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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오직 한 가지 방법으로만 습득된다
현실적 문제를 설명하지 못하는 Krashen 교수의 인풋 가설
2017년 11월 30일 (목) 07:09:19 이철범 btmschool@focuscolorado.net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자연적 몰입환경의 경우, 인풋의 양과 학습자의 개인적 역량에 비례하는 상대적인 언어습득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이 비자연적 몰입환경의 외국어 습득과정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주장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자연적 몰입환경을 통하여 효율적인 인풋이 제공되는 언어학습의 경우, 일상적 대화 활동의 필요성에 따라 주어진 인풋에 대한 반복적이며 집요한 말배우기, 즉 말배우기 중심의 몰입훈련과정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마치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음식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비자연적 몰입환경에서 단순히 이해 가능한 인풋을 제공받는 학습자들은 그와 같은 의식적 말배우기 중심의 몰입훈련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반복적이며 집요한 몰입훈련과정이 저절로 수반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이해 중심의 훈련에서 멈추고, 습득현상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에게 음식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결국 Krashen의 가설은 자연적 몰입환경에서의 언어교육에만 제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인풋의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면 그 언어는 필연적으로 습득될 수밖에 없다'라는 그의 이론은 모든 학습환경에 적용되는 보편적 이론으로 볼 수 없으며, 언어습득 및 언어교육과정을 지나치게 '이해능력' 위주로 판단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여러 곳에서 주장한 언어습득 가설을 통하여, 언어습득은 목적어에 대한 '언어적 직관',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의 습득이 반드시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언어습득을 위한 3가지 조건 가운데서 Krashen이 주장하는 '이해능력'은 언어적 직관의 형성에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외국어가 이해능력만으로 습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영어 도사들이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무수히 많은 토익/토플 고득점자들의 듣기와 읽기를 통한 영어 이해능력은 결코 부족하다 할 수 없다. 일상적인 표현과 일반 분야에서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로 글을 쓰는 능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대부분이 영어를 습득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아직까지도 영어를 습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영어에 대한 신체적 능력 (특히 발화 능력)과 실용적인 언어적 자원을 습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즉, 실용적인 영어의 언어적 자원이 부족하고, 알고 있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입으로 유창하게 뱉어낼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어에 대한 이해능력 즉 언어적 직관을 터득하였다고 해서 해당 언어에 대한 신체적 능력까지 저절로 습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영어 고수들이 대부분 10년 이상 영어에 매진했다고 볼 때, 아직까지 영어를 습득하지 못했다는 것은, 언어는 인풋 메시지의 이해를 통하여 필연적으로 습득될 수밖에 없다는 Krashen의 인풋가설의 보편성에 분명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Krashen의 그와 같은 주장은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또는 필연적으로 보이는 언어습득현상이 성인들의 외국어 (특히 언어적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외국어의) 습득현상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즉, 일반적으로 학습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학습자의 모국어와 목적어의 언어적 거리 점수가 높을수록 그에 반비례하여 목적어의 습득이 부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학습자의 나이 및 언어적 거리  등과 같이 습득 장애를 초래하는 요소들을 언어적 저항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그와 같은 언어적 저항이 낮은 어린이들은 상대적으로 외국어를 훨씬 쉽게 습득한다. 그러나 언어적 저항이 높은 학습자들은 대체적으로 '이해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습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성인들은 영어에 대한 언어적 저항이 대단히 높다. 일본의 성인들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언어적 저항이 높은 학습자들에게 메시지에 대한 '이해력' 위주의 가설은 분명 효율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해 가능한 인풋의 제공을 핵심으로 하는 Krashen의 인풋가설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학습자의 언어적 저항에 의한 습득 부진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며, 따라서 외국어 교육 및 학습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가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이해 가능한 인풋의 제공은 외국어 교육 및 학습의 필요 조건이지 충분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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