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회 자리에서 60세에 은퇴를 했습니다. 은퇴를 하니 여러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첫 번째로 복장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저는 정장이 편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의 강단에 설 때에 정장차림이었습니다. 회사원일 때에도 정장차림이었습니다. 사업을 할 때에도 정장차림이었습니다. 목회자가 되었을 때도 정장차림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다른 교회들을 가 볼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연평균 15번 정도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목사님들이 타주 또는 외국에 가실 경우 저에게 설교를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설교한 후에 이어 선교 보고도 할 때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교회의 형편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와 한국의 교회들의 약 20% 정도만이 자립하는 교회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성도님들보다는 선교사님들과 목사님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선교지인 에콰도르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은퇴하는 즉시 선교사가 되었기 때문에 만나는 대상이 달라졌을 뿐 만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일반 직장을 다니던 분이 퇴직을 하면 만나는 분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전화하는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선교지와 다른 교회에서 예배드리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노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만나보니 대부분 궁색하게 지내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은퇴하신 목사님들의 월수입이 최저생계비(103만원) 이하가 80% 정도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자녀의 지원을 받는 분이 71%, 정부나 교단의 지원을 받는 분이 20% 그리고 은퇴하신 교회의 지원을 받는 분이 11%였습니다.

    은퇴하면 후임 목회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다른 교회를 나가게 됩니다. 목사라고 밝히지 않고 조용히 다니려고 해도 목회자라는 것이 곧 밝혀집니다. 그 교회 목사님은 설교할 기회를 드리고 싶지만 사례비가 부담이 됩니다. 교인들의 눈치도 보게 됩니다. 그 목사님은 조심스럽게 떠나달라고 부탁을 하게 됩니다. 은퇴 목사님은 다른 교회로 갑니다. 몇 교회를 다니시다가 결국 집에서 사모님과 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은퇴란 개념이 생긴 것은 불과 100여 년 전입니다.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는 은퇴란 개념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늙어 죽을 때까지, 가족들과 함께 생산 현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지란 개념도 없었습니다. 가족구성체 내에서, 육아와 노후부양이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2040년 우리의 기대 수명은 89세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출생 이후 사고로 죽지 않는다면, 누구나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강우현 박사의 은퇴학 개론. 2016.6.3.) 먹을 것이 있고 건강하고 친구가 있고 그리고 보람된 일이 있다면 장수하는 것은 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장수하는 것이 복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평균 퇴직 연령이 62세라고 합니다. 퇴직 후 재취업을 원하지만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간신히 취직을 해도 대부분 힘든 일인데 오히려 수입은 아주 적다고 합니다.

    제가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 ‘교회행정학’ 교수님은 ‘슈밋’ 박사님이셨습니다. 이 분은 신학뿐만 아니라 경영학도 공부하신 분입니다. 교수님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은 시골의 호숫가에 있었습니다. 집은 크고 널찍했습니다. 뒷뜰은 호수와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배가 3척이 있었습니다. 노 젓는 배, 모터보트 그리고 유람선(?)이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 주변에 있는 집들과 가게에 내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신학교 교수님의 월급이 아주 적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저에게 의문이 생겼습니다. 교수님은 미리 아시고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학생들에게 노후 준비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은 사모님과 25세 때부터 노후를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일찍 시작하면 무리하지 않고도 넉넉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노후가 복이 되려면 일찍 준비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10년 전부터 1만 시간 노후를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후를 준비할 때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은퇴하신 목사님들에게 설문지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노후를 준비하신 분은 20% 이하였습니다.

    노후를 준비할 때 첫 번째로 고려할 것은 모든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줄일 것은 집입니다. 은퇴 후에는 저축할 수 없기 때문에, 집(사이즈)을 줄여서 집과 관련된 경비들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자산에서 나오는 꾸준한 수입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 병에 걸리면 2년에서 10년까지 치료를 해야 하며 엄청난 병원비뿐만 아니라 주위의 가족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인간관계를 잘 맺어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퇴직 후에 전화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먼저 전화를 하시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화를 받는 분도 실은 자존심이 상해서 먼저 전화를 하지 않지만 은근히 전화해주기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네 번째로는 보람된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퇴 후 가족과의 허니문은 길어야 1년이라고 합니다. 어디서나 눈치 보는 신세로 전락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산이나 TV가 있는 거실 아니면 커피전문점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보람된 일 뿐만 아니라 부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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