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입시철이 다가오면서‘대학 사기 광고 주의보’가 거론되고 있다. 실지로 공정거래 위원회에서는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광고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소비자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취업률 1위, 장학금 많이 준다는 등의 허위광고들이 단속대상이다. 정부차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피해주의보를 내린 것이다. 2008년도 정보공시에서 취업률이 1위였으나 2009년도에는 그 순위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 연속 취업률 1위인 것처럼 광고하는 학교, 또 특정지역 내 대학 중에서 취업률이 1위임에도 전국에서 1위인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장학금 수혜율이 절반도 안 되는데 절반 이상이라고 과장 광고한 학교, 4년 전액 장학금 지급한다고 광고하면서 지급조건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조건 없이 계속 지급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대학, 본교와 분교의 장학금 수혜율이 다름에도 동일하게 광고하는 학교도 적발됐다. 

사기 친 내용을 보면 결론은 비슷하다. 자기 동네에 있는 학교들 중에서 취업률 1위에서 1위만을 강조했고, 장학금도 전액을 주긴 준다. 조건만 맞으면 말이다. 앞에 내용을 빼먹고 결과만 적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사기를 치는 곳이 대학이라서 마음에 걸린다. 식당도, 일반 회사도 아닌, 사회의 중심에 반듯하게 서 있어야 할 대학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기행위다. 더구나 허위 광고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라는 것이 더욱 마음에 걸린다. 가난한 집에서 아들 하나 공부시키겠다고 죽기살기로 돈 벌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지금 대학에서 허위 광고가 판을 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대학이 너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시민단체인 자유주의연대에서는 선진화를 가로막는 5적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5적은 전교조, 민노총, 한총련, 통일연대였고 나머지 한 개는 비워 놓았다. 이 나머지는 봐가며 채워 넣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고등학교 시절 전교조에 가입한 선생님들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집회에 참가한 필자로서는 쉽게 내뱉기 힘든 말이긴 하지만,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면 자유주의 연대의 말에 공감할 때도 있다. 

이 시민단체가 꼽은 4적은 이미 한국 사회의 두통거리가 된 지 오래다.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데 앞장선다고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을 볼모로 잡다시피 하는 전교조의 연가투쟁, 툭하면 폭력적 총파업에 들어가는 민노총, 이미 오래 전에 이적단체라고 판결을 받고도 활동 중인 한총련, 인공기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사람들이 모인 통일연대 등이 4적에 포함됐었다. 이들의 큰 소리와 과격한 행동은 오랫동안 국민의 귀와 눈을 흐리게 했다.

그렇다면 콜로라도 한인사회에도 발전을 방해하는 적이 있을까. 그다지 직업과 단체가 다양하지 않는 탓에 한국사회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광범위한 적들은 없겠지만 가장 큰 문제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한인사회에 봉사하는 대표 단체나, 정론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언론사는 일반 비즈니스와는 분명히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해도 언론사의 자세는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여느 정론지에서 볼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서는 자주 일어나 난감할 때가 많다. 사회 중심에 꼿꼿하게 서 있어야 할 신문사에서 허위, 과장 광고를 남발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이 또한 대학의 그것과 마찬 가지로 일종의 사기 행위로 오적의 맨 위 자리에 오를 만하다. 인구에 비례해 신문사가 너무 많다는 얘기를 간혹 듣긴 했지만 무시했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한인 신문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탓에 신문사가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그깟 업소록 때문에 자신들의 실력과 그릇을 인정하지 않고 비방과 잘난 척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서 이 곳에도, 한국의 대학처럼, 신문사가 많긴 많은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가 언론의 길에 들어선지 벌써 15년이 됐다. 대학 학보사부터 쳐 준다면 19년째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필자가 배우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경영’이다.‘최고의 부수와 질 좋은 기사가 가득하다’ 라고‘말’만 하고 다니면 될 것을, 쓸데없이 돈과 시간, 그리고 정열을 허비했다. 요즘엔 더욱 후회막급이다.

이런 후회를 하다가도 문득 한 유머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한 미술 시험 문제에‘생각하는 사람’의 조각가를 묻는 문제가 출제됐고 정답은 로뎅이었다. 하지만 뒤에 앉아 컨닝을 하려는 학생은 로뎅의‘뎅’글자만 볼 수 있었고 추측 끝에 오뎅이라는 답을 적기에 이르렀다. 그러고는 절대 베껴 적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답을 썼다고 우긴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우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말에 대해 따지기를 포기하고, 받아준다. 급기야 그의 사기성 발언에 대해서 더 이상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방법을 받아주는 사람들이 덴버 사회에는 많이 없기를 기대한다. 정정당당한 일만 인정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 또한 이 곳 동포들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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