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자의 심정으로>
    계절 따라 열심히 살아온 삶을 정리하는 듯 속에 품었던 모든 감정을 다 토해내는 가을의 빛과 지난 삶을 하얀 눈 빛깔의 은혜로 덮어주는 이 계절의 색깔이 참 아름답고 좋습니다. 가을이 이처럼 아름다운 이유는 겨울이 되면 품고 있던 모든 것을 다 털어내려는 이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 때문이라는 말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가을색채보다는 열매 때문일 겁니다. 눈물로 뿌렸던 것을 기쁨으로 거두는 추수의 계절이기에 수고와 인내와 헌신의 열매들을 손에 들고 감사의 춤을 출 수 있어서 참 행복해지는 때입니다.

    수확이 있든 없든 여기까지 생명을 지켜주시고 건강을 주시고 가정과 일터와 기업을 지켜주신 하나님 은혜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나 혼자 여기까지 온 걸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고 도와주었고 누군가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기쁨을 이웃과 함께하는 것 또한 성숙한 이의 생각일 겁니다. 그러고 보면 성경에서 추수할 때에 가난한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를 위해 밭 모퉁이를 남겨 놓는다든지 밭에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남겨놓으라고 말씀하신 것은 참 멋진 나눔의 가르침이라 여겨집니다.

     한국의 한 TV에서 방영한 영상에서 시장에서 국밥 집을 하는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소개 되었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시작한 국밥 집이 소문이 나서 이제 제법 큰 가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이 소문난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가격에 비해 넘치는 음식과 대접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장사해도 남는 게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이 아주머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집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우리 아이들 공부시켜준 분들입니다. 손님 때문에 내가 어려울 때 이 자식들 다 대학공부 시킬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은 내게 큰 은덕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좀 더 준다고 해서 아까울 것이 없지요” 국밥 장사를 하면서 나누는 후한 인심은 내가 받은 사랑을 먼저 기억해 내며 나누는 빚진 심정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받을 것이 많다고 여기며 사는 사람은 늘 못 받은 것 때문에 불만이 가득하여 인색해지고 이기적이 되지만 돌려줘야 할 것이 많은 빚진 자의 심정은 늘 감사의 마음으로 나누고 드리게 되고 그렇게 하고도 더 나누고 드리지 못하는 미안함으로 마음을 채워가는 그런 사랑이 묻어있는 마음입니다. 결핍과 부족함이 우리의 감정과 신앙을 지배하지 말고 빚 진 자의 심정에서 피어나는 큰 사랑과 풍성한 은혜가 우리의 삶을 채우는 풍성한 감사절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기빙튜즈데이 / Giving Tuesday>
    한국방송에서 소개되는 여러 이야기중11월 11일이 되니까 한국은 빼빼로데이라 해서 11자와 비슷한 과자 빼빼로를 연인들에게 선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이런 날들이 연중 계속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이 날 선물 못 받는 사람들이 짜장면이나 먹는 블랙 데이(4월14일), 삼겹살 데이(3월 3일),  구구데이(9월 9일ㆍ치킨 먹는 날), 그밖에도 수 십 개의 각종 데이가 있어서 연인들 사이에서 그 놈의 데이에 챙길 것이 많아 참 신경 쓸 일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미국에도 그런 날들이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서 감사의 의미를 기억하며 지난 일년 하나님의 은혜로 지내온 시간들을 추억하며 감사의 예배를 드리는 원래의 의미보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란 날이 있습니다. 이 말은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다음날인 금요일에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일년 중 최고의 쇼핑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최근에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생긴 새로운 쇼핑아이템으로 사이버먼데이가 시작됩니다. 인터넷 온라인으로 하는 쇼핑의 날이라는 뜻입니다. 모두 장사꾼들이 만들어낸 상술의 결과들입니다.

    일년을 기다려 사고 싶은 물건을 좀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이점이 있겠지만 그런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밤을 새우거나 새벽부터 쇼핑센터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현대인의 삶을 찌른 말이 실감이 납니다. 하지만 이런 답답한 세대를 보면서 산소호흡기처럼 우리 맘을 시원하게 주는 것은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세대를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 이 기빙튜즈데이(Giving Tuesday)입니다. 먹고 마시고 사고 즐기는 세대에 누군가와 함께 사랑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기빙튜즈데이는 분명 아름다운 가치가 담겨진 날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물질을 탐하도록 만든 이런 상업적인 날들을 선한 가치인 나눔의 날로 방어해 가는 것 또한 귀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도 이런 선한 뜻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추수감사의 즐거움과 은혜를 기빙튜즈데이로 열매 맺기 위해 지원하는 선교사님과 그 가족, 그리고 어려운 이웃과 홈 리스 분들을 위해 선물을 하나씩 준비하는 것을 제안해 봅니다. 가족 별로 신발상자(Shoe Box) 하나에 우리의 이웃을 위한 선물상자를 준비하여 자녀들과 함께 나누며 전달할 때 이것 또한 귀한 나눔이자 빚 진 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이 은혜의 감격을 이웃과 함께 하는 기빙튜즈데이로 이어갈 수 있다면 올해의 추수감사절은 또 하나의 감동을 만들어가는 특별한 날이 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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