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이 자기당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칼럼의 필자와 해당 언론사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다 여론의 질타를 맞고 슬그머니 고소를 취소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임미리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이 경향신문에 실린 것은 지난 1월 29일이다. 하지만 거의 20일이 지난 이번 주에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칼럼 내용은 다소 복잡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지만, 정리하자면 촛불혁명을 발판으로 정권을 잡았을 때는 국민을 상전으로 모시겠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상전 노릇을 하는 민주당을 질책하는 칼럼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 어디에 찍어도 좋으니 민주당만은 빼놓고 표를 주자는 것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의 골자다. 그래서 민주당은 특정 정당을 배제하는 사전선거 운동을 했으니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반론 요청이나 언론 중재 절차조차 무시하고 곧바로 검찰에 고발부터 했다. 그러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지난 14일 자기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임 교수와 해당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 담당자에 대한 고발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지금의 민주당이 얼마나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을 비난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이란 올가미를 씌워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과거 독재정권이 반대 세력을 탄압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이런  경우 거의 예외없이 당사자 간 대화와 언론중재위 중재라는 중간 절차를 밟는데 민주당은 왜 그것을 생략했을까.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피해 구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적 가치들이다. 이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할 때 해결하라고 만들어 놓은 제도가 대화와 중재다. 당사자 간 중재가 실패한다면 그때 검찰이나 경찰 같은 형사사법 기관에 호소하라는 게 맞다.  이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진 오랜 전통이자 기본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집권당은 표현의 자유, 헌법 정신, 상식과 원칙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보다. 자기들한테 불편하거나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툭하면 검찰, 경찰부터 찾는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언론의 자유 문제를 이렇게 협박적으로 대처하는 집권당은 여태껏 처음본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에도 보지 못한 양상이다.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는 전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살아 있는 권력과 그에 관련된 공적 인사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과 검사, 판사, 경찰과 같은 같은 권력기관도 마찬가지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샅샅이 파헤쳐야 하는 언론의 의무와 국민의 알 권리가 더 크다. 지금의 정권은 입만 열면‘민주화 운동’경력을 내세우며 정의와 공정을 독점한 것처럼 포장하지만, 지금은 불편한 진실이 되었다. 그들은 권력을 잡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노조를 앞세워 방송을 장악했다.

      김정은을 끝없이 옹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으로 표현한 외신 기자에 대해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비난했고, 이를 인용한 야당 대표를 독재시대에도 없던‘국가원수 모독죄’로 처벌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풍자 대자보를 붙인 대학생 단체를 수사한다며 학생들 집에 무단 침입하고 개인 정보를 빼냈다. 청와대와 여당은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된 조국에게 분노해 광화문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에게“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동원 집회”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또 현 정권의 선거 공작을 검찰이 수사하자 이번에는 검찰 수사팀을 해체시켰다. 세계 민주국가에서 선거 규칙인 선거법을 제1 야당을 배제하고 강제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전무후무했던 일이다. 이들이 예전에 광우병 시위 정국에서 언론자유를 주장하던 같은 사람들이 과연 맞는지 혼란스럽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사과와 반성은 커녕 오히려 임 교수가 안철수 캠프 출신이란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고소를 취하하면서 “임 교수는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 게재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했던 것”이라며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취하됐으니 그걸로 끝내자”고 했다. 그리고는 극렬 지지자들이 임 교수의 신상털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호하게 묵인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손 씻는 척하는 사이에 밑의 애들에게 지저분한 일의 처리를 맡긴 격인데, 저들은 이제까지 이런 수법으로 사람들의 입을 막아 왔다”는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임 교수를 고발한 궁극적인 목적은 현 정권을 비판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공포정치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독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고소건에 대해 같은 당내에서도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불필요한 오해와 소모적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하루속히 공개적이고 당당한 사과를 하는 게 옳다. 아울러 열렬 지지자를 향해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집권당다운 태도다. 한때 자유와 인권을 위해 투쟁했다는 민주당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권력 집단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니 안타깝다. 아마 권력의 달콤한 맛에 취해 초심을 잃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콜로라도에 거주하는 교민들 중에도 이번 총선에 참정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러니 모국의 정치권에 관심을 아니 둘 수가 없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임 교수의 글을 읽어 보면, 한국당에 표를 주자는 내용이 아니다. 다만 권력의 괴물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막아 달라는,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을 향한 비난 언론을 감수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여당으로서 비판 칼럼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 것은 옹졸하다. 그래서 최근 한국에서는 민주주의(民主主義)가 아니라 문주주의(文主主義)라는 단어가 탄생한 것일까. 여당은 원래 욕먹는 자리이다. 그러나 최대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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