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이혼·혼혈 허락한 영국 왕실

          27일 영국 해리 왕자(33)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이 약혼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외신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혼녀’인 마클과의 결혼을 허락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영국 왕실이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영국 대중의 생각은 최근 수십 년간 변화했지만, 왕실은 기독교에 기반을 둔 전통적 가치에 얽매여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 작가인 클라우디아 조셉도 “10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왕실은) 엄청나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일찌감치 달라졌지만, 왕실은 보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에 집착하느라 수많은 스캔들과 비극을 겪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스캔들은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의 ‘금지된 사랑’이었다. 
<에드워드 8세,이혼녀와 결혼 위해 왕위 포기>
1936년 영국의 에드워드 8세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왕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즉위 11개월 만에 그가 스스로 왕좌에서 내려온 건 미국인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영국 국교회는 이혼한 자의 재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심슨 부인은 두 번째 결혼을 유지 중인 유부녀였다.  지금에서야 세기의 러브스토리라고 하지만, 당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영국 왕실과 교회·정부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총리는 사퇴하겠다고 협박했고, 호주·캐나다 등은 영연방을 탈퇴하겠다고 했다. 결국 에드워드 8세는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이 없이는 왕의 책무를 다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라는 연설을 남기고 동생에게 왕위를 넘겼다. 윈저공과 윈저 공작부인이라는 작위를 받은 두 사람은 쫓기듯 프랑스로 건너가 결혼식을 올렸다. 
<반대 못 이기고 사랑 포기한 마가렛 공주>
1953년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동생인 마가렛 공주의 사랑으로 영국 전체가 시끄러웠다. 마가렛 공주 역시 이혼남과의 결혼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의 상대는 아버지인 조지 6세의 시종무관이었던 피터 타운샌드였다. 16살 연상 이혼남이었던 그에게 청혼받은 마가렛 공주는 법에 따라 엘리자베스 2세의 허락을 구했다. 그러나 여왕은 즉답하지 않았고, 정부와 교회는 마가렛 공주가 타운샌드와 결혼하면 왕위 계승 가능성은 물론, 지위와 재산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언론은 “왕실과 기독교적 가치에 먹칠하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결혼”이라며 비판했다. 왕실은 타운샌드를 벨기에 브뤼셀로 발령내기까지 했다. 2년에 걸친 전국적인 결사반대 끝에 1955년 마가렛 공주는 BBC를 통해 “나의 의무와 결혼을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걸 알았고,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피터 타운샌드와 결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여왕은 찰스 왕세자 재혼 참석 안해>
1996년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비의 이혼도 왕실의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동화인 줄만 알았던 15년의 결혼 생활을 마친 직후인 1997년 다이애나비는 프랑스 파리에서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2005년 찰스 왕세자는 이혼녀인 카밀라 파커보울스와 재혼한다. 오랜 불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상대였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식은 교회에서 열리지 못했다. 영국 국교회 수장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강한 종교적 신념과 결혼 가치 때문이었다. 윈저 시청에서 열린 이들의 결혼식에 여왕은 참석하지도 않았다. 결혼식 이후 윈저궁 안에 있는 왕실 전용 예배당에서 열린 ‘축복 예배’에만 참석했다. 예배 후 여왕이 주최하는 피로연이 열렸지만 일각에선 핑거 푸드만 차려진 점을 들어 마지못해 허락했지만 여전히 결혼히 못마땅한 여왕의 심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설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 국교회가 교회에서 재혼할 수 있다고 공식 허용한 건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그마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영국 왕실 작가인 조셉은 로이터 통신에 “여왕은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보울스가 결혼할 때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라며 “찰스 왕세자가 아들인 해리를 위해 길을 터 준 셈”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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