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가 미국 전투기 105대를 사겠다고 발표한 뒤 트럼트 대통령은  ‘동해’를 ‘일본해’라고 발언했다. 지난주 4일간 일본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 미 해군기지를 방문해 “우리 병사들은 황해, 중국해 그리고 일본해를 위풍당당하게 순찰한다”고 연설했다. 트럼프의 이번 일본해 발언은 아베 정부가 1대당 1천억 수준인 미국 전투기를 105대나 구매하기로 한 뒤 나온 발언이다. 미국이 전투기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일본에 관련 기밀을 제공한 후 얻은 보답이다. 이런 미·일 밀월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지칭한 것은 단순한 말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는 ‘동해’를 병기하는 것이 공식입장이라고 기자단에게는 밝혔지만, 정작 미국에는 반박조차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중 "우리는 우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를 지키느라 연간 50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그 나라는 우리에게 5억 달러만 주고 있다. 그들에게 나머지도 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표현으로 봤을 때 한국을 지칭했을 가능성이 높다. 50억달러와 5억달러는 트럼프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언급했던 숫자이다. 만약 이게 한국을 가리킨 것이 맞고,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 조야에는“한국은 동맹 편이 아닌 북한 편”이라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동맹은 상대방이 위험할 때 함께 피를 흘리겠다고 약속한 사이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우리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라"라고 하면서 툭하면 방위비를 운운하는 등 이런 불신이 바탕에 깔린 관계라면 더 이상 동맹이라 부를 수 없다.

        북한은 국제기구에 140만톤의 긴급 식량 지원을 요청했고, 곧바로 세계식량계획(WFP)이 현지 실사를 받아들였을 정도로 식량 사정이 다급하다. 그런데도 북한은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 방침에 대해‘공허한 말치레와 생색 내기, ‘시시껄렁한 물물 거래’라고 깔아뭉개고 있다. 어차피 남한은 북한에 식량을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어 무슨 말로 약을 올려도 식량을 보낼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 지난달 초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과 신형 방사포 등 18개월 만의 공백을 깨고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한민국은 안보리 결의를 지킨다며 군사 분계선 인근에서 공중 정찰도 포기하고, 서북 5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포격 훈련도 중단했지만, 상대는 대놓고 공격훈련을 했다. 북한은 불을 뿜는 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란 듯이 공개하면서 북 스스로 “우리가 미사일을 쐈다”고 하는데도 우리 정부만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외국 전문가들도 명백히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마도 한국 정부는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파탄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한국 정부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굴욕도 반복되면 버릇이 된다. 동맹국이라고 믿는 미국은 일본을 방문해 바로 옆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동해를 일본해라 칭하면서 일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북한과 사이좋게 지내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이라고 믿었던 한국 정부는 오히려 북한한테 조차도 조롱당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일본과의 역사·영토 분쟁에서 벗어나 빠르게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 함정은 지난달 욱일기를 달고 중국 관함식에 참가했고, 중일 외교장관은 이미 양국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한국만 쓸쓸히 남겨진 모습이다.

        중국인들은 공항마다 골칫거리이다. 지난해만 해도 여승무원에게 뜨거운 물을 끼얹는 난동을 부리고, 이란 공항에서는 기상악화로 발이 묶인 자국민을 위해 대사관에서 호텔과 식사를 재빨리 제공하자 1백여 명의 중국인들이‘중국’을 큰소리로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 중국인의 안하무인격 행동은 지난해 9월 방콕 국제공항에서도 일어났다. 당시 중국인 관광객이 소동을 부리다 공항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결과는 중국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그 일로 태국 총리는 중국에 사과했고, 공항 경찰대장은 직무 정지, 주먹을 휘두른 경찰관은 해임됐다. 필자는 이 외신을 접하며 막강한 중국의 힘을 실감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 대학교에서 연설을 했다. 그때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고 말하면서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대국’ 중국의 중국몽에 함께 하겠다고 했다. 들을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달갑지 않은 발언이다. 개인을 낮추는 겸손은 예의라고 할 수 있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존엄을 내려놓는 것은 국민 전체를 하대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중국을 휩쓴 미세 먼지가 하루 이틀 뒤면 어김없이 한반도를 덮치는데 중국에 찍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않았다. 중국 전투기는 작년만해도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140여 차례 무단 진입했고, 올해는 대한해협을 지나 강릉과 울릉도 사이 해역도 뚫고 지나갔다.  그런데 중국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대했을까. 작년 9월 소말리아에서 귀환하던 문무대왕함이 태풍을 피하느라 중국, 베트남이 서로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서 10여 분간 항해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은 애초 참여하기로 했던 제주도 관함식에 불참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이 추진한 사드 즉,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한국에 선택권이 없는 줄 알면서도 이를 빌미로 기업보복, 관광금지 등 수많은 보복을 일삼았다.

       국익을 창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북한에 들이는 정성의 몇 분의 일이라도 대한민국의 위상을 찾는데 써야한다.  한국 언론들이 트럼프가 지칭한 일본해를 문제 삼자 미국 국무부는“미국 정부는 미국 지명위원회가 결정한 명칭을 쓰고 그 수역에 승인된 이름은 일본해”라면서 아예‘동해’자체를 뭉개버렸다. 독도가 다케시마가 되어도, 동해가 일본해가 되어도, 온 국민이 미세먼지에 죽어가도, 타국에서 한국인이 피살되어도 한국 정부가 외교적 보복 조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임을 밝히고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소명도 규명해야 한다. 또 중국에도 대한민국 영토 침공 금지와 미세먼지 방지책 등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국가가 국익 앞에서 점잔 빼고 눈치 보면 결국 국민이 호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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