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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노우회관
2019년 09월 18일 (수) 07:49:15 김현주 편집국장 hjkim@focuscolorado.net
     노인회관이 여름 동안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좁은 회관에 에어컨 시설도 신통치 않아 노인들에게 불편을 줄까 염려되어 매년 여름 때마다 내리는 결정이다. 한인 커뮤니티 행사 때마다 으레 노인회관을 찾을 정도로, 노인회관은 오랫동안 한인 커뮤니티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었다. 하지만, 노인회관을 갈 때마다 장소가 협소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기념식이 있을 때에는 식사를 위해서 일단 앉아있던 의자를 모두 밖으로 빼고 난 뒤, 다시 식탁을 들여와 셋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늘 감수했다. 의자와 식탁을 동시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자리가 좁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추석행사는 타운에 있는 세 곳의 어덜트 케어센터에서 도맡아 주어서, 비좁은 노인회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추석에는 필자가 직접 세 곳 모두 취재차 들렀는데, 정말 많은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계셨다. 지난 15년 동안 수없이 노인 관련 행사를 다녀보았지만 이번처럼 많은 분들이 모인 경우도 드물다.

      특히 오로라에 위치한 세컨드홈 어덜트 케어와 한스 시니어학당에는, 일부 참석자들은 겹치겠지만, 각 2백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흥겨운 음악소리가 새어 나왔고, 푸짐한 음식에, 다양한 경품까지 준비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노인분들이 콜로라도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친부모님들께 하는 것 이상으로 어르신들을 배려한 센터 측의 정성이 대단해서 또 한번 놀랐다. 이렇게 풍성한 추석을 선물한 센터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많은 노인 분들이 평소에도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노인회관의 부재가 절실하게 와 닿았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콜팩스에 있는 노인회관은 늘 따뜻한 공간이었다. 매일 고정적으로 회관을 방문하거나, 매주 토요일 점심식사 시간에는 50명은 족히 모였다. 그러다가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이 되면 회관 거실을 가득 채우고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회관을 찾았고, 회관 앞뜰 풀밭에까지 자리를 잡고 막걸리 한잔에다 파전을 부쳐 먹곤 했다.

      그동안 노인회는 재미대한노인회 콜로라도 지부로서 고국방문 행사, 떡국잔치, 삼일절과 광복절 행사, 가을 야유회 외에도 한인사회 경조사에도 일일이 다니면서 함께 기뻐해주고, 함께 슬픔을 나누면서 한인사회에 버팀목 같은 존재로 자리를 굳혔었다.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 때문에 한때 노인회의 회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실 노인회는 한인회와 함께 사용해왔던 한인회관이 어처구니없이 매각되면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고생했다. 그러다 현재의 노인회관을 구입하는데 성공했지만, 원래 일반주택 용도인데다 늘어난 회원들, 행사 때마다 방문하는 지역인사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렇게 좁은 회관을 이용하기가 불편해지면서 점차 발걸음이 뜸해졌고, 결국 근래에 들어서는 왕래하는 이들마저 없어졌다. 이렇다보니 이들에게는 크고 넓은 회관을 마련하는 게 소원이 되었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도 회관이 없다. 한인회도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기념일 행사와 민원 서비스를 나름 열심히 해왔지만, 그럴수록 한인회관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처량한 신세는 13년 전 한인회관이 매각되면서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몇 해 전 필자가 제시했던 방법인데, 우리 동포사회에는 이미 넓고 좋은 ‘노우회관’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탓에 노우회관이라는 이름이 잊혀져 가고 있을 뿐이다. 노우회관은 지난 1993년 오로라시의 펀드를 받아 마련된 엄연한 한인사회의 공공재산이다. 총면적이 5천 스퀘어피트가 넘을 정도로 크고, 단독 건물로서 주차장이 넓고 대강당에는 2백여 명, 작은 강당에는 수십 명이 족히 입실할 수 있으며 조그마한 사무실 또한 4~5개 정도는 들일 수 있다. 또, 주방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회관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이다.

        그런데 노우회는 오래 전부터 제대로 구성된 집행부도 없이 한 개인이, 열쇠를 쥐고 내놓을 생각을 않고 있다. 노우회관 이용에 대해 물어보면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서 노인들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해놓고서는 타인종에게 렌트를 놓아 수익을 챙기고 있다. 그 수익 중의 일부는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하는 일 없는 이사 몇 명을 세워놓고 개스비 명목으로 자기들끼리 나눠 쓰고, 급기야 비밀리에 회관을 매각하려 한 사실들이 지난 1월 재판에서 밝혀졌다. 이들은 노우회관은 노우회의 재산이며, 한인사회의 공동재산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떳떳하게 회원부터 받고, 그들이 노우회의 재산을 운용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검증을 받으면 된다. 누가 뭐래도 노우회관은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명분으로 시로부터 펀드를 받았으며, 노인들이 갹출한 후원금으로 마련된 곳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몇몇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한인사회의 큰 재산인 한인회관을 팔아먹은 작태를 지켜보았다. 전미주 한인사회를 통틀어 한인회관이나 노인회관이 있는 곳은 몇 안 된다. 이렇게 귀한 회관들을 우리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팔리거나 혹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가장 큰 난제였던 한인회의 통합이 지난 1월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통합된 한인회와 노인회가 이 노우회관을 함께 사용할 수만 있다면, 이는 회관 마련이라는 한인사회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선 노우회관은 경영권을 떠나, 원래의 목적대로 노인들에게 개방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많은 독지가들로부터 회관 수리를 위한 도움을 자연스레 받을 수 있다. 만약, 그때도 회관 사용이 불가하다는 회원들의 판단이 내려진다면, 매각을 추진해 새 회관을 구입할 수도 있겠다.

      이번 추석행사들을 통해 콜로라도에도 한인 노인 인구가 상당히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덜트 케어센터의 시설들이 월등해도, 한인 노인들의 구심점이 되어 줄 노인회관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둥지없이 떠도는 철새 신세가 되어버린 우리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항상 열려있는 회관은 꼭 필요하다. 몇일전 추석잔치에서 노우회의 회원이었던 분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죽기 전에 회관을 열어야 할텐데… 회장감이 없으면 나라도 회장을 하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한인사회에 회관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금, 그동안 잊고 있었던 노우회관이 제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그렇기때문에 적어도 노우회관을 찾는 일에는 한인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중지를 모아야 한다. 이는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이민역사를 바로 세우고, 후세들에게 자랑스런 유산을 물려주는 대업의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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