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꿈과 행복은 언제 결정될까요?  ① 10대   ② 20대   ③ 30대   ④ 40대   ⑤ 50대. 정답은 ①번이다. 이 문제는 실제로 한국의 중학교 1학년 도덕시험에 나왔던 문제다. 정말 어이없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생의 꿈과 행복이 결정되는 시기를 물어보는 문제의 정답이 10대라니. 이건 답을 외우지 않고는 정답을 고를 수 없다. 어느 연령대를 대입해 봐도 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맞춰야만 내신 성적이 올라가게 된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어린 아들 맹자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세 번 이사를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묘지 가까이 살았는데, 거기서 어린 맹자가 장사 지내는 것을 보고 그 흉내를 내자 집을 시장 근처로 옮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리에서 물건 파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내자 서당 옆으로 집을 옮겼더니 드디어 맹자를 공부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서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일 게다. 우리는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이 말을 이해하리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미국 대통령까지 극찬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높은 교육열의 중심에는 부모의 극성스러움과 치맛바람이 늘 따라다닌다.

     최근 한국드라마 ‘SKY캐슬’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씁쓸한 우리 교육 현실과 민낯을 그려 호평받았다. 우리 사회에서 남녀노소, 직업, 지역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 ‘교육’일 것이다. 수능 시험 날이면 교통통제를 하고, 시험이 끝나면 시험 결과 분석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학원에서 개최하는 대학입시 설명회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열망과 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은 암담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는 무조건 잘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흔한 방법이 시험지 유출이다. 우리는 지난해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가 교무부장인 쌍둥이 자매가 전교 1등을 하면서 주변의 의심을 받게 되었다. 이 쌍둥이 자매는 오답까지 똑같이 틀렸다. 단 1점으로도 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서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마당에 좀처럼 성적을 올리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명문여고에서 그것도 불과 1년여만에 무려 120등이나 등수가 올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아버지 교무부장은 재판에 넘겨졌고 쌍둥이 자매 또한 자퇴가 아닌 퇴학 처분을 받으며 현재 비공개 재판 중에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또 한번의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의사인 엄마가 학교 행정실장과 짜고 고3 아들을 위해 시험지를 유출한 것이다. 두사람은 지난 주에 각각 1년6개월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치러진 기말고사와 4월에 치러진 중간고사 시험지를 유출해 학사 행정을 방해한 혐의로 형을 받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하길 바랐으나 성적이 떨어지자 성적을 올리기 위해 행정실장에게 부탁해 시험지를 유출했다. 사실 전국의 중, 고등학교에서 비슷한 유출사건은 계속 되어왔다. 최근 교육부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고교 시험지 유출사고 현황을 공개했는데, 지난 4년간 전국 고등학교에서 13건의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시험지 유출사건은 교육 시스템과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이다. 지난주 교육청 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학교들이 불공정한 내신성적 평가에 대한 분위기를 내재하고 있다. 한영고에서는 감사 당시 이 학교 담임 교사 2명이 가르치는 학년에 해당 교사 자녀가 각각 재학 중이었다. 이들 교사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지난해 1학기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내고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성고에서는 한 교사가 자신의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제 등을 결재하고 해당 시험지의 보관함 비밀번호도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삼육고에서는 지난해 한 교사가 자신의 자녀의 학년은 물론 자녀가 속한 학급까지 지도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시험지를 빼내서라도 내신 성적을 높게 받아 좋은 대학을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억척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안타깝게도 이곳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13일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과 FBI가 발표한 명문 대학 입시부정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해 변호사, 의사, 기업 고위 임원 등 사회 지도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부모들은 예일대, 스탠포드대, 조지타운대, UCLA, 서던캘리포니아대, 텍사스대 등 명문대에 자녀들을 입학시키기 위해서 입시 브로커에게 20만~650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입건된 학부모 중에는 ABC 방송 인기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TV 스타 펠리시티 허프먼과 시트콤 '풀하우스'에 나온 배우 로리 러프린이 포함됐다. 입시부정의 불똥은 PGA 투어 골퍼 필 미켈슨에게도 튀었다. 올해 아이비리그 브라운 대학에 입학한 미켈슨의 큰 딸이 같은 브로커에게 입시 카운셀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용한 부정입학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대리시험을 보게 하거나 시험 답안지를 바꿔치기 하는 방법이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녀들을 체육 특기생으로 위장해서 입학시키는 방법이었다.

      입시브로커인 싱어는 “명문대로 통하는 문에는 세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하는 일반적인 '앞문'이다. 다만 부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뒷문'과 '옆문'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뒷문이란 기여입학제도를 말하는 것이고, 옆문이란 자신을 통해 부정 입학하는 것을 말한다. 싱어는 법정에서 “나는 '옆문'을 만들었다. 이는 합격이 보장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58세의 싱어는 살아서 감옥 밖을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뇌물, 돈세탁 등 4가지 죄목의 형량만 65년이다. 미국이야말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평평한 운동장'이라고 여겨왔던 만큼 이번 부정입학 스캔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필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집착'은 전세계의 공통분모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대학이 자녀들의 희망이 아니라, 부모들의 욕망으로 전락되어가는 모습이다. 한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신 성적을 올려야 하고, 미국은 기여입학제를 합법적으로 끊임없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의 엇나간 유혹으로 피해를 보는 이는 바로 "묵묵히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다. 이제부터라도 내신 성적을 강조한 나머지 시험지까지 도둑질하지 않도록, 그리고 돈으로 학벌을 살 수 있다는 민망한 편견을 가지지 못하도록 대학입시 평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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