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방하원의원인 마이크 코프만이 오로라 시장에 취임했다. 선거를 마치고 열흘이 지나서야 시장에 당선되었음을 공표할 수 있었을 정도로 치열한 격전 끝에 오른 자리다. 코프만의 지지자들은 2위 후보인 오마르 몽고메리와 215표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더욱 애가 탔다. 오로라시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위와 2위 후보가 113표 이하로 차이가 날 경우 시의 예산을 집행해 재검을 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표 차이가 날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한 측에서 사비를 털어 재검표를 해야 한다. 결국 지난달 18일, 오마르 후보는 눈물을 머금고 마이크 코프만의 승리를 인정해야 했다. 마이크 코프만은 지난 10년간 콜로라도주를 대표해 연방하원의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선에 실패하면서, 그의 정치 인생에도 어둠이 드리웠다. 하지만 그는 55년동안 살아온 오로라시에 올인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올해 초 오로라 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며 공식선언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연방하원의원 출신의 코프만이 오로라 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소 명예직에 가까웠던 오로라 시장직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의회 의원이나 지역 사업가 등 오로라 시를 중심으로 국한되던 후보들의 판도가 크게 넓어진 것이다. 여기에 하원의원 시절부터 지지를 해온 폭넓은 지지층이 자신들의 지역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앞다투어 후원금을 보내면서 오로라 시장 선거 역사상 가장 선거자금을 많이 받은 후보, 지역구 바깥에서 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후보로 기록되었다. 동시에 후원금 1백만 달러를 넘긴 시점이 가장 빠른 후보로도 기록되면서, 오로라 시장 선거는 덴버 시장보다 더 큰  선거판이 되어갔다. 그러나 오로라 시장 선거의 중간시점만 해도 이렇게 치열한 선거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오랜 의정활동으로 얻은 유명세와 두둑한 후원금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트럼트 대통령의 영향력이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로라시는 절반 이상이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강경책을 좋아할 리 만무하다. 코프만이 6선에 실패한 것도 소속당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비록 보여지는 표 차이는 적지만, 민주당 텃밭인 콜로라도 오로라에서는 그 차이가 적지 않아 보인다. 코프만은 전부터 우리 기자들과 만남을 가져왔지만, 필자가 코프만을 관심있게 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장을 보러 갔는데, 한아름 마트에서 한인들과 독대를 하면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었다. 연방하원의원으로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인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은 처음 보았다. 그것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 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는 한인사회 행사 때마다 코프만의 얼굴은 항상 눈에 띄었다. 표심 때문이라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었던 행보라고는 하지만 주류의 그 어떤 정치인도 한인사회에 그만큼 관심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그는 지루한 기념식 절차를 다 듣고 마지막 순서인 식사까지 하고 가는 날도 허다했다. 지난 10여 년간 그는 노인회 어버이날 행사, 한인회 연례행사, 민주평통 통일강연회, 성남시 자매결연식, 한인합창단 연주회,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향소,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등에 이르기까지 한인사회와 연결된 행사에는 반드시 그가 등장했다. 또, 콜로라도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한인자문위원회도 결성해 E2 비자와 이민법 개정을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이처럼 코프만은 한인사회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 군인 출신이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일례로, 그는 2017년 연방의원 당시 추수감사절 기간동안 미하원 군사위원회의 군인업무 분과위원장으로서 양당 하원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깜짝 방문해 판문점을 갔다 왔는가 하면, 용산 미군기지와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에 들러 장병들을 격려하고,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도 했다.

      한 지역에서 5선 의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2년에 한 번씩 치러야 하는 하원 선거는 그를 충분히 지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6선에 도전한 그는, 젊은 나이로 처음 정치에 입문하는 민주당의 루키에게 패하면서 충격이 컸다. 당시 워싱턴 정계는 하원의 구도를 뒤집고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게 할 수 있는 길이 콜로라도 6 지역구의 선거에 달려 있다는 보도를 여러번 냈으며,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가 콜로라도를 직접 찾아와 선거전 분위기를 파악하고 갈 정도로 전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결국 패배했고, 그의 정치 인생은 종지부를 찍는 듯 했다. 그렇게 낙마하고 오로라 시장을 선택하면서 주류 언론에서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급으로 따지면 좌천도 이런 좌천이 없다. 하지만 한인사회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콜로라도 한인사회 역사상 지속적으로 한인사회에 관심을 보여준 정치인은 마이크 코프만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코프만 시장은 당선 확정 직후 포커스 신문사를 방문해 그간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승리를 거두었지만 열흘이 넘게 동안 공식발표를 미룬 탓에 그는 매일같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한인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강화해 오로라가 한국에서 이민 오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명성을 얻게 하고 싶다, 오로라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 중의 하나인 한인사회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먼 타국땅에서 한인사회에 관심을 가져주겠다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는 분명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한인 사업체들이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오로라시의 시장이 된 것은 한인사회에도 좋은 징조다. 오로라시의 최고 장점은 다양성이다. 뉴욕의 브루클린을 제외하면 오로라는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들이 사는 도시들 중 하나이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국제 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오로라시에서 제2의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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