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의 광화문에서는 초복을 앞두고 식용 개고기 찬반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초복을 이틀 앞두고 열렸는데, 무려 6백여 명 넘게 참가했다. 그들은 ‘개·고양이 도살 금지법을 제정하라’ ‘불법 도살 처벌하라’ ‘개 도살은 문화가 아닌 악습’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개를 식용으로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베트남, 북한과 우리나라뿐이며 개농장이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청와대에 접수된 민원 중 반려동물 식용 반대가 1027건으로 가장 많은 만큼 정부가 답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광화문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종로에서는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가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며 맞불집회에 나섰다. 육견협회 회원 50여 명은 ‘동물보호단체는 불법 앵벌이 집단’ ‘개가 우선이냐, 사람이 우선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동물보호단체를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이 동물 보호 단체를 대변하며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돼지나 소, 닭처럼 개를 키울 수 있게 정부가 개 농장을 허가해 줬는데, 왜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 개를 가축으로 지정하고, 식품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6월의 마지막 주말, 광화문 광장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주도로 8만여 명이 운집하여 '최저임금법 개정안 폐기와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열린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민주노총은 이번에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 포함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에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급속히 후퇴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규직은 최저임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상여금과 수당이 월급에 포함되다 보니 오히려 월급 총액을 적게 가져가는 현상이 대두되었고, 비정규직은 최저임금이 비싼 관계로 일자리를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공약대로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모든 사람들에게 좋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난주에는 350만 명이 소속된 소상공인 연합회도 목소리를 모았다. 편의점이나 식당, 소상인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진다면 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을 토로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편의점과 제과점주는 일제히 “지금이 한계치인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한 제빵업자는 빵을 팔아 남는 마진이 최저임금보다 못하다며 한숨을 쉰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이나 음식점, 10~20대 아르바이트와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취업자 증가 폭은 5개월 연속 금융위기 때 수준이다. 청년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악이고, 일자리가 줄어든 하위층 근로자 소득이 줄어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있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같은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역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경제 부총리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인정하는 실정이다.

    2주 전쯤 약 800여 명의 의사들이 경찰청 앞에 모였다.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한 사회적 여론 환기와 경찰의 미온적 태도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올해만 해도 약 100여 명 이상의 의사가 모인 규모 있는 집회는 벌써 세 번째다. 각종 의료환경이 어려워진 탓에 과거 하얀 가운의 전문가로 불린 의사들이 거리에 나오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난 7월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센터에서 술에 취해 병원을 내원한 한 환자가 다른 환자의 영상을 보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후 갑자기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고 쓰러진 전문의를 수 차례 발로 가격해 뇌진탕, 코뼈 골절, 목뼈 염좌 비골 골절 및 치아 골절 등의 상해를 입혔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했지만 환자는 그치지 않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전문의를 향해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이에 분개한 상황에서 의료계는 규탄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폭행한 피의자도 피의자지만, 이후 출동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와 원칙적이지 못한 법 집행도 문제가 있다고 의사단체는 지적하고 있다. 의협은 "우리가 경찰청 한복판에 모인 것은 이번 사안에 대처하는 경찰의 진상파악이 불합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절차적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총수 일가의 '갑질근절'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집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청와대 앞에서 열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각종 위법 사항이 드러나 조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내홍을 겪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근 기내식 사태 이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조양호 회장의 구속", 아시아나항공 연대는 "박삼구 회장의 퇴진" 구호를 외쳤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주최한 촛불집회에 대한항공 직원 일부가 참석해 지지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집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로 확인되었으며, 양 항공사 총수일가가 경영에서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광화문에서는 무분별한 혐오와 인식 개선을 위해 거리로 나선 성(性) 소수자들과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가 충돌했다. 주최측 추산에 따르면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약 12만 명이다. 반대쪽에선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기독교 단체들은 현수막과 확성기를 통해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외쳤다. 같은 날 세종로에서는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로 불거진 ‘난민 수용 반대’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집회로 일궈낸 정권교체의 결과라고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을 보고 있자면 심하다 할 정도로 ‘집회 공화국’으로 치닫고 있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정치 사회 경제 개혁을 위한 집회가 1년 내내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것도 수 백 명에 수만에 이르기까지 규모도 만만하지 않다. 민주주의의 요건인 집회의 자유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 도심의 최고의 번화가에서 매일같이 집회가 끊이질 않는 모습은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더 많은 시민들에게는 다소 불편하다. 또한 자유와 평화를 위한 집회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각자의 황소고집을 내세우며 떼를 쓰고 있는 분위기가 물씬이다.

    식용 개고기 반대집회를 한다고 해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사라질 리 없다.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인상안을 통과시켰는데 일부의 부작용 때문에 당장 정책을 급선회할 수는 없는 일이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도 회사 사장을 바꾸는 일은 최종적으로 회사 주총에서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동성애자도 자기들끼리 좋으면 그만인 일을 거리에 나와서 일부러 주목받게 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집회는 그야말로 비폭력, 평화질서, 민주주의에 대한 타는 듯한 갈망이 그대로 표출된 현상이다. 하지만 사적인 이익을 위한 집회의 남용은 대한민국을 데모 공화국으로 몰아갈수 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성장을 바란다면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반대편의 목소리를 수용하면서 함께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그 첫번째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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