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숨막히는 반전 영화!” 1년에 한두번 명절 연휴 한정 씨름 경기조차 외면했다. 씨름선수는 그저 이만기, 강호동만 있는 줄 알았다. 그저 낡고 고루한 전통스포츠 정도로 알았던 씨름이 그 어떤 스포츠보다 박진감과 반전 넘치는 운동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KBS2 ‘씨름의 희열’을 보고서다. 각성에 버금가는 경이로운 깨달음이었다.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 - 씨름의 희열’(이하 ‘씨름의 희열’) 10회에서는 ‘태극장사 씨름대회’ 4라운드 - 8강 진출자 결정전이 그려졌다. 특히 김기수-김태하 선수의 경기는 반전 그 자체였다. 모두가 김기수 선수가 호미걸이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할 때, 김태하 선수가 힘으로 순식간에 상대 선수를 찍어내렸다. 승리의 순간, 모든 관중들이 숨을 멈췄다. “씨름 재미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플레이였다.

     든든한 팬덤과 ‘찍덕’을 몰고다는다는 ‘씨름판 얼짱’ 임태혁 선수와 손희찬 선수의 경기도 볼거리가 충만한 방송이었다. 선수들의 팽팽한 근육의 질감, 역동적 부딪힘 그리고 흩날리는 모래와 포효하는 승자의 모습 등 ‘씨름의 희열’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에게 희열을 안겼다. ‘씨름의 희열’은 워낙 출중한 외모와 다부지고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이 많아 ‘씨름듀스’로 불리며 한때는 ‘출연 선수들을 얼굴로 뽑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출연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2019년도 상금과 승점 순위 상위권의 선수들로 구성돼있다. 임태혁 선수도 지난해 금강급 누적상금 1위 선수이자 승점 2위를 기록 중인 톱 선수다.

     1%대로 시작한 ‘씨름의 희열’은 최근 시청률 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넘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다. 경기의 재미 뿐만 아니라 가족들 등 선수들의 개인사를 살려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웃음이 담긴 스토리텔링에 주력한 것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씨름의 희열’은 ‘씨름’이라는 실험에 가까운 기획, 그리고 정돈된 구성과 편집을 살펴봐도 상당한 수작 스포츠 예능이다. 다만 걸림돌은 방송시간이 진입장벽이 높은 심야 시간대라는 것 뿐이다. 한국시간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3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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