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의 매일 미국 주류언론의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주인공은 북한의 김정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향해 미친 로켓맨이라며 조롱하고 김정은 측은 개 짖는 소리라며 미국을 향해 간 큰 대적을 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한낱 북한을 상대로 자신의 성질에 못 이겨 같은 수준으로 분풀이를 하는 모습이 우스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결국 트럼프 스스로 북한의 인지도만 높여주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국인들은 ‘코리아’라는 단어만 나와도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과 연결시킨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코리아 이미지 리메이크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가끔 미국 방송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와 비슷한 타이틀을 달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곤 한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장면이 7,80년대 한국에서 벌여진 시위진압과정이다. 거침없이 휘두르는 경찰봉, 그 팔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는 대학생의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 최루탄 때문에 화면은 뿌옇다. 한국전쟁 당시 몇 십만 명의 군인이 죽었고 한반도는 초토화되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흑백필름이 돌아가면서 ‘한국은 정말 못사는 나라’구나 하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국 땅인 이곳에서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은 소회가 남다르다. 부끄럽고 초라한 역사의 시대가 지난 지 오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도 현실과 동떨어진 저런 방송을 재고의 여지없이 내보내고 있다. 다시말해 한국이 발전을 했건 안했건 관심조차 없어보인다. 여기에 북한까지 가세해 대한민국 이라는 국가에 대한 가치가 더 낮아질까 염려스럽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한국 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여‘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으며, 경제규모도 세계 11위에 올랐다. 한때 한국을 일으킨 생활의 달인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적이 있다. 선진화의 초석을 외국의 번듯한 사례가 아니라 시정의 남루한 모습에서 찾았다는 건 다소 의외였다. 거기에는 오토바이로 내달리면서 고층 아파트 문 앞에 정확히 신문을 던져 넣고, 음식 가득한 쟁반을 이고 혼잡한 남대문 시장을 아슬아슬하게 누비는가 하면, 대형 빈 생수통 15개를 맨손으로 수거해 나오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들을 거뜬히 해내고 씩 웃는 모습이 기특하기까지 하다. ‘생활의 달인’이 보여주는 경지는 속도와 정확성에 있다. 그 미세한 차이가 범인(凡人)과 달인(達人)을 가른다. 누구에게서 배운 것도 아니다. 끊임없는 반복, 경험, 일에 대한 흥미와 자부심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그저 일에 전념하다가 걸리는 게 있으면 궁리 끝에 터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생활의 달인들이 습득한 방법이야말로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정석이다. 이러한 ‘생활속의 달인’들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민국은 근면 성실한 국가’라는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현대중공업이 맨땅에서 배를 만들었을 때 조선업계는 ‘용광로 없이 쇳물을 제조하는 격’이라며 반신반의했다. 선박은 도크에서 건조한다는 통념을 보기 좋게 깬 역발상이다. 삼성중공업은 바다에 바지선을 띄워 배를 만드는 ‘플로팅 도크’ 공법을 개발했다. 모두 세계최초다. 주문은 쏟아지는데 도크가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없이 시도한 끝에 얻어낸 성과다. 육지나 바다 어디든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배를 만들어내는 한국의 조선 기술은 가히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한국의 의학 기술 발전도 눈부시다. 간 이식 수술의 경우 한국의 삼성병원, 현대 아산병원, 서울대학병원 등은 전세계적으로도 그 의술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 부속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도 간이식을 가능하게 했으며,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은 미국내 유명 대학병원에서도 할 수 없는 복강경 수술을 성공시켜 기증자의 가슴 흉터를 최소화 시킬 정도로 대한민국의 의학 분야는 달인의 경지에 올라있다. 또, 컴퓨터, 텔레비전, 전화기 시장도 이미 세계를 장악한지 오래다. 이러한 ‘산업과 기술의 달인’들이야 말로 세계속의 대한민국을 만든 일등공신들이다.
 
          덴버에도 한인 커뮤니티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생활의 달인들이 많다. 오랜 불황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비즈니스를 꾸려나가는 경영의 달인, 고기·쌀·밀가루·채소 등 식재료의 가격 폭등에도 장사 잘하고 있는 식당들 또한 이민사회의 달인이라면 달인이다. 그리고 필자의 주변에는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봉사의 달인, 하루에 수 천개의 만두를 빚는 만두의 달인, 24시간 이상 푹 고아 걸쭉하고 뽀얀 국물을 만들어내는 설렁탕의 달인, 쫄깃쫄깃한 면발만을 고집하는 짜장면의 달인, 바삭하고 달콤한 후식을 만드는 제빵의 달인, 뭐든 10배로 부풀리는 재테크의 달인, 손바닥의 온도까지 측정하는 스시의 달인, 맨발로도 3시간은 거뜬히 뛰는 운동의 달인, 대학 안가고 지난 20년간 게임만 개발해온 게임의 달인, 던졌다하면 월척인 낚시의 달인 등이 있다. 그리고 자녀 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부모들도 교육의 달인이라 부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민생활을 하면서 왠지 대접받지 못하는 느낌, 방법 없는 억울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요즘같이 북한의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고 난동을 부릴 때면 더욱 그렇다. 잘하고 있는 남한의 대통령보다 정신줄을 놓은 북한의 김정은이 더 유명해지면서 ‘코리아’의 이미지는 점차 나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기에 사는 아이들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타임즈나 주류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김정은의 얼굴을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정도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달인들은 똘똘 뭉쳐서 진짜 코리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이상 미국 방송에서 다루던 50년 전 코 찔찔이 한국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해 두어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 콜로라도에 기반을 둔 업소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물론 한인 경영 업체를 우선해서 말이다. 외식할 때도 한국 식당에서, 자동차 정비도 한인에게, 진료도 한인 의사에게, 장도 한인 마켓에서, 심지어 세탁소, 리커스토어, 융자, 부동산, 노인 케어 센터도 한인들이 경영하는 곳으로 가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한인사회에서 한인업체를 적극 이용하는 모습은 우리의 것을 사랑하고 이용하자는 신토불이(身土不二)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미국인들은 이를 모국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받아들인다. 콜로라도 주민들이 콜로라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업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도 신토불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킹 수퍼스, 쿠어스 맥주, 크록스 신발, 프런티어항공사, 스매쉬버거, 빅오타이어, 레드 로빈, 치폴레, 큐도바, 올드 시카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콜로라도에서 설립된 콜로라도 출신의 업체들로, 콜로라도 사람들이 적극 애용하면서 성공을 거둔 사업체들이다. 콜로라도는 우리들의 제2의 고향이다. 내 고향이 발전하고 내 고향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이제 수많은 달인들이 자신들만의 비법을 모아모아 고향인 콜로라도 한인사회를 융성시키고, 미국 구석구석에 근면, 성실, 반듯한 우리 코리아의 모습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북한이 짓눌러놓은 코리아의 잔상도 말끔히 지워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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