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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2019년 07월 11일 (목) 06:41:01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지난 주간 어느 가게에서 우연히 한 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골든 시티에 살고 있는 69세의 은퇴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은 과학자로서 뉴욕 주정부의 공무원으로 평생을 일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나에게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늘 기도하고 준비하고 있는 중국 선교의 일을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는 너무 좋겠다고 하면서 자기의 하소연을 했다. 은퇴한 지 7-8년이 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을 했고 직업에 대한 성취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이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아내와 함께 마켙에 가고 아내가 가는 곳 몇 군데 라이드를 해주는 것이 전부라면서 짧은 한숨을 쉬었다. 아마 그도 한참 일을 할 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은퇴생활인 것 같았다. 여행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처음에 은퇴하고 나서 몇 군데 다녀왔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도 그리 만족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와 헤어지고 난 후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그동안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이야기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평균 수명은 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그리고 매년 더 늘어나고 있다. 100세 인생이라는 말은 벌써 20여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하고서도 최소한 30년은 넘게 더 살게 된 것이다.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은퇴하기 전까지 세밀한 노후 생활을 준비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쩌다 보니 그 나이가 되었고 전과는 전혀 다른 하루 일상이 낯설기만 한 것이다. 은퇴 후에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있다. 건강과 할 일이다. “오래 살고 싶으세요?”라고 질문을 하면 당연히 “Yes”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 의외로 “No”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오래 살아봤자 추해지기만 하지… 병들고 늙어봐요. 얼마나 초라한지… 거기다 돈까지 없어 봐요.” 우리 시대는 분명히 장수시대에 접어들었다. 당연히 오래 살기를 바라고 기뻐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장수에 대해 오히려 고민이 많고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조나단 스위프트의‘걸리버 여행기’에 보면 비슷한 고민이 나온다. 불멸의 인간 스트룰드브루그에 관한 이야기이다. 걸리버는 오래 살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90세가 되면 그들은 치아와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다. 음식의 맛을 구별할 수 없지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맛도 모르고 식욕도 없으면서 먹고 마신다. 그들의 지병은 악화되거나 차도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계속된다. 말을 할 때 그들은 사물의 일반적 명칭과 사람들의 이름, 심지어는 가장 친한 친구들, 가장 가까운 친척들의 이름조차 잊어버린다” 걸리버 여행기는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에 출간한 소설이다. 의사 걸리버가 선의(배 안에서 근무하는 의사)로 취직해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쓴 기행문 형식의 소설이다. 무려 3백 년 전 소설이지만 요즈음 장수시대의 모습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 병은 자연히 따라오는 법이다. 문제는 큰 질병이 없는데도 몸이 제대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허약곡선이라고 한다. 40에서 75세까지를 자립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병이 없는 한 모든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75세에서 80살까지를 허약체질이라고 한다. 병은 없는데 몸이 약해지는 것이다. 계단도 잘 오르내리지를 못한다. 야외활동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집에만 머물게 되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이다. 80세에서 90세까지를 허약화라고 한다. 병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는 않는다. 요양원이나 간병을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몸이 천근만근이다. 삶의 의욕도 나지 않는다. 삶의 의미가 없는 기간이 바로 허약화의 모습이다. 90세 이상으로는 양로원이나 양로병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바로 허약곡선이다.

      은퇴하고 나이가 들면 당연히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운동도 해야 하고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이 허약곡선을 건강곡선으로 바꾸는 것이 100세 시대의 해법인 것이다. 허약곡선이 건강곡선으로 바뀌어가는 지름길이 바로 일이다. 일을 놓는 순간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부친도 70세 목회에서 은퇴하신 후에 많은 수술을 했다. 은퇴 전까지는 건강에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은퇴한 다음 해부터 뇌수술, 심장수술을 연차적으로 해야만 했다. 그 후에는 전립선 암 투병까지 이어졌다. 우리 몸은 어느 정도의 긴장이 필요하다. 긴장을 놓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짧은 기간만 유익할 뿐이다. 무슨 일이든 매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정신도 맑아지고 신체도 힘을 내기 때문이다.

      얼마 전 72년간 MTA 버스 청소부로 일하다가 은퇴한 지 한 달 만에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아더 윈스턴의 이야기를 기사로 읽은 적이 있다. 오클라호마 농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버스 기사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당시 인종차별로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버스 청소부의 길을 택했다. 그렇게라도 버스를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려 72년간 그 일을 했다. 그 긴 세월 동안 아내가 사망했을 때 하루를 빼고는 단 한 번도 결근이나 지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더 윈스턴은 은퇴 말년까지 어찌 보면 하찮게 보일 수도 있는 청소 일을 당당하고 자신에 찬 모습으로 즐겁고 성실하게 일을 했다. 남들처럼 특별히 배운 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사람들은 그의 조언을 듣기 위해 늘 몰려들었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인생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장수의 비결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다.“쉬지 않고 일하는 것입니다” 30년째 같은 차를 타고 출근한 그는 빚을 져가면서 비싼 차를 타는 것을 몹시 안타깝게 여겼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그 처럼 오랫동안 일한 직장인은 없었다고 한다. MTA에는 그를 기념해서 그가 일하던 버스 야드 이름을 아더 윈스턴 야드라고 명명했다. 큰 부를 쌓거나 이름을 날리거나 획기적인 업적을 이루는 것만이 성공적인 삶은 아니다. 아더 윈스턴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생일지라도 얼마든지 값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의미있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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