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월 13일, 우리 조국에서는 한 귀순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탈북했습니다. 웅덩이에 걸린 Jeep을 탈출하여 아슬아슬하게 북한 병사들의 체포를 피해 치달려 내려오는 뒤로 엎드려 총 정자세로 북한 병사들이 총을 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총에 맞고 쓰러진 이 병사를 구출하기 위해 포복자세로 다가가 그를 구출해오는 우리 국군의 모습은 한 마디로 감동 이였습니다. 에어엠블런스(응급헬리콥터)로 급히 아주대학병원에 후송된 귀순병사 오청성은 이미 아덴만 여명작전(2011년 한진해운의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아 석해균 선장이 총을 맞고 죽어갈 때 오만에 급파되어 결국 이분을 살려낸)으로 유명한 이국종교수 및 모든 외상센터의 의사들이 달라붙어 살려냈습니다.  당시 CCTV에 찍힌 이 병사의 급박한 탈출모습과 그를 수술하여 살려내는 의료진들의 치열한 모습이 CNN의 특집으로 전 세계에 방영되는 것을 보면서 조국에 대한 자긍심에 눈물이 다 나더군요. 의사분들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인터뷰하는 CNN의 여기자 앞에 피곤해 보이는 이국종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He was like a broken jar’(그는 깨진 항아리 같았습니다) 다섯 발의 총상에서 얼마나 많은 피가 쏟아지는지 이미 50%의 피가 소진되어 거의 죽었다고 합니다. 의료진이 계속 피를 쏟고 있는 그의 몸에, 12,000cc의 O형 피를 수혈하면서(쏟아부으면서, O형 피는 누구나 줄 수 있답니다) 총상을 수술하고 장안에 가득한 기생충을 훑어내면서 병사는 기적적으로 소생합니다. 이제는 가볍게 산책도 하고, 남한 TV도 보고, 아이돌의 노래를 들으며 총격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있다고 합니다. O형 피를 가지신 분들 존경합니다. 저는 B형이기에 전에는 예수님 피도 B형이라고 우겼는데 예수님 피는 O형인 것 같습니다.

            12월의 달력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래서 운명론자로 매여 살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시간 속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나의 운명입니다. 우리 인생에게 주어진 시간을 돌아볼 때 나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우리가 보낸 세월의 양(Quantity)이 아니라, 얼마나 충만한 시간(Quality)을 보냈느냐 하는 것이지요. 성경에는 의미 없이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라 하고, 특별한 의미가 담긴 시간은 ‘카이로스(Kairos)’라고 합니다. 깨어 있음으로 현재에 충실한 삶은 ‘카이로스’가 무엇인지 아는 삶입니다. ‘카이로스’는 생명으로 채워진 현재입니다. 이런 깨어있음을 ‘믿음’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요. 모든 교회마다 새해 달력을 발행합니다. 그 달력이 주는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루하루의 소중한 경험, ‘카이로스’의 순간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이어져 비로소 새해에 부르는 우리의 노래가 될 테니까요. 인생은 모두 깨진 항아리입니다 (Life is like a broken jar). 그래서 사랑도 새고, 인격도 새고, 마음도 새고, 지식도 새고, 건강도 새고, 물질도 새고, 생명도 새고, 한평생 계속 새나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다 내 마음같지 않은 겁니다. 다 내 생각 같지 않은 겁니다. 새나가는 것이 소진되면 죽는 것이지요. 그것을 영어로는 Burn out이라고 하더군요. 에너지가 다 고갈되는 것입니다. 감성적으로 말하면 모두 죽음의 병에 걸린 존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 해를 살았다는 것은 한 해만큼 죽었다는 것이지요. 문학적으로는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하기도 합니다. “깨진 항아리에서 새는 물길마다 꽃을 피웠노라”고...그러나 깨진 항아리의 현실은 죽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혈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셨습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요’(롬6:23) 죄 때문에 생명이 새어나가는 인생들에게 수혈하러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피는 O형입니다. 누구나 다 수혈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나 다 수혈받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수혈받는 사람마다, 어떤 상황의 사람이라도 다 살아납니다.‘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26:27-28) 예수님의 피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무덤이라도 그 생명을 가둘 수 없는 겁니다. 그 피를 수혈받은 자는 죽지 않습니다. 영원히 삽니다.‘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5:24) 성탄절입니다. 한해의 정점인 성탄절은 산타클로스의 날도 아니고, Holiday도 아니고, 송년회의 날도 아니고,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여인(마리아)의 몸을 빌려 이 땅에 태어나신 날입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눅2:12) 보는 자는 삽니다. 영접하는 자는 구원을 받습니다. 깨진 항아리 같은 귀순병사 오청성도 사람의 피를 받으면 살아나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영생의 피를 받은 사람은 영원히 삽니다. 우리 인생에게 가장 소중한 절기입니다. Tipping Point입니다. 내 인생이 역전할 수 있는 역사적 시간입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한해를 마감하고 또 새해를 맞이하십시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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