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띠 기해년(己亥年)의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2018년의 아쉽고, 부족했던 일들을 메꿔 나갈 수 있다는 간절한 바람으로부터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 해를 정리할 시간도 부족했기에 신년 계획을 세우는 일은 여간 벅찬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이것만은 지켜졌으면 하는 한인사회에 대한 바람을 제안해 본다. 일단 크게 3가지의 숙제를 안기고 싶다. 첫 번째는 한인회관을 만들자. 콜로라도 주 한인회와 콜로라도 연합합인회가 11년 만에 어렵사리 통합을 했다. 물론 통합한인회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도 해야 하고, 때마다 있는 각종 기념행사도 개최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통합한인회는 교민들과 힘을 모아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숙제가 바로 노우회관을 노인들에게 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한인회에 대한 한인사회의 신뢰도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그 동안 한인회는 서로 다투고 영역을 만들면서 관계자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한인사회에 철저하게 외면당해 왔다. 한인회가 신뢰를 잃게 된 이유는 공정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인회 수입과 지출에 대한 명확한 공개도 없은 지 오래되었다. 지난 한인회 관련 서류를 요청하니, 불에 타버렸다는 어이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한인회의 공금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특히 1997년 한인회관 건축위원회가 만들어져 십시일반으로 거둔 기금으로 한인회관을 마련해놨더니 단 일 푼도 안낸 인사들이 한인회관을 팔아먹고, 이제는 노우회관까지 팔려고 마음먹었다. 한인회관을 팔았으니 이제 우리 사회에 남은 건 노우회관이다. 그러나 노우회관도 20년동안 노인들을 위해 열리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통합한인회는 올 한해 노우회관을 한인사회와 노인들에게 돌려놓는데 주력해야 한다. 한인회관에 이어 노우회관까지 팔아먹도록 내버려 둔다면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는 더 이상 기금을 모을 수 없다. 실컷 모금해 보았자 또 팔아먹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한인회관도 10불, 20불, 100불, 1000불씩 십시일반 모아 만들었지만, 결국은 팔았고 한인사회에 돌아온 재산은 없다. 변호사비와 통역비 운운하면서 한인회관을 팔아먹은 것도 부족해, 지난해는 노우회관까지 팔겠다는 증거가 포착되었다. 고의적으로 회원을 받지 않아 회원도 한 명 없는 노우회, 지난 15여년 동안 노인들을 위한 행사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노우회, 노인들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할 회관을 히스패닉계 교회에 렌트를 주고 한인 노인들은 접근조차도 못하게 만들어 놓은 이런 노우회에 엮여 있는 인사들도 때가 되면 공개될 것이다. 여하튼 올해는 꼭 노우회관을 되찾아 각종 행사, 단체 및 협회 모임, 그리고 한인과 노인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인을 위한 회관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또한 어른들이 한인회관을 팔아먹었다는 오명을 자녀 세대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자. 요즘 갈수록 세대차이를 느낀다. 영어권인 차세대와 한국어권인 기성세대간의 대화 단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유명 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한인 2세들이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지만 우리 교민사회는 이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을 우리 교민사회에 끌어오기 위해서는 영어권의 차세대들에게 한인사회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주어져야 한다. 필자가 지난 15년 동안 현장에서 많은 차세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 결과 이들이 한인사회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욕 먹는 한인회와 단체에 괜히 관여해 자신의 커리어를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얘기로 일괄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인회에 오명을 끼친 인사들은 극소수다. 하지만 이들의 오만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차세대들이 한인사회에 들어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차세대들을 내세워 주류사회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기에 앞서 올해는 기성세대와 차세대들간의 만남의 자리를 자주 만들어 서로 소통하고 얼굴을 익히는 해가 되길 바란다. 차세대들에게 야비한 이들보다 반듯하고 정의로운 기성세대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우선 한인회가 개최하는 구정잔치, 삼일절 행사 혹은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인사들은 아들 딸 혹은 손자 손녀 등 최소 2명 정도 동반하는 것으로 차세대와의 만남을 시작해보는 것을 어떨까. 특히 구정이나 추석잔치에는 전통 차례상을 마련해 참석자들 모두가 한복을 입고 절을 올리고, 한국의 전통을 차세대들에게 직접 대면시켜주는 것도 차세대와 기성세대가 가까워지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세 번째는 스포츠 대회를 많이 개최하자. 스포츠야말로 한인사회를 단합시키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스포츠는 차세대와 기성세대를 잇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테니스, 골프, 축구, 농구, 탁구, 배구 등 한인회나 교역자회, 혹은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면, 한인사회의 새로운 단합을 도모하는 뜻 깊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번외로 포커스 신문의 신년계획도 있다. 사람들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고,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릴 것이다. 지금까지 덴버, 오로라 시장, 각 교육감, 정치인 등 많은 주류사회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면으로나마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한인사회의 기사도 지금에 멈추지 않고, 더 많이 알찬 기획기사를 준비해 차별화된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의 시야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콜로라도 한인업소록, 웹사이트, 전자신문, 카카오톡 그리고 인터넷 방송까지 연계해 신문 외에 또 다른 여론 수렴의 장 역할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또, 주간 포커스 신문사는 청소년 재단을 통해 청소년 문화축제, 교육세미나, 동요대회, 장학생회 등으로 우리 2세들이 자랑스러운 한인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건의하고 싶은 숙제는 양심을 지키는 일이다. 식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문득 오래 전 인기 있었던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양심 냉장고’가 생각난다. 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좌우 깜빡이를 정석으로 켜는 운전자를 찾아 선물로 냉장고를 한대씩 선물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붐이 일면서 전 국민은 혹시라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프로그램은 건널목 정지선 지키기를 시작으로 술, 담배 판매 등 시민 의식을 고취시켜 공익성과 사회 정의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중용에서 그토록 강조한 신독(愼獨)의 현대판 해석이었다. 참고로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하라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비록 진짜 양심 냉장고를 받아 공개적으로 양심을 인증받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가 끝날 즈음 우리 모두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길 바란다.   무언가 시도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실패해도 좋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19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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