성품이 안존한 자는 명철하니라”(17:27). 말에 대한 실수의 대부분은 말을 아끼지 못하는데서 오는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잠언은 너무나도 명쾌하게 언급한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10:19).

‘말이 많으면’ 왜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해서 말의 실수를 하게 될까? 그것은 말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말을 많이 해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내 주장을 관철시키고자하는, 말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말에 대한 욕심이 나를 지배하면 감정이 생각을 앞지르게 된다. 감정이 생각을 앞지를 때 말의 실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잠언은 또 이렇게 우리에게 교훈한다. “의인의 마음은 대답할 말을 깊이 생각하여도 악인의 입은 악을 쏟느니라”(15:28) “네가 언어에 조급한 사람을 보느냐 그보다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바랄 것이 있느니라”(29:20)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18:13)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을 붙잡아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느낌이나 생각일지라도 더욱 지그시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운 말 한마디를 위하여!”

말에 대한 욕심을 버리므로 말의 실수를 줄여 지혜로운 언어생활을 터득하기를 소망하며 끝으로 아라비아의 한 격언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참된 말이란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조심성 있게 심사숙고한 뒤에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대가 무슨 말을 하던 그 말은 침묵보다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삼성장로교회 담임목사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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