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육상 중장거리 스타’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사진)는 이제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에 참가하려면 6개월 전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기 위해 약을 처방받고, 투약해야 한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일 스위스 로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메냐와 남아공 육상연맹의 주장을 기각한다. 국제육상연맹(IAAF)의 규정은 합리적이다”라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은 CAS의 결정을 주요 소식으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IAAF는 지난해 4월 “태어날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국제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수치를 낮추거나, 남자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 11월 1일부터 새 규정을 적용한다”며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을 공표했다.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 대상으로 적용했다.

      남아공 육상연맹과 세메냐는 강하게 반발했고, CAS에 IAAF를 제소했다. CAS는 올해 2월 6일 재판을 열었고, 3개월 가까이 심리한 끝에 IAAF의 손을 들었다. IAAF가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을 만들 때부터 남아공과 세메냐는 “세메냐를 겨냥한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항의했다. 세메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다. 세메냐를 ‘여성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쪽은 그의 기록이 좋을수록 비판 수위를 높인다. 세메냐의 여자 경기출전을 반대하는 이들은 세메냐가 여성과 결혼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IAAF는 “인종차별, 성차별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정”이라며 “태생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꼭 필요한 규정이다”라고 강조했다. IAAF는 2015년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CAS가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효를 막았다. 그 덕에 세메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8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대회에 이은 종목 2연패였다. IAAF는 다시 한번 남성호르몬 문제를 수면 위로 꺼냈다. 그리고 IAAF는 4년 전과 정반대의 결론을 냈다. 세메냐는 지난 2월 재판 당시 “나는 세메냐다. 세메냐 그대로의 모습으로 달리고 싶은 캐스터 세메냐다. 나는 여성이다. 단지 다른 여성보다 빨리 달릴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IAAF는 “남성호르몬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세메냐가 여자부 종목에서 뛰는 것 자체가 불평등”이라고 주장했다. 세메냐와 IAAF 모두 ‘평등’을 주장했다. CAS는 IAAF가 주장한 ‘평등’을 더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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