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시작하는 첫달에는 으레 만나는 사람들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소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는 덕담과 격려의 말이 오간다. 그렇다면 올한해 한인사회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은 무엇일까. 크게 다섯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콜로라도 축하공연 준비를 체계화하자는 것이다. 내달 2월9일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에 맞춰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축하공연이 열린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는 미국 올림픽 위원회가 소재하고 있고, 더욱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올림픽 위원회에서는 축하공연의 소재로 한국의 문화와 놀이를 포함시켰다. 그래서 올림픽 위원회의 축하공연 기획팀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한국학교와 연락해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문화를 축하공연에서 선보이도록 협의했다. 콜로라도 한인사회가 워낙 조용한 동네이다 보니 이보다 뜻깊고 신나는 일도 드물다. 그리고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장구, 부채춤, 댄스, 합창, 태권도, 탈춤, 케이팝 댄스, 소고춤, 가야금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제는 준비위가 단일화 되어 있지 않아서 장르들이 중복되고, 각 한국학교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준비가 되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로 소고, 가야금, 부채춤 등은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는 2012, 2014, 2016년에도 축하 행사가 열렸다. 특히 2016년 리우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하행사에는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왔으며, 이번 행사 역시 NBC와 KOAA 등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보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될 이번 축하공연을 단순히 한국학교 내 발표회 식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우선 총괄책임자로부터 예정된 공연 목록을 받아서, 중복된 장르는 삭제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좀더 보강해야 한다. 또 전문가로부터 배웠어야 한다.

     이 축하공연 준비의 미흡함에 대한 이야기는 시점상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국제적 행사에 한인커뮤니티가 끼어야 한다면 책임자가 누구든간에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큰 그림을 먼저 그려보길 당부한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칭찬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번째는 한인회의 단일화이다. 오로라와 덴버 메트로 지역에 두 개의 한인회가 존재해 온지 10년이 넘었다. 사실 한인사회 내에서 한인회의 통합은 별 의미가 없다. 한 개든, 두개든, 세 개든 상관없다. 누구든 나서서 봉사 많이 하면 한인사회도 나아지고, 동포들은 더 많은 봉사를 경쟁적으로 받아서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활동도 안하는 한인회들이 난무할 바에는 차라리 하나도 없는 편이 낫다. 그리고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한다면 한인회는 1개여야 마땅하다. 2개로 나뉘어지고 난 뒤에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행사 보조금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 기관과 주류사회에서 한인사회와 접촉하고 싶을 때에도 한인회가 2개인 탓에 어느 한인회에 연락을 해야할지 몰라 결국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영사관 측에서도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제외하고, 인구 2만 밖에 안되는 이 곳에서 지지고 볶고 서로 헐뜯고 방해하며 2개의 한인회가 존재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동포들도 한인회가 2개인 탓에 항상 단합 못하는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한인회가 1개가 되기 전에는 그 어떤 의미로 봉사를 한다고 해도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는 한국 영화 많이 보러 가기이다. 10년 전만 해도 덴버에서 한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7, 8년전 미주 영화 배급사에서 덴버 상영을 위한 시장조사를 위해 주간 포커스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와 덴버 실정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소재한 영화관 3개를 포함해 덴버 오로라 지역의 영화관 10여 개의 정보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덴버에서 한국영화가 꼭 상영되기를 바란다며 호소문과 같은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이제는 일년에 10여 편의 한국 영화를 콜로라도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가 예정되어 있을 때마다 배급사 측에서는 영화 포스터를 신문사로 보낸다. 포스터에는 항상 콜로라도 극장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우리가 별도로 인쇄해 포스터에 부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필자가 한인사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착해왔다. 이렇게 정착시켜 놓은 한국 영화를 덴버에서 지속적으로 볼 수 있으려면 재미있든, 재미없든 무조건 많이 보러가야 한다. 작년에는 남한산성, 곡성, 특별시민과 같은 영화는 개봉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상영관을 내렸다. 지난 2010년 '포화속으로' 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후 4년 동안 덴버에서는 한국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다.  네 번째, 단체들은 의례적인 습관을 버려야 한다. 이 부분은 얼마 전에도 언급했던 부분인데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면 이렇다. 한인사회에서 공적인 기관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단체는 한인회와 노인회이다. 비록 이 곳 콜로라도에서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지만, 그만큼 이 두 단체는 한인사회 전반에 걸쳐 봉사하고 일해야 하는 집단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외의 단체들은 목적을 같이 하고 있는 일종의 동호회 혹은 계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들이 먹고 노는 날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후원금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관습이다. 딱히 명분도 없이 자기들끼리 계모임을 하면서, 굳이 타운을 돌며 후원금을 요구하는 것은 후원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이다.  또, 본인이 자원봉사를 하는 취지에서 대여섯명 모아 놓고 세미나를 하겠다고 해서 장소를 무료로 제공해 주었더니, 우리 신문에 나오는 광고주들에게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내 후원금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필요없는 곳에서 후원금을 자꾸 거론하게 되면, 정말로 필요로 하는 후원금은 동이 날 수도 있다.

     다섯 번째, 덴버-인천간 직항노선을 개설해야 한다. 덴버-도쿄 일본 직항편이 개설된지 벌써 4년이 지났다. 2013년 당시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본지 주간 포커스를 비롯해 덴버 포스트, 9뉴스, 7뉴스, CBS 채널 4 등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을 초청해, 787 드림라이너 내부를 공개하면서 일본직항 노선과 관련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곧바로 필자는 덴버시 마이클 헨콕 시장과 덴버 국제공항 노선 개설 총책임자, 그리고 한인사회의 리더들과  간담회를 주관했고, 도쿄행의 성공여부를 보고 한국직항 개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계획은 지지부진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들이 있지만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밝히길 꺼리는 이유는 한인사회에서 나서기만 좋아하는 인사들이 마치 자신들의 공로로 만들기 위해 이간질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인 줄 알면서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그 일을 추진하고 있다면 협조하지 않는 것이 이 사회의 가장 큰 폐단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묵은 폐단에 개의치 않고 덴버-인천간의 자매도시 결연을 성사시키고, 한국직항 노선 개설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도록 한인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2018년도에 콜로라도 한인사회가 해내길 바라는 계획들을 정리해봤다. 이 외에도 한 가지 더 개인적으로 번외 순위를 매기고 싶은 것이 있다. 한인사회내 전문상담실을 운영하는 일이다. 특히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진로, 성적 고민을 함께 해줄 교육상담을 비롯해 부부 상담, 그리고 비즈니스 컨설팅도 함께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상담소가 운영되는 것도 좋겠다. 이러한 소원들이 올해는 모두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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