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한인 여성 한 분이 신문사를 찾아와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무슨 일인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억울함은 이랬다. 어느 토요일 저녁 그녀는 딸과 함께 모처럼만에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서 오로라에 위치한 월남국수 집을 찾았다. 평소 그녀는 일주일 내내 일을 해야 하고 딸은 볼더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함께 저녁을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이들 모녀는 더욱 오붓한 분위기를 갖고 싶었다. 자리를 잡은 뒤 딸은 비프 누들을, 어머니는 컴비네이션 누들을 주문했고, 막상 음식이 나오고 보니 두 사람 모두에게 비프 누들이 서빙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뭔가 주문이 잘못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웨이츄레스는 주문이 틀리지 않았다면서 계속해서 비프 누들을 컴비네이션 누들이라고 우겼다. 한인 여성의 눈에는 그 웨이츄레스가 잘못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보니 몇 차례 옥신각신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고 나서야 식당 측이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국수를 뒤적거려 보고는 주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실랑이가 오가는 중에 웨이터 한 명이 “FUCK”이라는 단어를 섞어가면서 자신들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식당에서 나가라며 윽박을 질렀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까지 불렀다. 일이 커지기 시작하자 주방에서 일하는 여성 두 명이 홀로 나와 한인 여성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한인 여성은 주문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고객에게 사과는 커녕 무례한 말로 나가라고 하고, 욕설까지 해대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까지 부른 당사자인 웨이터로부터 사과를 받고자 했다. 하지만 그 웨이터는 여전히 오만한 태도로 계속해서 이 한인 여성의 화를 돋구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신고자가 식당 측이었기 때문에 한인 여성을 식당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식당 측에서 다시 오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그녀에게 전달하고 떠났다. 

    이런 사연을 듣고 나니 객관적인 정황을 판단하기 위해서 문제가 된 월남국수 측의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그들은 주문이 잘못된 것에 대해 사과를 했고, 당시 식당 안에 다른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인데 그 한인 여성이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아서 경찰을 불렀다고 해명했다. 또한 취재하는 과정에서 월남국수 집 측은 이 한인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우고 있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면서 그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 동영상만 가지고 보면 이 한인 여성이 점잖지 않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식당 주인의 가족이기도 한 웨이터로부터 심한 욕설을 포함한 인격적인 모욕을 당한 후였고, 사과를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불쾌해진 상태였다. 식당 측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고객이 화를 한껏 돋구어 놓은 상태에서 찍은 동영상을 증거라고 내민다는 것 역시 부당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계속 자신들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고, 자신들이 찍은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본의 아니게 중간에 끼게 된 본지 취재진은 가급적이면 더 이상 일이 커지지 않고 잘 마무리되도록 중재 역할을 시도를 했는데 식당 측은 사과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혔다. 
그리고 식당측은 취재 중인 본지에 뜬금없이 변호사 편지를 보내와 기사나 광고로 자신들에 관한 얘기를 신문에 내보낸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도를 암묵적으로 전달했다.   
이 월남국수집은 오로라 한인타운의 요지인 한아름마트와 가동빌딩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인 상권에 위치하고 있어 오랫동안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해왔던 식당 중의 하나다. 사실 필자는 이 식당에 대한 불평을 지난 수 년 동안 꾸준히 들어왔다. 불평의 내용은 주로 웨이터가 손님들을 웃으며 맞지 않고, 물컵을 테이블에 위에 탁탁 놓아서 물이 컵 밖으로 튈 때도 있었으며, 앞접시도 마치 내던지듯이 내려 놓아서 주문을 하기도 전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등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 동안의 부정적인 리뷰를 차치하고라도 이번 오로라 월남국수 집의 서비스 논란은 사실상 한인사회에게는 제법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중 누구라도 이 여성처럼 당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월남국수가 짜장면 만큼은 아니지만 한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의 하나이고, 특히 문제가 대두된 식당은 한인들이 그 동안 자주 이용해왔던 곳이다. 이 식당은 한인 고객들로 인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이 월남국수 집은 웨이터와 웨이츄레스가 모두 오너와 친족 관계인 가족경영 식당이어서, 사실상 웨이터와 웨이츄레스들도 사장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필자도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웨이츄레스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는 더욱 신중하고 친절하게 고객들을 대하게 된다.

    때때로 유별나게 까다로운 고객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는 곳이 식당이다 보니, 식당은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로 무마시키면 된다. 그런데 그 ‘기본’의 기준이 항상 애매하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된다. 식당은 사람들이 맛있게 기분 좋게 밥을 먹으러 가는 곳이다. 여기에 약간의 대접받는 기분도 느끼고 싶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객들의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서비스료를 받는 식당업계의 당연한 의무이다. 물론 웨이터가 고객들에게 항상 웃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또, 물컵이나 앞접시를 우아하게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고객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는 시정해야 한다. 내 돈 주고 밥 먹으러 가서 웨이터, 웨이츄레스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하물며 주문한 음식을 제대로 서비스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욕설을 하고, 고객에게 나가라고 소리치고, 경찰까지 불러 기어이 식당 밖으로 내보내버린 행위, 이에 대한 당사자간 사과도 거부하면서, 사실 여부를 취재하는 신문사를 겁박하려는 이러한 정황들은 자칫 고객인 한인 여성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한인 언론사도 우습게 보는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오랜만에 두 모녀가 만나 저녁 한끼를 함께 나누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던 사람에게는 느닷없는 봉변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번 일은 이렇게까지 분란이 일어날 만한 거리도 아니었다. 식당 측이 “미안하다. 다시 갖다 주겠다”고 말하면 간단히 끝나는 일이었다. 

    요즘 주류사회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덴버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인경영 식당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다. 맛있고, 서비스도 좋아서 가족들이나 비즈니스 업무상 한국 식당에 가는데 무척 행복하다는 얘기들이다. 그만큼 경영의 방식이나 음식의 질이 높아졌다는 평가일 수 있다. 얼마 전에 오로라에 위치한 한식당을 찾았는데, 임연수 구이가 평소보다 너무 작은 마리가 나왔다. 그래서 살짝 “지난주에 임연수가 접시보다 더 커서 정말 맛있어서 또 왔는데, 오늘은 너무 작은 것 같다”고 웃으며 웨이츄레스에게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서비스로 맛깔스런 반찬을 더 많이 가져다 주었다. 또 한번은 해물파전을 주문했는데, 너무 많이 탄 파전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너무 많이 탔다면서 애교섞인 투로 얘기하니 김치전을 추가로 내왔다. 또, 필자와 친분있는 한 정치인은 한국식당을 찾았는데 계란찜을 서비스로 두 개나 주었다면서 얼마나 기뻐하는지 마치 어린 아이가 공짜 선물을 가득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안팎으로 칭찬이 들리는 식당들을 보면 실제로 그들은 경영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식당이야말로 다양한 밑반찬 때문에 수입 마진이 작고 그릇 수와 음식 가지 수가 많아서 웨이터, 웨이츄레스도 많이 필요한 비즈니스이다. 이에 비해 월남국수 집은 숙주나물 한 접시와 국수 한 그릇이 고작이어서 어찌 보면 한식당보다 경영이 훨씬 수월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대단한 서비스를 바랐던 것이 아니다. 단지 주문한 음식을 제대로 먹기를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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