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에 선교지 오만을 방문했을 때 욥의 고향으로 알려진 살랄라(Salalah)에 갔었습니다. 그곳은 몬순(Monsoon) 지역이기 때문에 중동인데도 여름에 비가 내리고 초목이 무성했습니다. 욥의 무덤으로 가는 길 좌우에는 사육하는 낙타 떼가 편만해 있었고, 호텔로 가는 길목에 즉석에서 낙타 고기를 구워서 팔고 있는 노점상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를 가이드 해 주셨던 선교사님이 낙타 고기를 먹어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제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활할 때에 현지인들이 낙타 고기를 먹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었고, 2015년 여름에 홍해 심포지엄을 인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불편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낙타고기가 담백하고 맛이 있어서 그 모든 염려를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현재 아라비아에는 백만 마리가 넘는 낙타가 서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야생 낙타는 주로 깊은 사막에서 번식을 합니다. 사막은 먹이도 부족하고 건조해서 살기 힘든 곳이지만 낙타는 탁월한 기후 적응력과 양분 저장 능력이 있기 때문에 포식자도 없고, 먹이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깊은 사막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막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에 차량 통행이 늘어나면서 야생 낙타로 인해 교통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승용차가 고속도로에서 낙타와 정면충돌을 하게 되면 탑승자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낙타는 다리가 길기 때문에 승용차가 다리를 치는 순간 400kg-600kg이나 되는 몸이 승용차 위로 떨어지게 되고, 그 무게에 짓눌려 승용차가 압축이 되기 때문입니다. 낙타와의 충돌시 살아남는 방법은 전 속력으로 다리를 치고 나가서 몸이 차량 뒤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가축화된 낙타는 주로 베두인들에 의해 사육이 되는데, 교통수단과 식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21세기에도 낙타는 사막에서 생존하는 베두인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과 운송 수단이 되고 있으며, 아라비아 군대에는 낙타 기승대(騎乘隊)가 있어서 사막을 정찰하는데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동에는 수백 년 전부터 낙타 경주가 전통 스포츠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낙타가 종종 소개되고 있습니다. 성경 속의 낙타는 아라비아종의 단봉낙타로서 아브라함 시대에 처음 등장하고 있습니다(창12:16).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 하란으로 떠날 때에 주인의 낙타 열 마리를 몰고 간 것을 보면 아브라함은 낙타를 많이 사육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창24:10).

     이슬람교의 하디스에도 낙타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은 무함마드의 낙타에 관한 것입니다. AD 622년에 무함마드가 메카의 쿠레이쉬 부족의 핍박을 피해 메디나로 피신을 할 때에 낙타를 타고 메디나에 입성을 했습니다. 그때 무함마드는 수종자에게 “내 낙타의 고삐를 놓아라. 낙타가 발을 멈추는 곳을 내가 있을 곳으로 정하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낙타가 이곳저곳을 서성대다가 어느 공터에 주저 않으므로 무함마드가 그곳에 모스크를 세웠다고 합니다. 이슬람교에는 신비주의 무슬림 수피파가 있습니다. 그들은 알라의 이름이 99개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33개의 염주(tasbih) 알에 알라의 이름을 새겨 놓았습니다. 그러나 알라의 100번째 이름은 오직 낙타만이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낙타가 거만하게 걷는다고 합니다.

     저는 요르단에서 거만(?)하게 걷는 낙타를 타본 적이 있습니다. 1990년 7월 어느 날, 호르산 정상에 있는 아론의 무덤을 순례하기 위해 페트라에서 아침 일찍 현지인과 함께 낙타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낙타가 긴 다리로 껑충 껑충 걸을 때마다 흔들림이 심하여 뒤로 떨어질 것만 같았고, 산을 내려 올 때에는 앞으로 꼬꾸라질 것만 같아서 사력을 다해 안장을 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중동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낙타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 낙타는 겸손합니다. 낙타는 주인을 태우고 내려 줄 때에 항상 무릎을 꿇습니다. 그래서 낙타의 무릎에는 굳은살이 있습니다. 크리스천의 최고의 덕목은 겸손입니다. 어거스틴은 기독교의 최고의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에게 첫째도 겸손이요, 둘째도 겸손이요, 셋째도 겸손이라고 말했습니다(약4:6). 하나님은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십니다(잠3:34; 약4:6).

     둘째, 낙타는 인내심이 강합니다. 낙타는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도 수일간의 여행을 할 수가 있습니다. 낙타는 300kg이 넘는 짐을 지고도 30시간을 쉬지 않고 보행을 할 수 있는 지구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낙타로부터 인내를 배워야 합니다. 목표를 향하여 전진하다가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당하게 될 때, 인생의 짐이 너무 무거워 낙심이 되고, 주저앉고 싶을 때, 조금 더 참고 인내하면 반드시 참된 안식과 평안을 주시는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마11:28).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눅21:19)고 말씀하셨습니다. 셋째, 낙타는 예비성이 있습니다. 낙타는 l회에 45리터 정도의 물을 마시는데, 그 물을 혹에 비축을 하고, 물이 없는 건조한 사막을 걸을 때에 혹에 있는 물을 체내로 공급해 줍니다. 우리는 내일(영원)을 소망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날마다 광야와 같은 세상에서 겸손과 인내와 영생을 사모하는 영성을 가지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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