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복면가왕’이 지난 1월 첫 방송부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복면가왕’의 미국판 이름은 FOX채널의 ‘더 마스크드 싱어’이다. 첫날 936만 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더 마스크드 싱어’가 7년여 만에 미국 예능프로그램의 첫 방 시청률 신기록을 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더 마스크드 싱어'는 미국 방송사와 한국 방송사 간 첫 '직거래'의 결과물인 점으로도 주목 받았다. 그동안 미국에 진출한 한국 포맷은 총 3편, '복면가왕'과 tvN '꽃보다 할배', 드라마 '굿닥터'다. '꽃보다 할배'는 스몰월드라는 에이전트와 NBC간의 계약이었고 '굿닥터'는 에이전트와 ABC 간 계약이었는데, '복면가왕'은 MBC와 폭스간의 직접 계약이었다. ‘더 마스크드 싱어’의 성공은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앞서 2016년 NBC가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의 미국 리메이크 작을 제작해 성공한 데 힘입어 지난해 1월 시즌2까지 이어갔다.

     미국판 ‘꽃보다 할배’ 시즌2는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서울 등 아시아권과 유럽을 여행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며 현지 시청자의 눈길을 모았다. 이처럼 미국판 ‘꽃보다 할배’의 성공에 힘입어 tvN은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유럽 7개국에 추가로 포맷을 판매했다. 지금까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예능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이 이어져 왔지만, 그 문턱이 높았던 북미 지역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복면가왕’의 포맷을 사들인 미국 제작자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미디어 대표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다른 국가와 대비했을 때 상당히 큰 영향력이 있다”며 “창의적인 콘텐츠의 독특한 요소 덕분에 해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현재 ‘더 마스크드 싱어’는 매회 1,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며 세계적인 화제를 낳고 있다. 복면 가왕은 한국 예능이 해외로 나가 크게 성공한 사례로, 드라마와 K-팝에 이어 프로그램 판권 판매로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한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 인기가 지속되면서 한국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의 중국 표절판이 등장했다. ‘짝퉁과 표절의 천국’ 중국답게 이번에도 포맷부터 스튜디오 구성까지 그대로 배꼈다. ‘아빠 어디가’부터 ‘효리네 민박’ ‘쇼미더머니’ ‘윤식당’에 이르기까지 한국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중국의 ‘따라하기’가 점입가경이다. 중국 후난TV는 이달 초 ‘워자나샤오즈(My Little One)’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매회 연예인의 엄마 혹은 친척이 화자가 돼 혼자 생활하는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대화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미우새와 흡사하다.

     워자나샤오즈는 한국어로 ‘우리 집 그 녀석’이라는 뜻으로 ‘미운 우리 새끼’를 흉내 낸 말이다. 출연진 어머니는 인터뷰를 통해 아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들이 아직 결혼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대답한다. 첫 회는 모두 ‘결혼’과 관련된 주제로 미우새는 ‘아들아 결혼하자!’를, 워자나샤오즈는 ‘장가가자! 아들아’를 제목으로 달았다. 중국 동방위성TV의 MBC 무한도전을 모방한 극한도전도 내용은 물론 카메라 앵글까지 거의 판박이다. 몇 해 전 나영석 PD는 본인이 연출한 tvN '윤식당', '삼시세끼' 등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판권 계약 없이 무단으로 표절했다는 의혹이 빚어지자 "비싸지 않습니다. '정품'을 구매하시면 저희가 디테일한 것까지 알려드리고, 애프터서비스도 해드립니다"라는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중국의 표절 문제에 대해 언급한지 3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중국의 무단 표절 피해자는 나 PD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에서 밝힌 '중국 방송사의 국내 포맷 표절 의혹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KBS 7개, MBC 3개, SBS 10개, JTBC 5개, tvN 6개, Mnet 3개 등 총 34개 프로그램이 중국에 베끼기 피해를 당했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은 한국 프로그램 판권을 수입하는 큰 손으로 불렸다. MBC '아빠 어디가', KBS 2TV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대부분은 중국과 판권 계약을 하고 중국 판이 방영되었다. 특히 SBS '런닝맨'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해 SBS 매출을 견인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2016년 7월 중국이 사드배치에 항의하며 '한한령(限韓令)'을 선포하면서 공식적인 양국 대중문화 교류는 끊긴 상태다. 한국 연예인 출연은 물론 한국 프로그램을 직접 방영하고, 포맷을 수입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전면 금지됐다. 그렇지만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까지 단숨에 사라질 순 없었다.

      결국 중국이 택한 방식은 '표절'이었다. 실제로 한한령이 발현된 2년 동안 적발된 포맷 표절 건수는 15편에 달했다. 중국의 한국 베끼기는 TV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중국이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IT 분야에서 매섭게 발전하고 하지만, 그들은 한국 베끼기를 주요 산업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주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LG 스타일러는 중국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반 값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글라스 재질의 외부 디자인과 내부 디자인, 스팀 다리미를 이용한 바지다림질 기능, 냄새제거 기술까지 똑같다. LG제품을 쏙 빼닮은 중국산 짝퉁이다. 중국업체 하이얼이 내놓은 냉장고는 터치 스크린을 메모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 냉장고를 본떴다. TCL사의 TV도 삼성전자의 프레임 TV와 겉모습까지 모두 흡사하다. 하이얼과 TCL 모두 매년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중국의 대표 가전업체이다. 그런데 이 업체들에서 매년 나오는 제품 대부분이 삼성과 LG의 제품과 너무나 닮아 있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 업체들도 한국 베끼기가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다. 전자제품 외에도 한국의 화장품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자 한국의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를 '설안수(Sulansoo)'라는 이름으로 팔다 적발되기도 했다. 중국의 고질적인 '베끼기 병'이 도를 넘어섰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국임을 자처하면서 버젓이 짝퉁 상품을 매장에 전시하는 중국의 이중성이 놀랍다. 물론 우리의 핵심 기술까지 베끼지는 못하겠지만,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지적재산권도 명확하게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권리를 확보하기 굉장히 어렵다. 방송사, 제작사 입장에서 대응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작위 표절을 하고도 재미있으면 무죄라고 생각하는 중국, 한류확대에 따른 방송콘텐츠 보호대책을 다시금 가다듬을 때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대응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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