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미국의 11·6 중간선거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막판 판세 뒤집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로는 야당인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성추문 논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사망 등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고 있는 각종 이슈가 겹치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반(反)트럼프 필승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트럼프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7%로 취임 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 주목된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여론조사와 다른 투표 결과가 나온 만큼, 이번에도 막판에 공화당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11월의 첫 번째 월요일을 지난 첫 번째 화요일(the first Tuesday after the first Monday in November)’에 치러진다. 대선과 같은 날, 대통령 임기 만 2년째 되는 시기에 번갈아 치른다.  이중 대통령 당선 2년 후에 실시되는 선거를 중간선거라고 부른다. 오는 11월 6일 치러지는 2018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435석 전부,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 주지사 50명 가운데 36명, 그리고 많은 지역 정부 선출직 관리들을 새로 뽑는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23석, 상원에서 2석을 더 추가하면 다수당이 된다. 콜로라도에서도 주지사에 4명의 후보가, 연방 하원의원에는 5명의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중간선거는 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집권 1기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대부분 장악하면서 오바마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이 선거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공화당은 하원선거에서 당시 의석 수보다 60석 이상을 늘리며 4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고, 상원에서는 과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5~6석을 추가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의회 권력을 장악했었다. 결국 오바마 정부의 집권 1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의석 60석 이상을 잃어 최악의 패배를 맛보았다. 하지만 2014년 집권 2기에 치른 중간선거에서는 상원 다수당의 자리를 되찾아 국정 운영에 좀더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외교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지만, 패배할 경우 북핵 협상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미·중 무역 전쟁 등 각종 사안에서 의회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2년을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콜로라도는 항상 민주당과 공화당의 접전 지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인 마이크 코프만 연방 하원의원이 소속되어 있는 콜로라도의 제6연방하원구역은 미국 내에서 최고의 접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은 오로라를 포함해 그린우드 빌리지, 센테니얼, 하일랜드 랜치, 리틀턴, 톨톤, 브라이튼까지 한인 상가 밀집 지역뿐 아니라 한인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친한파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우리 한인사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실 선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걸고 출마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2014년 주류 언론은 이 6구역의 승자를 결정짓는데 한인사회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한인사회 리더들의 인터뷰를 대서특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6구역의 750,000명 인구에서 등록된 유권자의 수는 480,000명, 이중 한인 유권자는 약 4천여 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미미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주류사회에서 ‘선거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한인사회’라며 집중 조명한 부분은 다소 과장된 내용임을 우리 내부적으로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긴 했다. 조지아주, 뉴욕주 등 전 미주에서 한인 2세들이 정치계에 입문하고 있고, 미주 한인의 날도 제정되어 비록 소수 이민족이지만 그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 가까이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한인사회 행사에 초대를 받으면 고작 10-20분 정도 자신의 연설 시간만 채우고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이 한인행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만 보아도 이들 정치인들에게 있어 한인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진 건 확실하다.

    2018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은 이민, 총기규제 그리고 의료보험이다. 이중 이민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배척 정책에 반기를 들 수 밖에 없다. 대통령에 취임하자 마자 불법이민자를 차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더니, 이제는 아예 합법이민자도 배척의 범위에 포함되었다. 국토안보부는 올 12월부터 합법이민자가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경우 영주권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새 방침을 발표했다. 합법적으로 허용된 복지 프로그램 수혜를 빌미로 영주권을 안 주겠다고 하는 것은 이민자 배척을 넘어 탄압 수준이다. 새 규정은 생계비보조(SSI), 빈곤가정 임시보조(TANF) 등 현금뿐 아니라 푸드 스탬프, 메디케이드, 섹션8 주거지원 등 비현금성 혜택을 받은 경우도 영주권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나이, 학력, 건강, 재정상태, 기술 등을 볼 때 복지수혜 가능성이 높은 신청자에 대해서는 비자나 영주권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 이는 미국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민자를 입국 불허하거나 추방하고, 복지수혜로 공적부담이 된 이민자에게 영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공적부담 관련 조치는 19세기부터 존재해온 이민법 조항이긴 하지만, 실제로 시행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0년대만 해도 불법이든 합법이든 모든 이민자들은 미국 시민권자들과 똑같은 복지수혜 자격을 누렸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을 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러한 사안들이 백인 근로계층이 빈곤으로 내몰리면서 사사건건 미국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의 인기 근원을 백인들의 분노로 본다면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경한 반 이민정책, 이민자를 배려하지 않는 정책이 나오는 것은 우리 모두 예상했던 일이긴 하다. 이러한 트럼프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찬성을 하더라도 투표를 통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가 한인 유권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건 한반도의 명운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선거 예상인단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힘을 실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지만 하원은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한인 유권자들은 친서민, 친이민 정책을 고수해온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지층이 많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한반도에는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북미정상 회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어서,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해온 일들을 전면 재검토 내지는 재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반이민정책 때문에 얄밉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트럼프의 공화당을 찍어야 할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또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투표만이 미국 주류사회에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해외동포들이 각국의 시민권자가 되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주류 사회에서도 한인사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한인 커뮤니티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에만 지속적으로 유효하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그들 중 불체자가 많기는 해도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도 높기 때문이다. 투표용지가 복잡해 보인다고 포기하지 말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면서라도 우리의 권리를 꼭 행사해야겠다. 한인들의 머리‘수’가 우리 2세들이 이 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