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면서, 미국의 감염자 수가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에까지 올랐다. 콜로라도주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주에 모든 술집은 문을 닫고, 식당은 테이크 아웃과 포장만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어 미용실, 네일샵, 피트니스, 마사지샵 등 필수 업종이 아니면 문을 닫으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4주간만 문을 닫으라고 하더니, 이제는 4월 30일까지라고 대부분 정해진 상태이다. 이렇게 되니 우선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걱정스럽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영업을 못하니 수입이 없어 문제이고, 건물주는 렌트비를 못 받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걱정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는 걱정을 넘어 공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문제는 정부의 지원책에 기댈 수 있고, SBA은행과 모기지 회사에서도 저마다 자체적인 보조책을 내놓고 있어, 우려했던 것 보다는 혜택의 길은 다소 열려 있는 듯하다. 문제는 건강이다. 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 감염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만약 코로나에 감염된다면 경제적인 걱정도 하찮은 기우(杞憂)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콜로라도에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여의치 않다. 감기인지 코로나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도 자가 진단을 쉽게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코로나에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그러나 검사자의 15% 정도가 확진자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짐작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아직까지 대다수의 한인들은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누가 확진자이고 누가 아닌지를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고 ‘차단’뿐이다. 코로나 예방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손씻기이다. 하지만 손씻기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금은 이 기본을 넘어 뭔가가 필요한 지경까지 왔다. 필자는 예방책의 최고는 단연 ‘마스크’라 본다. 한국정부나 질병관리본부도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마스크’가 코로나 예방법 1위라고 홍보했었다. 한국 정부의 마스크 발언이 지난 두 달간 극과 극을 오간 것도 마스크 부족에서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곧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그리고는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는 말도 이내 ‘면 마스크로 충분하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적 거리만 두면 ‘안 써도 된다’로 바뀌었다. 마스크가 동이 났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동안 공식 행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국무회의에 나타나자, 기다리던 국무위원들이 부랴부랴 마스크를 꺼내 쓰는 장면이 공개된 적이 있다. 이 장면은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치인들만 마스크를 구해서 쓰고 있다 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눈치를 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마스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닌다 라는 사실은 인지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스크에 대한 이미지가 한국과 이곳은 너무나 다르다. 한국은 중증환자가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자주 사용해 와서 그런지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특히 이번 코로나 19는 대화 중 침으로도 옮길 수 있어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예의 없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이라 본다. 그래서 한국은 마스크 없이 절대 외출을 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오늘도 마스크를 찾아 헤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마스크는 증상이 있는 병자들만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어, 요즘같은 시국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오히려 코로나 증상이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진 지금, 이런 생각은 빨리 바뀌어야 한다. 지금 세계 코로나 확산 방지정책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한국,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마스크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물론 더러운 손으로 마스크를 만진다면 그 효력은 허사이다. 하지만 손을 자주 씻고, 여기에 마스크를 더하면 탁월한 예방법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마스크는 매일매일 동이 난다. 그래서 한때 마스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마스크 공급을  주도했지만 국민들은 마스크 5장을 받기 위해 5시간 동안 줄을 서야했다. 결국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었지만, 주민등록등본까지 들고가서 마스크를 받아가는 진귀한 현상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마스크의 중요성 때문에 한국내 지자체나 유럽, 미국 대도시 한인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마스크를 만드는 마스크 의용단까지 생겼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도 이곳 사람들은 혹여 코로나 확진 환자로 오해를 받을까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스크 착용을 꺼린다. 누가 확진자이고, 누가 아닌지를 모르는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주위의 시선과 본인의 생명을 맞바꾸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를 유지한다고 해도, 이를 지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커피를 살 때에도, 계산대에 줄을 서 있을 때에도, 캐쉬어에게 돈을 낼 때에도, 직원들간의 회의를 할 때에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뉴욕에서는 한인 여성이 마스크를 썼다고 맞았고, 또 다른 주에서는 안 썼다고 맞았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지만, 가장 먼저 본인의 건강부터 염려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상대방을 보호하는 것도 예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마스크’야말로 바이러스로부터 본인뿐 아니라 상대방까지 보호할 수 있는 탁월한 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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